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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 적폐를 청산하라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잘못된 수사와 재판 탓에 범인으로 몰린 피해자 등 공권력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약자들을 주로 변호해 왔다. 그런 셜록의 박상규 기자가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첫 번째 폭행 영상을 공개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질하는 중소기업 사주의 기행을 폭로하는 게 셜록의 정신에 맞나, 그게 2년이나 취재할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뉴스타파와 협업한 보도가 이어질수록 큰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씨는 로봇 제조 회사인 한국미래기술,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콘텐트 유통 업체인 블루브릭 등을 사실상 소유하면서 성범죄 동영상을 유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왔다고 한다. 그제야 이 보도물에 ‘몰카제국의 황제’라는 시리즈명을 붙인 이유가 이해됐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대한민국은 소위 웹하드 서비스를 포함해 저작물의 무단 다운로드 및 그 밖의 불법복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그 영향으로 2012년 한·미 FTA 발효와 함께 웹하드 등록제가 실시된다. 웹하드 업체에 저작권 위반 콘텐트를 걸러내는 기술을 적용하고 상시 모니터링하는 의무가 생겼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의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물 유통의 허브였던 ‘소라넷’의 ‘훔쳐보기’ 게시물은 2012년 이후 급증했다. 엄격해진 저작권 관리로 수익이 줄자 소라넷 및 이와 연결된 웹하드 업체들이 저작권법 보호를 못 받는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을 대거 유통해 수익을 보전한 셈이다. 2011년 2000건 미만이던 몰카범죄 발생 건수도 함께 증가해 2014년 6000건을 넘어섰다.
 
2000년 등장한 소리바다는 개인 간 음원 파일 공유로 유통 혁신을 이룬 동시에 음반산업을 망친 원흉이었다.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합법적인 음원 서비스로 명맥을 잇고 있다. 문화산업계 저작권자들은 그나마 몇 년을 버티며 소송할 힘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리벤지 포르노나 도둑 촬영의 피해자인 개인은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 유출된 영상을 삭제해 준다는 디지털 장의사나 필터링 기술 업체도 이 같은 웹하드 업체와 연루돼 있어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
 
2007년 한·미 FTA를 반대하던 측에선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범죄를 바탕으로 한 생존마저 ‘산업’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공유 놀이’란 핑계로 이용자의 자발적 범행을 부추기며 수많은 여성을 짓밟아 거액을 버는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이야말로 타파해야 할 적폐다. 일말이라도 동조한 죄책감을 느낀다면 셜록·뉴스타파, 오랫동안 싸워온 디지털성범죄아웃·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후원하자.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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