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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을 베푸는 것도 봉사일까?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9)
라면을 끓이는데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고향을 찾았을 때 수북이 쌓여있는 라면을 보고 부모님이 라면을 무척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진 pixabay]

라면을 끓이는데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고향을 찾았을 때 수북이 쌓여있는 라면을 보고 부모님이 라면을 무척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진 pixabay]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책이 있다. 라면을 끓이면서, 라면 하나에도 이런 심오한 생각을 갖게 되는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점심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가을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하니 라면이 먹고 싶다. 
 
라면을 끓이는데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고향을 찾았을 때 수북이 쌓여있는 컵라면과 설거짓거리에 라면 드신 후의 빈 그릇을 보고 ‘아~ 부모님이 라면을 무척 좋아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 이후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라면을 박스로 사 놓고 온 슬픈 기억에 눈시울이 종종 뜨거워진다.
 
“얘, 라면이 늘 좋아서 먹냐? 그냥 쉽게 먹을 수 있으니까 먹는 거지”라는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필요치 않은 걸 제공하는 건 봉사가 아니다. 내 딴에는 선의를 베푼다고 한 행동이 상대방에겐 오히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부모님께 사다 드린 라면도 아마 그런 것일 거다. 봉사는 받는 쪽의 입장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봉사는 곧 역지사지라는 말과도 통하는 이유다.


주는 쪽에서만 생각한 봉사가 불러온 폐단
2년 전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선 여름철 가뭄을 대비해 전 농가에 양수기를 지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양수기를 갖고 있던 농가, 양수기가 필요 없는 농가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수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사진은 저수지 물을 끌어오기 위해 바닥을 파내 물길을 만들어 양수기로 인근논에 물을 대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년 전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선 여름철 가뭄을 대비해 전 농가에 양수기를 지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양수기를 갖고 있던 농가, 양수기가 필요 없는 농가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수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사진은 저수지 물을 끌어오기 위해 바닥을 파내 물길을 만들어 양수기로 인근논에 물을 대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년 전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선 여름철 가뭄을 대비해 전 농가에 양수기를 지급한 적이 있었다. 물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양수기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건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양수기를 갖고 있던 농가, 양수기가 필요 없는 농가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부랴부랴 공무원을 동원해 다시 수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최전방 지역에서 야외음악회를 비롯한 축제가 열린다기에 현지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지역에서 하는 잔치를 홍보하지 않느냐고. 돌아온 답은 오지 말란다. 지역하고는 연관 없는 거고, 주최 측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책정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건성으로 하는 행사이니 별로 볼 것도 없다는 얘기다.
 
두 가지 사례만을 놓고 모든 걸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두 사례 모두 받는 쪽의 입장이나 이익은 고려치 않고 주는 쪽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봉사현장에서도 나타나는 일이다. 생색내기 형 봉사활동이 대표적이며 꼭 그렇지는 않아도 봉사를 기획하고 실시하는 쪽에서만 생각하면 결과는 뻔하다.
 
자선 연주회라고 해도 봉사하는 쪽 체면도 생각해야 하니 강제로라도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거동도 불편한 어르신들을 강당에 모아놓는 봉사가 그렇다. 오래된 묵은쌀을 봉사한답시고 필요치도 않은 요양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그렇다.


맞춤형 봉사가 필요하다
지방의 불우 가정환경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원주고판화박물관 문화 체험에서 해설해 주시는 한선학 관장. [사진 한익종]

지방의 불우 가정환경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원주고판화박물관 문화 체험에서 해설해 주시는 한선학 관장. [사진 한익종]

 
왜 봉사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불만스러울까. 그건 바로 봉사하는 쪽이나 봉사를 받는 쪽이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받는 쪽이 별로 필요치 않은 봉사라고 여기니 만족할 리 없고 베푸는 쪽에서도 그를 알아차리니 심드렁해지는 건 당연하다.
 
직장생활 당시 봉사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 베푸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만족한 봉사, 특히 받는 쪽이 간절히 바라는 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 생각은 방송반 활동은 하는데 마땅히 할 거리가 없어 고민하는 전국 중·고등학교 방송반 대상 방송제작 실무 교육 봉사, 나들이가 힘든 어르신을 위한 봄·가을철 소풍 나들이 봉사, 만들어놓고 방치되다시피 했던 어느 지자체의 수변공원 가꾸기 봉사 등으로 실천됐다.
 
얼마 전 화천에 있는 조경철 천문대를 방문했는데 그곳 앞마당에서 피아노를 치는 천문대장을 만났다. 그 좋은 장소에서 그 좋은 실력을 발휘해 다른 이들, 특히 장애우들을 위한 가칭 ‘노을 깃든 피아노콘서트’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은 그런 말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고 그런 기회가 있다면 별 이야기 강의와 피아노 연주를 무료봉사로 하겠다는 얘기였다.
 
서울의 모 봉사단체에 이 계획을 얘기했더니 단체 측 얘기로는 봉사를 받는 쪽에서의 필요성과 만족도가 떨어지리라는 것이다. 그 봉사계획? 당연히 접어야지. 그런데 다른 대상을 찾아서 한번 해 보고 싶은 이벤트이다.
 
지금도 맞춤형 봉사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내 개인적인 봉사건, 단체로 하는 봉사를 기획하는 일에서건 봉사를 받는 대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점이 무엇인가를 고려하는 일이다. 맞춤형 봉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침이 없다.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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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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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