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불길한 편서풍 약화 … 강추위에 전력난 올까 두렵다”

탈원전 뒤에 도사린 불안한 조짐들
곧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는 월성 원전. 대책을 서두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맨 오른쪽이 가동을 멈춘 1호기다. [뉴스1]

곧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는 월성 원전. 대책을 서두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맨 오른쪽이 가동을 멈춘 1호기다. [뉴스1]

전국 58개 대학의 교수 217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올해 3월 발족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다. 목표는 이름에서 보듯 ‘합리적·현실적·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 제시’다. 회원들의 전공은 공학·자연과학에서 인문·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원자력 전공은 전체의 20% 정도다. 회비를 모아 수시로 세미나·토론회를 열었다. 지금까지 토론회는 대체로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을 비판하는 쪽으로 흘렀다. 에교협에 참여한 교수들을 만나 무엇이 문제인지 들어봤다. 이들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은 물론 신재생 산업의 경쟁력마저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겨울 한파 부른 대기흐름 변화
최근 들어서도 잇따라 발생

탈원전에 전력 공급 능력은 부족
맹추위 덮치면 난방 대란 가능성

‘원전 축소가 세계적 추세’ 등
정부가 가짜 뉴스 만들어 내기도

폐기물 저장소 확장엔 뒷짐만
"원전 가동 조기중단 속셈” 해석

 
# 에교협 공동대표인 이덕환(64) 서강대 화학과 교수. 그는 한때 한국원자력학회에서 당사자들을 앞에 놓고 “원전 마피아”라며 쓴소리를 퍼부은 적이 있다고 했다. 자기들끼리만 뭉쳐 국가 정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다른 과학·공학계를 외면하고, 그러다 때론 비리까지 터지던 행태를 비판한 것이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원자력계가 지금 더 궁지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고 했다. “잘못된 정책 때문에 당장 올겨울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열린 에교협 토론회 모습. [권혁주 기자]

지난달 열린 에교협 토론회 모습. [권혁주 기자]

왜 불안하다는 건가.
“난방 전력 부족 사태가 벌어질까 봐서다. 이미 여름에 전력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나. 새 정부 들어 만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최대 수요를 8610만㎾로 잡았는데 실제는 9250만㎾까지 치솟았다. 올해 겨울은 전력 수요가 그 이상일 수 있다. 대체로 여름보다 겨울에 전력 소비가 많았다.”
 
지난 여름은 기록적인 더위였다.
“이번 겨울에 극심한 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 나는 최근 ‘편서풍이 약해진다’는 뉴스에 신경이 곤두선다. 보통은 편서풍에 밀려 동쪽으로 가던 태풍이 얼마 전 편서풍이 약해지면서 서쪽으로 가기도 했다. 불길하다. 이런 현상이 겨울까지 이어지면 강추위가 덮칠 거다. 지난 겨울에 유달리 추웠던 것도 편서풍이 약해진 틈을 타고 북극의 찬 공기가 밀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만일 강추위에 전력이 부족해 난방을 못 한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실 과거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더 잘 들어맞는다.
“현 정부가 탈원전 때문에 현실을 무시하고 수요 예측을 억지로 낮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부가 원전에 대한 거부감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성급하게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계획은 경제성·효율성·공급 안정성, 그리고 안전과 환경을 두루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원전과 다른 에너지원을 같이 놓고 비교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온당치 않다. 다양한 에너지원과 대안을 올려놓고 과학적·합리적으로 따져보자는 게 에교협의 주장이다.”
 
그런 주장이 정부에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포용’을 내세우면서 자신들과 반대 주장에 귀 기울이지는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원전 관련, 일종의 가짜 뉴스까지 만든다.”
 
어떤 게 가짜 뉴스인가.
“‘탈원전이 대세’라든가, ‘독일이 탈원전·신재생으로 성공했다’는 것 같은 그릇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한다. 오히려 원전을 연장 가동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일본조차 탈원전에서 벗어나 다시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하지 않나.”
 
독일 얘기는 어떤 점이 틀렸나.
“태양광·풍력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날씨가 나쁘면 발전량이 확 줄고, 반대로 여건이 좋으면 전기가 많이 나온다. 전기가 넘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넘치는 전기가 이웃 나라로 흘러 들어간다. 이게 이웃 나라에서 정전 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일부 이웃 국가는 독일과 전력 체계를 단절시키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탈원전·신재생이 빚은 갈등이다. 전기요금도 엄청나게 올랐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최근 10년간 42% 인상됐다.)
 
 그렇다면 신재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극복해야 할 단점이 있지만, 신재생은 소중한 미래 기술 중 하나다. 원전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도록 정부가 기술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책은 완전히 거꾸로다.”
 
신재생 공급량을 대폭 늘리겠다는데 거꾸로라니 무슨 말인가.
“태양광 시설을 만들면 보조금을 주는데, 이건 기술 개발자가 아니라 설치 사업자만 키우는 정책이다.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수입해 쓰는 사업자들 말이다. 이들에게 보조금 주는 게 우리 태양광 기술 개발에 무슨 도움이 되나. 더구나 보조금이 여당 지지 성향 인사들에게 주로 간다는 게 참….” (※서울시 미니 태양광 보급사업 보조금의 50%를 친여 성향의 협동조합이 받았다.)
 
 
# 에교협 교수들이 “탈원전과 관계없이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확장하는 것이다. 영구저장 시설을 짓기까지 필요한 임시저장고다. 일부 발전소는 포화가 눈앞에 다다라 당장 확장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윤종일(51)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저장 시설이 모자라 정부의 탈원전 계획보다도 빨리 원전을 멈추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발전소가 급한가.
“월성 원전(경북 경주)은 2020년이면 포화된다. 원전을 멈춰 시간을 번 게 그렇다. 2016년에 한수원이 저장시설 확장 운영 신청을 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여태껏 묵묵부답이다. 짓는 데 1년 6개월은 걸리니 즉시 승인을 받아 공사해야 한다.”
 
바로 승인받는 건 불가능할까.
“2년 전 만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정부가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가 나와야 시설 확장 같은 후속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원안위는 최근 강정민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재검토는 언제 하고, 또 원안위는 언제 채워 심사·승인할지 기약이 없다. 답답하기만 하다.”
 
월성 말고 다른 원전은 어떤가.
“고리(부산 기장)와 한빛(전남 영광)이 문제다. 고리는 사용후 연료를 신고리(울산 울주)로 옮겨 저장하기로 했는데, 행정구역이 달라 문제가 생겼다. 지방자치단체 간에 마찰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중재 노력은 없는 것 같다.”
 
한빛은 2026년에 포화다. 아직 여유가 있지 않나.
“한빛은 상황이 달라 설계와 인허가·건설에 8년이 걸린다. 지금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도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한빛 원전은 가동 40년이 되기 전에 세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빛 5, 6호기는 2002년에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보일러가 멀쩡하고 연료 공급에도 문제가 없는데 연탄재 버릴 곳이 없어 난방을 못 하는 셈이다. 정부가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원전을 멈추면 전력 공급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만들어 놓고 꼭 채우지 않아도 된다. 비효율이지만, 저장시설이 모자라 전력 부족 사태가 빚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 “2030년까지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10.9%다.” 정부는 탈원전에 따른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태양광 패널값이 계속 떨어져 별로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벌써 인상설이 나온다. 한국전력과 자회사들이 비용 2조5000억원을 절감하기 위한 비상경영에 들어갔을 정도로 수익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온기운(63)에교협 공동대표(숭실대 경제학부 교수)는 “애초 정부가 제시한 수치에 현실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점이 현실과 동떨어졌나.
“정부 예측은 앞으로 태양광 패널값이 뚝 떨어지리란 예상에 기반을 뒀다. 하지만 패널값은 태양광 설비 전체 공사 비용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땅값·인건비에 공사 자재비 등이 70%다. 패널값이 떨어져도 땅값과 인건비는 계속 오를 거다. 그뿐 아니다. 정부는 수많은 신재생 발전 설비를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는 공사 비용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연결에도 엄청난 돈이 든다. 역시 발전 단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물가만큼도 오르지 않는다는 건 믿기 어렵다. 훨씬 더 오를 거다.”
 
벌써 한전과 자회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탈원전 영향이 크다. 알다시피 값싸게 전기를 만드는 원전을 세우고 액화석유가스(LNG)·석탄 발전소를 많이 돌리지 않았나. 거기에 연룟값도 뛰었다. 돈을 벌지 못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이 아니라, 이상이 발견돼 정비·점검을 하느라 원전을 세웠다고 한다.
“필요 이상으로 오래 세운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원전 정비 기간이 확 늘지 않았나. (※원전 1기당 평균 100일 내외였던 정비 기간은 지난해 283일이 됐다.) 원전은 오래 멈출수록 발전 단가가 오른다.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나중에 ‘원전 경제성이 별로 좋지 않다’고 탈원전 구실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부가 한전을 압박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한전의 빚이 계속 늘어난다. 한전은 상장사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했다. 투자하는 주주들이 있는데 계속 빚만 늘릴 수 있을까. 언젠가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폭발할 거다.”
 
탈원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는 걱정도 나온다.
“그렇다. 신재생도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지만, 햇빛이 없을 때는 대신 화력발전소 등을 돌려야 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를 뿜게 된다. 발전회사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는 등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 그건 결국 전기요금에 대한 추가 부담으로 이어질 거다.”
 
권혁주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