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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4년 만에 지주사로 유턴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가 4년 만에 부활한다. 금융위원회는 7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이 신청한 우리금융의 설립을 인가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국내 자산순위 5대 시중은행이 모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게 됐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해체됐던 금융그룹 복원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등 6개 자회사와 우리카드 등 16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우리은행은 8일과 23일 이사회, 다음 달 28일 주주총회를 연 뒤 내년 2월 13일 지주사를 출범할 계획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리은행은 원래 국내 금융지주의 ‘원조’였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업·한일은행을 합병해 한빛은행을 만들고 평화·경남·광주은행, 하나로종합금융을 더해 2001년 지주사 간판 아래 묶었다.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이 들어갔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 지분 매각에 착수하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정부는 일괄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자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경남·광주은행 등 계열사들을 먼저 매각했다. 2014년 지주사가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우리금융은 운명을 다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2016년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7개 주주에게 정부 지분 30%를 쪼개 파는 형태로 민영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과점주주 지분은 27.22%이고, 정부가 예보를 통해 보유 중인 지분은 18.43%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사 전환에 나선 건 은행 체제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해서다.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연결기준)은 21조7000억원이다. 은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다. 반면 금융지주사는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가 가능하다. 지주사 전환 시 현재 은행이 출자한 금액(3조5000억원)을 제외해도 7조6000억원 정도의 추가 출자 여력이 생긴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불릴 수 있는 실탄이 확보되는 셈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과 자회사는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없지만, 지주 계열사끼리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과점주주나 정부 입장에서도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편이 투자금 또는 잔여 공적자금 회수에 유리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은행 경쟁력에서는 밀리지 않지만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제약이 있다. 종합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지주사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우리은행(1조7972억원)이 다른 지주사 산하 은행들과 대동소이하다. 금융그룹 전체로 따지면 차이가 확연해진다. 리딩 금융사인 KB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8688억에 이른다. 카드와 증권·보험 등 비은행부문을감안하면 수익 규모와 영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의 인가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큰 산은 넘었지만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8일 열리는 우리은행 임시이사회에서는 지배구조와 지주사 인력 구성 등이 논의된다. 누가 지주사 회장이 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이사회와 금융당국 등에서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에게 향후 1년 정도 회장직을 겸임토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95%가량)을 감안하면 겸임이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직 안정화나 의사 결정 차원에서 겸직이 바람직하겠지만 1년 임기는 너무 짧다”며 “자칫 향후 회장과 행장 자리를 두고 정부 개입 또는 내부 알력 싸움 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갈 길도 멀다. 4년의 공백을 거쳐 사실상 원점에서 시작하는 만큼 완전한 지주사의 모습을 갖추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리은행 측은 “부동산신탁회사나 자산운용사 등 작은 규모의 계열사를 먼저 늘리고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는 시간을 두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현옥·정용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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