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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제약사·바이오벤처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강기헌 과학&미래팀 기자

강기헌 과학&미래팀 기자

“바이오 벤처가 만든 신약 후보 물질을 유한양행이 쏘아 올렸다.”
 
지난 5일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얀센과 폐암 치료 신약 후보 물질 레이저티닙(Lazertinib) 공동 개발 계약을 했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서 나온 해석이다. 1조3400억원이란 수출 규모보다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의 상생에 주목한 것이다.
 
유한양행이 국내 바이오 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레이저티닙을 10억원에 사들인 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문을 연 오스코텍은 연구 중심 회사로 단국대 치과대학 내 벤처로 시작했다. 치과용 뼈 이식재를 기반으로 성장해 2007년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지만, 직원 수는 35명에 불과하다. 제노스코는 레이저티닙이란 신물질을 개발했지만,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 코스인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긴 부담스러웠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이 들어가는 국내 임상시험은 자금력이 달리는 바이오 벤처에겐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유한양행은 지분 참여 등을 통해 제노스코에 68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두 회사의 협업과 개방이 이번 기술 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유한양행과 바이오 벤처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국내 바이오 벤처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산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억1800만 달러(2450억원)에 수출했다.
 
국내 제약사의 바이오 벤처 투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고 있다. GC(녹십자홀딩스)는 국내·외 바이오 벤처 8곳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이와 별도로 GC(녹십자홀딩스) 자회사인 GC녹십자는 미국 항암제 개발 바이오 벤처 아르고스 등을 포함해 4개 회사에 8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2015년 미국 바이오 벤처 알레그로에 2000만 달러(224억원)를 지분 매입 방식으로 투자했다. 이 회사는 당뇨성 망막증 등 안과 관련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제약사뿐만이 아니라 바이오 기업도 벤처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9월 바이오 벤처를 발굴해 글로벌 임상시험 전액을 부담하는 신약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내놨다. 셀트리온은 지난 8월 충북대와 손잡고 조인트 바이오 벤처를 설립했다.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여건은 좋다. 국내 바이오 벤처가 매년 증가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벤처는 2016년 말 기준으로 1665곳이 있다. 2016년 한 해만 440개 이상의 바이오 벤처가 문을 열었다.
 
지난달 한국을 찾는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미카엘 돌스텐 연구개발 총괄 사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민간 자본이 바이오 벤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가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생태계를 만들면 한국 바이오 경쟁력도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강기헌 과학&미래팀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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