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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새마을’과 이념 투쟁 중인 구미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경북 구미에 들어서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자주 눈에 띈다. 새마을운동의 3대 정신 ‘근면·자조·협동’이라는 글귀를 새긴 깃발과 표지석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 국비 등 879억원을 들여 지은 새마을운동 테마파크까지 있는 이곳은 ‘새마을 운동의 종주 도시’라 불린다.
 
‘새마을 도시’ 구미가 새마을 때문에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잘살아 보세’하던 새마을운동이 이념 갈등의 불씨가 됐다. 최근 구미시는 1978년 처음 만들어져 40년간 존속돼 온 ‘새마을과’ 명칭을 없애는 대신 ‘시민공동체과’를 신설하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8일 시의회 의결을 거치면 ‘새마을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새마을 명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미시 새마을회·새마을지도자 구미시협의회 등 새마을 관련 7개 단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미시에는 새마을과라는 명칭이 가장 어울린다. 2만여 새마을 회원은 명칭 변경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새마을 명칭 갈등은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으로 옮겨붙었다. 전병억 박정희 생가 보존회장은 “진보 성향의 새 시장이 박 전 대통령 흔적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구미시는 지난 6·13 지방 선거에서 1995년 민선 단체장 선거 이후 처음으로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진보 진영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미시청 앞에서는 ‘새마을과 폐지’ 피켓을 든 시위가 이어졌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새마을 운동 업무는 박정희 흔적 여부를 떠나 민간단체 영역이다. 이런 업무를 그동안 시청에서 해온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는데, 개선할 기회가 생겼으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은 오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일을 앞두고 증폭될 조짐이다. 장 시장은 이미 탄신행사 불참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일 추도식에도 불참했다. 당시 추도식 현장에는 ‘박정희 지우기 장세용과 촛불 독재 막아내자’라는 거친 피켓이 등장하기도 했다.
 
구미에서 차로 50분을 달리면 나오는 영남대에는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이 있다. 베트남·쿠바 등 25개국에서 온 65명의 유학생이 이곳에서 ‘새마을학’을 공부하고 있다. 가르치는 이도 배우는 학생도 새마을학에서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을 전수하지 않는다. 근면하고 자조하고 협동해서 잘살아 보려던 생각을 이념의 잣대로 묶고 투쟁하는 것은 그저 ‘정치 과잉’일 뿐이다.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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