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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아세안과 APEC기간중 아베 안 만난다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 한ㆍ일간 정상외교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 도중 만나 회담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 도중 만나 회담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7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13~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와,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브리핑에서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정상회의 기간 중 있을 양자 회담과 관련, "러시아ㆍ호주 등과 양자 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APEC에 참석 예정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도 면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또 APEC에 참석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추진중이다.
 
남 차장은 "여러 국가에서 회담 요청이 있어 일정을 조율 중"이라면서도 두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 (한ㆍ일 회담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부의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징용)판결이 나왔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일본 정부가 과도하게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일 정상 회담 무산의 책임을 일본 측에 지운 모양새다.  
 
‘한ㆍ일 양국 간에 회담 요청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했다. 
양 측간에 아예 정상회담에 대한 제안 조차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아셈 정상회의장에서 만나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아셈 정상회의장에서 만나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일본측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지통신은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은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내에서 강해지고 있다”며 "이는 징용 판결 후에도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에선 "징용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직전 일본을 찾는 미국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이 잡혀있고, 싱가포르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주변 주요 국가 정상들 가운데 한·일 간에만 정상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셈이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양국 정상이 또 참석하는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가 열리지만 그 때까지 양국 관계가 회복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징용판결은 폭거이자, 국제법 질서에 대한 도전"(고노 외상)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은 조선업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문제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제소할 방침이다. 
 
한국을 '국제법 안 지키는 나라'로 낙인 찍으며 전선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이달 21일엔 일본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독도 영유권 주장 집회까지 도쿄 시내에서 예정돼 있다.  
 
양국 사이엔 당분간 악재만 즐비하다. 
 
"한국 정부의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이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한국의 주장에 대해선 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이 앞장서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축하 케이크를 받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축하 케이크를 받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정례 브리핑에서 "65년 청구권 협정은 사법부도 포함해 당사국 전체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에서 한국에 의한 국제법 위반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대해 국제법 위반 상황의 시정 등 빠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빠른 대응을 요구하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국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일 관계를 잘 아는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갈등은 단순히 징용 판결 뿐만 아니라 욱일기 문제,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과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 등 곪았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그동안 대북공조를 고려해 욱일기 문제 등 껄끄러운 문제에서도 자신들은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많이 참아왔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지난달 아베 총리가 직접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등 성의를 보였음에도 이런 결과를 나온데 대해 내부적으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외교부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에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처를 요망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강태화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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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