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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키스 앤드 라이드’는 ‘환승정차구역’

외국의 어느 공항 표지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한다. ‘Kiss and goodbye. No kisses above 3minutes’. 그대로 번역하면 ‘작별 키스. 3분 이상 키스 금지’ 정도 될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 키스를 하다니. 그것도 얼마나 오래 하길래 3분으로 제한할까? 동방예의지국인 우리 문화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구다.
 
만약 외국 문화에선 이것이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공항에도 이런 문구를 붙여야 한다면 3분이 아니라 0.03초로 제한해야 할 것 같다. 남들이 보더라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정도로 찰나의 순간만 허용해야 한다.
 
헤어질 때 키스를 하는 것이 서양 문화에서는 일반적인가 보다. 잠시 주차를 하고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을 내려주거나 반대로 기차 등에서 내린 사람을 승용차에 태우고 가는 장소를 ‘키스 앤드 라이드(kiss and ride)’라고 한다. 아마도 헤어질 때 키스하는 습관을 반영해 이런 이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공항의 ‘Kiss and goodbye’도 이런 의미라고 한다. 오래 주차하면 남에게 방해가 되므로 ‘3분 이상 키스 금지’ 같은 재미있는 표현을 붙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차역에 이와 똑같이 영어로 ‘kiss and ride’라는 문구를 표시해 놓은 곳이 있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기차를 탈 때는 꼭 키스를 하고 타라는 문구로 오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기차역을 외국인만 이용하면 모르지만 대부분 한국 사람이 사용하는 시설에 이와 같은 표지가 붙어 있다니 의아한 일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최근 이를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선정했다. ‘환승정차구역’이다. 우리말 다듬기 작업의 일환으로 이렇게 결정했다. ‘환승정차구역’이라 표시해 놓으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 아무리 재미있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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