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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슈퍼컴 10년 만에 버전업 … 성능 500단계 뛰었다

슈퍼컴 5호기는 성능만큼이나 전력 소모도 엄청나다. 소비전력이 5.2㎿이어서, 연간 전기요금이 45억원에 달한다. 슈퍼컴이 있는 아래층에 비상 배터리, 그 아래엔 비상 발전기까지 두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슈퍼컴 5호기는 성능만큼이나 전력 소모도 엄청나다. 소비전력이 5.2㎿이어서, 연간 전기요금이 45억원에 달한다. 슈퍼컴이 있는 아래층에 비상 배터리, 그 아래엔 비상 발전기까지 두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운 팬 소음이 귀를 때린다. 스마트폰 앱 소음기로 측정해보니 80㏈(데시벨) 안팎. 지하철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소음과 맞먹는다. 소음의 진원지는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468㎡(약 140평)의 공간에 높이 2m, 폭 1.2m의 대형 컴퓨터 시스템 128개를 모아 만든 병렬식 슈퍼컴퓨터다. 성능은 25.7 페타플롭스. 지난 6월 기준 세계 11위다. 개인용 컴퓨터(PC) 약 2만대에 해당하는 성능으로, 인간 70억 명이 420년간 계산할 양을 단 한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초고성능 슈퍼컴이 엄청난 팬 소음을 내는 건 총 57만20개의 코어가 계산하면서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하루 동안 성인 3만7000명분의 사용량에 해당하는 1237만 리터의 물이 슈퍼컴을 돌아 나온다. 수냉(水冷)과 공랭(空冷)을 겸한 이중 냉각 시스템이다.
 
국가 슈퍼컴퓨터가 ‘버전 업’(version-up) 됐다. 2008년 10월 도입된 슈퍼컴 4호기 이후 10년 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7일 대전 본원에서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5호기 개통식과 함께 서비스를 시작했다. 10년 전 도입 당시 세계 14위 수준이었던 슈퍼컴 4호기 타키온은 이미 2년 전에 순위 발표 한계인 세계 500위 밖으로 떨어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호기는 그간 1만 명 이상의 연구자와 500개 이상의 기업이 활용해, 1000편 이상의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을 만들어냈다.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슈퍼컴 4호기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기억 소자를 개발, 미래 메모리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동호 연세대 교수는 현대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물성의 하나인 분자 방향성(aromaticity)의 역전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슈퍼컴은 기업의 생산성에도 기여했다. KISTI에 따르면 그간 국가 슈퍼컴 4호기를 통해 기업이 신제품 개발 비용을 78%, 개발 시간을 61% 절감할 수 있었다.
 
슈퍼컴은 크기와 성능만큼이나 가격도 비싸다. 7일 서비스를 시작한 5호기 누리온은 미국 크래이가 만든 것으로, 도입가만 587억원에 달한다. 기반시설과 소프트웨어 구매비용을 포함하면 5호기 구축에 총 908억원이 들었다.
 
조민수 KISTI 슈퍼컴퓨팅서비스센터장은 “4호기는 아직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연구자들이 있어 연말까지는 계속 가동할 것”이라면서도 “병렬 컴퓨터 방식이기 때문에 이미 조금씩 필요한 기관에 슈퍼컴퓨터를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슈퍼컴퓨터는 최소 5년마다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한데, 한국은 예산 부족으로 이번에 10년 만에 겨우 바꿀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슈퍼컴퓨터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반 고성능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수천 배 이상 빠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인프라다. 미국과 유럽·중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슈퍼컴퓨터를 과학 및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자원으로 보고, 우수한 슈퍼컴퓨터를 경쟁적으로 개발 또는 도입하고, 국가 차원의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세계 1위의 슈퍼컴퓨터는 미국의 ‘서밋’으로, 한국 5호기 누리온보다 10배나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슈퍼컴 안에 미국이 6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2위와 4위 슈퍼컴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도 5위에 달한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국가 슈퍼컴퓨터 1호기가 처음 가동된 해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이라며 “당시 성능은 2기가플롭스 속도에 메모리 1GB, 디스크 용량 60GB에 불과해 지금의 PC보다도 한참 낮은 성능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원장은 “하지만 1호기 덕분에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기상예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됐고 국산 자동차 설계와 제작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적용되는 등 다양한 첨단연구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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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