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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달아나는 네살 손자, 엉덩이 몇 대 때렸더니…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60)
지난 여름, 마당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꼬마 세 녀석. 한여름날엔 물놀이가 최고로 즐겁다. [사진 송미옥]

지난 여름, 마당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꼬마 세 녀석. 한여름날엔 물놀이가 최고로 즐겁다. [사진 송미옥]

 
지난 휴일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라 쉬려다가 애 셋을 달고 감기로 콜록거리는 딸이 걱정되어 안부 전화를 해봤다. 사위는 휴일도 없이 일하러 나가고 없고 엄마가 한가한 시간이라는 것을 눈치챈 딸은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을 내복 바람으로 차에 태워 와서는 짐 풀듯 풀어놓았다. 그러고는 방에 기어들어 가 큰 대자로 누워버린다.
 
얼굴을 보니 피곤이 상접이라 모르는 척 아이들을 모아 밖에서 놀고 있자니 8살, 6살, 4살 된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큰 도롯가를 넘나든다.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러도 아파트에 갇혀 있다가 해방되어 뛰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은 들리지도 않는지 깔깔거리고 돌아친다. 
 
딸아이가 신경 안 쓰이게 잠이라도 푹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세 녀석을 다시 차에 태워 가까운 자전거 도로가 있는 다리 밑으로 갔다. 킥보드도 같이 내려놓으니 내가 감시해야 할 반경만 넓어져 정신이 더 없이 산란하다.
 
막내는 아직 말을 잘 못 한다. 당연히 대화가 안 되는 녀석이다. 가지 말라고 하면 장난치는 줄 알고 웃으며 달아나는데 숨이 턱에 차도록 잡으러 다니는 할머니 꼴이 우습고 처량하다. 4살 아이에게 달리기를 지는 꼴이란….
 
집 앞 자전거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는 손자들. 세돌박이 막내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형, 누이를 앞지를 기세다. [사진 송미옥]

집 앞 자전거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는 손자들. 세돌박이 막내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형, 누이를 앞지를 기세다. [사진 송미옥]

 
잡힌 막내를 잡아 엉덩이를 몇 대 때리며 야단을 쳤다. 말도 못 알아듣는 녀석에게 하는 내 화풀이였다. 아이가 내 눈치를 보더니 땅바닥에 발랑 드러누워 앙앙 울음을 터트렸다. 순간, 저 멀리까지 달려나가던 제 누나와 형이 번개같이 되돌아와서는 동생을 안으며 나에게 눈총을 보냈다.
 
“할머니~ 선욱이는 아직 말도 잘 못 알아듣는데 그렇게 때리시면 어떡해요?” 헉. 때리다니…. 엉덩이를 몇 번 두들긴 것뿐인데…. 놀라서 변명같이 주절거렸다.
 
“이 녀석이 큰길로 막 나가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이럴 땐 대화가 안 되니 혼을 내서 못 나가게 해야 하는 거야.” 그러자 손녀가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래도 때리면 안 되는 거예요. 할머니가 대화를 잘 못 하시는 거예요. 보세요~ 아기에겐 이렇게 눈을 보며 말하는 거예요. ‘아가야~ 그러면 안 되는 거야’ 하고요.”
 
하하하. 병아리같이 제멋대로 돌아치는 애 셋의 엉덩이가 날마다 타작하듯 맞는 줄 알았더니 아이들에게 서열과 형제간의 우애를 잘 가르치고 있구나 생각하니 천방지축 같은 애 셋을 키우고 있는 딸이 대견하다.
 
셋째를 임신했을 때 귀한 생명을 주신 신에게 감사하며 낳아 기르겠다기에 딸이 힘들 것 같아 무언의 부담을 주었다. 힘든 세상살이에 어찌 키울 거냐고.
 
옛말에 맏딸은 살림 밑천이란 말이 맞는듯하다. 어디를 가든 어찌 그리 동생들을 잘 챙기는지 뒷모습만 봐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사진 송미옥]

옛말에 맏딸은 살림 밑천이란 말이 맞는듯하다. 어디를 가든 어찌 그리 동생들을 잘 챙기는지 뒷모습만 봐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사진 송미옥]

 
그런데 둘과 셋은 또 다른 조합이다. 셋째가 말은 못하지만 노는 의미는 알아듣고 셋이서 숨바꼭질하며 노는 걸 보면 얼마나 재밌게 노는지, 형들은 또 얼마나 막내를 안고 도는지 어린이집이 필요 없다. 외동이었으면 말이 느리다고 여기저기 병원 클리닉을 다니며 난리굿을 칠 텐데 조금 느린 것이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제 겨우 단어를 말하는 아이가 이쁘다고 난리다.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크는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딸은 아직 잠 귀신이 되어 자고 있다가 아이들 소리에 부스스 일어났다. 내가 봐준 틈에 그래도 내 딸이 푹 잔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오자마자 손녀딸이 할머니의 폭행을 고자질했다. “엄마~ 할머니가 선욱이를 때렸어요. 아직 말도 못하는데 엉덩이를 팡팡.” 딸은 나에게 눈총을 팍팍 쏘았다. 누나에게 안긴 막내가 얄궂은 미소를 내게 보내는 걸 보니 말귀를 알아듣고는 고소해 하는 듯하다.
 
이런 젠장…. 힘들게 애 봐주고 낮잠 재워 준 공은 어디서 찾나? 그래도 병아리 떼 같이 모여 앉아 조잘대는 모습에 피곤함도 사라지고 많이 웃었다. 병아리 부대를 이끌고 나서는 딸아이의 뒷모습이 자고 일어나 그런지 씩씩해졌다. 막둥이 녀석은 참 좋겠다. 누나랑 형이 있어서!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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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