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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일관’ 김태형 vs ‘변화무쌍’ 힐만

힐만 SK 감독(左), 김태형 두산 감독(右)

힐만 SK 감독(左), 김태형 두산 감독(右)

“결국 타자들이 쳐줘야 한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선수들을 믿겠다.”
 
지난 5일 한국시리즈(KS) 2차전을 앞둔 김태형(51) 두산 베어스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전날 1차전에서 SK 와이번스에 충격의 재역전패(3-7)를 당하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1차전에서 두산은 안타 7개, 볼넷 9개를 얻고도 3득점에 그쳤다.
 
득점력이 떨어지면 타순을 바꾸는 게 보통이지만 김 감독은 2차전도 1번부터 9번까지 똑같은 라인업으로 나섰다. 타순은 같았지만 2차전 결과는 달랐다. 4번 김재환(4타수 3안타), 5번 양의지(4타수 2안타), 6번 최주환(4타수 3안타)으로 이어지는 파괴력이 SK 마운드를 흔들었다.
 
김태형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이다. 틀을 짜기 전까지는 고민을 거듭하지만, 구상이 끝나면 좀처럼 판을 흔들지 않는다. 졌거나, 위기를 맞이했다고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1~3차전 선발은 정규시즌 그대로다. KS의 히든카드 장원준의 계투 투입은 1차전에서 실패(타자 3명에게 볼넷 3개 허용)로 끝났지만 김 감독은 “장원준이 큰 경기에서 구원 등판한 건 처음이다. (결과는 나빴지만) 구위가 나쁘지 않으니 계속 내보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 특유의 뚝심이다.
 
힐만 SK 감독(55) vs 김태형 두산 감독(51)

힐만 SK 감독(55) vs 김태형 두산 감독(51)

SK 트레이 힐만(55) 감독은 정반대 스타일로 김 감독과 맞서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는 게 힐만 감독의 지휘 방식이다. 플레이오프 5경기 내내 다른 라인업을 내놨던 그는 KS 1차전에선 두산의 오른손 투수 린드블럼을 공략하기 위해 우타자 최정 대신 좌타자 박정권을 4번 타자로 내세웠다. 2루수 강승호를 최정의 포지션인 3루수로 돌리는 대신 2루수로 좌타자 박승욱을 내보냈다. 힐만 감독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박정권은 1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날렸고, 강승호는 두 차례나 호수비를 했다.
 
1차전에서 승리한 힐만 감독은 2차전에서도 라인업을 흔들었다. 두산 2차전 선발 후랭코프는 오른손 투수인데도 좌타자에게 강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오른손 타자 최정을 3번 타자(3루수)로 내보낸 것이다. 또 강승호를 빼고, 오른손 투수에게 강한 박승욱을 2루수로 기용했다.
 
힐만 감독은 또 변칙 운용에도 능하다. 선발투수 앙헬 산체스를 불펜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정규시즌 1할 타자 박정권을 중심타자로 내보낸다. SK 지휘봉을 처음 잡은 지난해엔 작전의 운용 폭이 크지 않았지만, 올해는 현란한 변칙 작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KS 2차전을 앞두고 힐만 감독은 “(7일 오후 6시30분 열리는) 3차전 선발투수를 밝힐 수 없다. 오늘 경기 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3차전 선발은 메릴 켈리”라고 밝히기 전까지 두산 코칭스태프는 혹시 김광현이 나오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힐만 감독의 내공은 여러 리그,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 198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내야수로 입단한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지 못하고 은퇴했다. 대신 명석한 두뇌와 온화한 성품을 인정받아 마이너리그 감독과 구단 코디네이터 등의 경력을 쌓았다. 2003년 일본 니혼햄 감독이 된 그는 2006년 만년 하위 팀 니혼햄을 일본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힐만 감독은 정교한 일본 야구의 틈을 파고들었다. 미국에서 가져온 선수 육성 정책과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이 잘 어우러졌다. 일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긴 그는 2007년 메이저리그(캔자스시티 감독)로 ‘역수출’ 됐다. 미국에선 우승 감독이 되지 못했지만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캔자스시티가 도약할 발판을 만들었다. SK가 힐만 감독을 영입한 건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데이터를 다루고, 아시아 선수들의 정서도 이해할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힐만 감독의 대척점에 있는 지도자가 김태형 감독이다. 1990년 OB 베어스에 입단한 그는 SK 배터리코치 시절(2012~14년)을 제외하고는 평생 ‘베어스맨’으로 살았다. 선수 시절 포수로서 투수를 리드했고,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두산 코치 때도 선수들에게는 엄한 형님이었다.
 
두산은 2014시즌이 끝나고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두산을 가장 잘 이해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리더십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 KS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 정규시즌·KS 통합우승, 2017년 KS 준우승을 이끈 데 이어 올해 또다시 통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4년 연속 KS를 치르며 만들어진 김 감독의 원칙이 얼마나 단단한지 두산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두산 주장 오재원은 1차전에서 진 뒤 김 감독에게 “지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유대와 신뢰가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내가 ‘편하게 하라’고 말해도 선수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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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