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대법·헌재·감사원·방통위…文 성향 인사로 권력교체

 문 정부, 4대 합의기구 과반 확보 … 대한민국 좌표 바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7월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대 합의제 기구에서 문재인 정부 임명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2018년 말이 되면 사회적 변혁의 동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4대 합의제 기구는 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로, 사법·행정·미디어 등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들이다. 이들 조직의 인적 물갈이가 끝나면 본격적인 ‘사회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란 의미다.
 
이 관계자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예전 대법원이었으면 예상하기 어려운 판결이었지만 현 정부에서 임명된 5명의 대법관이 모두 무죄 의견을 내면서 9대4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한·일 관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도 이 5명의 대법관은 똑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던 헌재는 지난달 18일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의 취임을 기점으로 구성이 역전됐다. 헌법재판관 9명 중 박근혜 정부 임명자는 3명밖에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대통령·여당 지명)은 대부분 민변이나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의 후신) 출신 등 진보성향 인사들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앞으로 대법원·헌재에서 자유·안보·성장 같은 보수적 가치보다 평등·인권·노동을 강조하는 진보적 판결이 속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6일 “일선 판사들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새 사법부 체제의 성향에 맞게끔 판결 내용을 수정하는 등 ‘알아서 기려는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인사는 “과거 방식의 경영권 상속이나 내부거래 등은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하고 기업마다 별도 대응팀을 구성하고 있다”며 “솔직히 공정성에선 바람직한 변화라고 보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강민아·손창동 감사위원이 임명되면서 7명의 감사위원 중 4명이 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가 됐다. 이어 지난 7월 4대 강 사업 4차 감사에서 “4대 강 계획수립은 물론 수질대책·공사집행 등 전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이효성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 중 4명이 이번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방통위는 임기가 남아 있던 KBS·MBC 사장 교체를 주도했으며, 현재 경영난에 빠진 지상파 방송사들을 돕기 위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 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합의제 기구들은 독립적 판단을 하는 기구”라며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경도됐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개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이 같은 물갈이가 결국 문 대통령이 공언한 ‘대한민국 주류 교체’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선 직전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문 대통령은 “가장 강력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의 당위성”이라고 말했다.  
 
주류 교체를 위해선 한국 사회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법부(대법원·헌재), 공직사회(감사원), 미디어(방통위)의 인적 물갈이가 필수적이다. 여권에선 “사회의 큰 물줄기를 한번 바꿔놓으면 진보 진영의 안정적인 재집권이 가능해진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현 정부가 추진한 인적 물갈이가 결과적으로 또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진보그룹이 주요 권력 포스트를 독점하다 보면 내부 논리에 함몰돼 사회의 평균적 여론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온라인을 들끓게 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그런 경우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로 227건의 관련 사건 모두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은 결과적으로 병역거부자에게 병역과 대체복무 모두 면제해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헌재는 지난 6월 이 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되 대체복무 입법 때까지 현행법의 계속 적용을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헌재와 국회를 모두 무시한 대법원의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보수진영의 위기감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차별적 민주주의가 연상된다. 정권이 입맛에 맞는 대로 사회를 좌우하는 독재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 분위기는 권력이 자칫 오만과 편견으로 칠한 눈금 없는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4대 합의기구, 과거에도 “정권 따라 오락가락” 비판
국가 중요 사안을 판단·결정하는 이들 합의기구는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걸쳐 네 차례나 이뤄진 감사원의 4대 강 감사는 정권마다 결론이 달라진 대표적 사례다. 최근 논란이 인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단 역시 보수정부에선 양심의 자유보단 국방의 의무에 무게를 두며 잇따라 유죄판결을 내렸다. 방통위도 정권마다 “정권에 우호적인 매체에는 관대하고, 비판 매체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의혹에 휩싸여 왔다. 헌재 역시 노무현·박근혜 등 탄핵사건을 심리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의혹과 갈등을 해소해야 할 이런 곳이 정치편향 논란 속에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