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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칼레츠키와 장하성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폴란드 경제학자 미하우 칼레츠키(Kalecki). 우리에겐 이름도 생소한 그가 지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어 놓고 있다. 그가 바로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장본인이라서다. 칼레츠키는 1899년 폴란드의 산업도시 로츠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생활 전선에 바로 뛰어드는 바람에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그는 기업 신용분석 업무를 맡으면서 통계 전문가로 성장하고 경제 문제에도 눈을 떴다.

 
주요 관심사는 소득분배였다. 사회주의 진영이었던 폴란드 출생인 데다 청년 시절 비정규직 경험까지 했으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나아가 폴란드 출신의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가 쓴 논문을 탐독하면서 경제 문제를 자본가·노동자의 계급 구조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1938년 경제학 분야 최고 학술지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한 논문 ‘소득분배 결정요인’이다. 기업 이윤을 잘 배분하면 노동자 임금이 늘어나 소비·투자·생산이 연이어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임금주도 성장’ 가설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는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활발한 학문적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예나 지금이나 소득분배는 중요한 경제 어젠다라는 얘기다. 그런데 칼레츠키의 논문에는 많은 반박이 뒤따랐다. 모든 가설이 그렇듯 칼레츠키의 가설 역시 현실과 괴리된 전제조건을 달고 있어서였다. 노동자의 소득은 임금밖에 없고 자본가의 독점으로 기업은 독과점 상태라고 봤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과도한 이윤을 취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노동자에게는 임금 외에 쌓아둔 저축도 있고, 정부는 규제를 통해 독과점을 억제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엔 자영업자도 많다.

 
이런 논란에도 칼레츠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좌파의 눈으로 분배의 필요성을 고민하면서도 시장경제의 역할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보낸 말년에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민간 투자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논문도 펴냈다. 이상에만 머물지 않고 실용적 대안과 통찰을 보여줬기 때문에 위대한 경제 사상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검증되지 않은 학문적 가설을 현실에 끌어들여 “소득주도 성장으로 성과를 보여주겠다”며 정책실험에 나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도그마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타깝고 씁쓸한 표정 아닐까. 아 참! 칼레츠키는 통계에도 매우 밝았다. 정부의 통계 분식 시도에는 쓴웃음까지 지을지 모른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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