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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양팔 없어 성폭행 불가능?···'현대판 민며느리' 또 유죄

성폭력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성폭력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12세 소녀에 아내·며느리 역할 요구한 1급 지체장애인
 
초등학생 소녀를 임신시키고 수년간 한집에서 부부처럼 살며 아내와 며느리 역할까지 강요해 '현대판 민며느리' 논란을 빚은 30대 지체장애인이 뒤늦게 법정에 섰지만, 재판 내내 "강제적인 성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항소심 법원은 형을 낮추긴 했지만, 원심과 마찬가지로 "양팔이 없어 상대 도움 없이는 성관계가 불가능하다"는 남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른 '스모킹 건(결정적 근거)'은 뭘까.  

12세 소녀 임신시키고 3년간 부부처럼 살아
'현대판 민며느리' 논란 빚은 1급 지체장애인
딸 낳고 또 임신하자 낙태…피임 시술 강요
재판 내내 "강제적 성관계 없었다" 주장
항소심 "혼자 탈의·성폭행 가능" 유죄 선고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진구)는 6일 "미성년자의제강간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급 지체장애인 A씨(30)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함께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사고로 양팔을 잃은 A씨는 전자 의수(인공으로 만든 손)를 사용한다. A씨는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북 전주시 자신의 부모 집에서 B양(16)과 동거하며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2015년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아동강간죄)도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앞서 A씨는 초등학교 6학년(당시 만 12세)이던 B양과 성관계한 혐의로 2015년 6월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이혼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B양은 2014년 전북 군산의 한 아동센터에서 자신을 돌보던 아동복지교사 A씨와 성관계 후 이듬해 딸을 낳았다.  
 
아동학대 표현한 일러스트.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 기부]

아동학대 표현한 일러스트.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 기부]

학대 부인…법원 "어린 피해자가 무슨 죄" 실형
 
두 사람의 관계를 수상히 여긴 주변 사람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2015년 8월 A씨에게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형법은 만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한 사람은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강간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0월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B양이 "내가 원해서 성관계를 했다"며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서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A씨 부모 집에서 부부처럼 함께 살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B양이 현대판 민며느리냐"는 비판이 거셌다. 민며느리제는 10대 소녀가 남자 집에 미리 가서 살다 결혼하던 고대 풍습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성년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아 성적·정서적 학대를 일삼았다"며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원심 판결에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고, 형도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A씨는 성적 학대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주장했다. "(양팔이 없는) 신체 구조상 피해자(B양)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성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또 "피해자가 2015년 11월 산부인과에서 받은 수술은 낙태 수술이 아니라 자연 유산에 따른 치료였고, 루프(자궁 내 피임 장치) 시술도 피해자 의사에 따랐다"며 신체적 학대 혐의도 부인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협조 없이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법정에서는 "전자 의수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성관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수사 기관에서는 "양팔이 없어 정상적인 체위는 곤란하지만 피해자 몸에 몸을 밀착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하기도 했다"며 정반대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A씨가 집에서 고무줄 바지를 입거나 단추를 채우지 않고 옷을 입는 등 혼자서도 바지와 웃옷을 벗을 수 있다는 사실도 유죄 판결에 영향을 줬다.  
 
아동학대 이미지.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이미지.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낙태·루프시술 강요…가출하자 SNS에 '출산 폭로' 협박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자(B양)의 진술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라고 봤다. B양은 경찰에서 "A씨의 강제적인 성관계 요구와 A씨 어머니의 언어 폭력 등 부당한 대우, 원치 않는 루프 시술 등으로 배신감과 실망감에 사로잡혀 일정 시점(만 14~15세) 이후 A씨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양이 낙태 수술이 아닌 자연 유산에 따른 치료를 받았다"는 A씨 주장도 거짓말로 봤다. 당시 산부인과 진료 기록에 이런 내용이 없는 데다 자연 유산에 따른 치료 목적의 수술의 경우 건강보험 처리가 가능한데도 보험 청구 내역도 없어서다. 더구나 A씨와 A씨 어머니는 불법적인 낙태 수술의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으로 수술비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피해자가 임신에 대한 염려 없이 남성과 성관계할 목적으로 루프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 모자(母子)가 B양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강행한 '신체적 학대 행위'로 규정했다. "임신중절 수술받기를 주저하던 피해자가 신체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수술을 받은 지 불과 4일 만에 다시 성관계할 목적으로 자궁 안에 피임 기구를 삽입하는 시술을 희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B양이 A씨 모자로부터 낙태 수술을 강요받고, 루프 시술을 받은 나이는 만 13세에 불과했다. 이런 학대에 못 이겨 B양이 가출하자 A씨는 "출산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가 무거운데도 여전히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상당한 액수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어린 딸을 부양해야 하는 점, 양팔이 절단된 1급 지체장애인인 점 등을 고려해 판결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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