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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1편에 ‘극단 선택’ 24번 … 팔짱 낀 방심위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⑱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중 한 장면. 아이들을 납치한 여성 유괴범이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 며 동반자살을 권유하고 있다.[사진 중앙자살예방센터]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중 한 장면. 아이들을 납치한 여성 유괴범이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 며 동반자살을 권유하고 있다.[사진 중앙자살예방센터]

 
24년 전 7살인 남녀 주인공은 여성 유괴범에 납치됐다. 유괴범은 연인관계였던 유부남이 자신을 버리자 이 남성의 자식과 비슷한 또래의 두 아이를 납치했다. 그리곤 “내가 죽으면 그 사람 조금은 죄책감을 가질까? 같이 가자. 혼자 가긴 싫다”며 남자 주인공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한다. 유괴범은 홀로 목숨을 끊었지만, 이를 지켜본 남자주인공은 성인이 돼서도 괴로워한다.
 
지난 7월 방영됐던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이다. TV 드라마에서 극단적 선택 장면이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지만, 심의와 제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대학생 자살정보 모니터링단 ‘지켜줌인’과 함께 지난 1~8월에 방송된 지상파와 전문편성채널 주요 드라마 5편을 분석해보니 드라마당 각각 6~24회의 자살 관련 장면이 등장했다. 드라마는 ‘김비서가 왜그럴까’를 비롯해 검법남녀(MBC), 리턴(SBS), 라이브(tvN), 라이프온마스(OCN)다.
 
SBS 드라마 '리턴'의 한 장면. 물속에 뛰어든 여주인공이 죽은 딸과 재회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사진 중앙자살예방센터]

SBS 드라마 '리턴'의 한 장면. 물속에 뛰어든 여주인공이 죽은 딸과 재회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사진 중앙자살예방센터]

분신 장면, 물 속에서 목을 조르는 장면 등 끔찍한 장면이 여과없이 안방으로 파고 든다. 이들 작품에선 밧줄이나 가스, 약물 등 구체적인 도구, 투신·독극물 주입 등 극단적 선택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가정폭력·집단따돌림을 묘사하거나 물속에 뛰어든 주인공이 죽은 딸과 재회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자살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38조의 2, 39조 등에 따르면 방송에선 극단적 선택의 장면이나 방법을 직접 묘사하거나 이를 미화·정당화해선 안된다.
 
문제는 드라마에 대한 심의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의 책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있다. 방심위는 자체 모니터링단과 외부 신고를 통해 드라마를 살핀다. 유해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 되면 주 2회 열리는 소위원회를 통해 권고나 의견제시 등 행정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행정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해 들어 방심위에서 자살 장면과 관련해 드라마에 권고나 의견 제시를 한 것은 지난 3월 OCN의 ‘블랙’ 뿐이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분석한 5편의 드라마는 센터의 신고로 뒤늦게 심사가 진행 중이다. 위준영 중앙자살예방센터 미디어정보팀장은 “방심위 심의가 늦어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드라마가 종영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의 정기용 지상파방송팀 차장은 “드라마는 보도와 달리 사실이 아닌 픽션을 다루고 예술의 영역이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신중히 심의할 수밖에 없다”며 “공급되는 컨텐트의 양이 많은 데 비해 심의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드라마의 자살 장면은 성인보다 청소년에게 영향이 큰 데 영화처럼 등급별로 관람을 막을 수도 없다”며 “윤리강령과 자살보도준칙이 있는 언론처럼 드라마 제작진도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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