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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사 '이선권 냉면'에 "설마 손님 앞에서 그랬겠나"

지난 3~4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화협(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회의. 이곳에 나온 일부 북측 인사들도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 인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북) 정책이 바뀌갔(겠)습네까?”라고 남측 인사들에게 물었다. 다른 이는 “선거 이후 북남 관계, 조·미 관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라고 남측 인사들을 떠봤다. 이들은 물론 “미국이 제재를 풀건 말건 우리(북한) 길을 간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중간선거 전망과, 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궁금해 했다. 북한 당국자들이 현재 어디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 통일음악단원들이 지난 3일 오후 남북 민화협 연대모임 직후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북한 통일음악단원들이 지난 3일 오후 남북 민화협 연대모임 직후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일부 북측 인사는 최근 남측에서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이 논란을 부른 걸 알고 있었다. 한 인사는 “현장을 직접 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우리가 평양 수뇌상봉(정상회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잘해 줬냐. 설마 그런 얘기가 실제로 있었겠는가”라며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인사는 “남측 손님들을 불러놓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며 “남측에서 뭔가 오해했거나, 잘못 들은 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금강산 호텔 앞에 설치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제화(벽화). 주변에 야간 조명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광 집광판(사진 우측 하단)이 설치돼 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금강산 호텔 앞에 설치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제화(벽화). 주변에 야간 조명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광 집광판(사진 우측 하단)이 설치돼 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이틀간의 행사는 남북 민간교류 협의체인 남북 민화협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금강산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연 ‘남북민화협연대모임’이다.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2008년 중단된 뒤 현지에서 남북 민간단체가 진행한 첫 행사다.  

 10년 만에 드러난 금강산 관광 지역 내부는 곳곳이 벗겨지고 퇴색했다. 아스팔트 도로는 여기저기가 파였다. 관광마차와 컨테이너 숙소는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남측 관광객들이 식당 등으로 썼던 온정각, 수정봉식당과 금강산 병원 등의 출입구엔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북측 관계자에 따르면 남측 기업이 장전항 인근에 건설했던 골프장(아난티골프장)은 관리를 하지 않아 풀밭으로 변했다. 관광객들을 태웠던 중형버스는 ‘현대아산’ 로고를 그대로 붙인 채 북한의 강원도 번호판(강원 90-1210)을 달고 운행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사라지자 북한 당국이 주민 수송용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엔 모두 ‘금강산 000’이라는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남북 민화협 연대모임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금강산 삼일포를 방문해 호수위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삼일포는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남측 관광객들이 관광하던 해금강 근처의 호수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남북 민화협 연대모임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금강산 삼일포를 방문해 호수위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삼일포는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남측 관광객들이 관광하던 해금강 근처의 호수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단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은 최근까지 이용한 듯 말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호텔 객실의 침구류는 현대아산 마크가 찍혀 있어 10년 전의 남측 물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인사는 “남측 관광객 발길이 끊긴 뒤 우리(북) 인민들과 외국인들이 찾아온다”며 “지난달에는 미국과 서구라파 관광객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남측 김선권(왼쪽)씨와 북측 한호섭씨가 지난 3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연대모임 직후 양측이 채택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남측 김선권(왼쪽)씨와 북측 한호섭씨가 지난 3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연대모임 직후 양측이 채택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남북 민화협 관계자들은 이틀간의 행사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토대로 해 화해ㆍ단합의 전성기를 실현하고, 폭넓은 연대와 민족적 단합을 추동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냈다. 결의문은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며 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권리에 속하는 문제며, 우리 민족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며 “모든 문제를 민족 우선, 민족 중시의 관점과 입장에서 보고 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밝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가를 전 세계에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백두산을 밟았던 김홍걸 남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행사에서 “지금 신고 있는 구두에 백두산에 이어 금강산 흙까지 함께 묻힌 만큼 고이 모셔놓겠다”고 했다.  
 
단 남북 민화협이 결의문에서 내건 남북 사회단체 간 협력이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곧바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또 일부 보수 진영에선 남북 민화협의 결의문이 ‘우리민족끼리’를 전면에 내세워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을 희석한다고 주장했다. 금강산=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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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