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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중국 고전문학 존경…한국은 번역조차 안 돼"

대산문학상 시·소설·평론·번역 수상자 간담회
박지원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스페판 브와 홍익대 교수.

박지원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스페판 브와 홍익대 교수.

"조선이 지금과는 다른 굉장히 먼 세계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나는 오히려 오늘의 한국사회와 근접한 것으로 생각했다. 계층·계급이 오늘날도 여전히 존재하고, 과거와 같은 양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또 다른 형태의 양반이 한국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 겸 소설가 박지원의 소설집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제26회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스테판 브와 홍익대 불문과 교수의 말이다. 
 
우리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늘 관심사다. 우리 안에 매몰되지 않은 객관적 시선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인 조은라씨와 공동 번역한 『La Remontrance du tigre(호질 : 박지원단편선)』(드크레센조)로 5000만원 상금의 주인공이 된 스테판 브와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고전문학은 프랑스에 많이 번역돼 프랑스인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데 한국의 고전문학은 거의 번역이 안 돼 있어 아쉽다"고 했다. 
 
프랑스는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문학이 비교적 많이 번역돼 소개된 나라다. 이청준·이문열·이승우 등의 작품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 고전문학 번역 소개가 크게 부족했다는 얘기다.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는 "한국 고전문학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현지 출판된 건 1990년대 중반 『춘향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브와는 영어로 번역된 박지원의 단편소설들을 읽고 관심을 느꼈다고 한다. "더 많은 한국의 고전이 외국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번에 번역상을 받은 데 대해 박지원이나 허균 등 당대의 아웃사이더 작가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다음은 부분별 수상작과 평가, 수상자 발언. 상금은 각 5000만원.  
 
◇시 부문 :『Lo-fi』(문학과지성사) 강성은 시인 
강성은 시인

강성은 시인

 

"암울하고 불안한 세계를 경쾌하게 횡단하며 끔찍한 세계를 투명한 언어로 번역"(심사평)

▶수상 소감: "기대하지 못했다. 깜짝 놀랐다.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6월 시집을 냈는데 몇 년 동안 붙잡고 있었던 시집이다. 시집 내기 주저했다. 원고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다. 시집을 내면서도 잘하고 있는지 걱정됐다. 계속 시를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계속 쓰라는 얘기인 것 같아서 앞으로 시 쓰는 데 힘 되겠다 싶다. 격려받은 기분이다."
"세월호와 문단 내 성폭력이 최근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을 겪으며 시 쓰기 힘들어 시 못 쓰는 시간 많았고 그럼에도 써야 할 것, 내 시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는 차원에서 쓴 시들이다. 그 전에 내 시에 환상적인 세계 있었다면 이 시집에서는 환상 꿈꾸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시들이 암울해진 것 같다. 내가 사는 이 세계는 산 것과 죽음과의 경계라는 생각, 그런 고민이 많이 담겨 있다. 이 시집은 고민의 결과는 아니고 고민한 흔적들이다. 제목 'Lo-fi'는 저음질이라는 뜻이다. 좋아하는 인디 음악가들이 보통 집에서 홈레코딩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음질이 대개 로파이다. 내가 시 쓰는 동안 저음질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소설 부문 : 『아홉번째 파도』(문학동네) 최은미 소설가
최은미 소설가

최은미 소설가

"감각적이면서도 치밀한 묘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에 대한 정밀한 접근, 인간 심리에 대한 심층적 진단, 허구의 언어로 강력한 리얼리티를 구축"(심사평)

▶수상 소감: "두 권의 소설집 이후 첫 장편소설이다. 쓰면서 반반의 마음이 있었다. 내 세계를 마음껏 풀어내고 싶은 마음, 다른 한 편에 과연 내가 소설 속 인물과 세계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타인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었다. 결국 소설 쓰는 일은 타인을 경유해서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소설 쓰며 알았다. 계속 써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소설의 무대인 '척주'는 지방 소도시다. 소설 구상할 때 처음부터 그런 도시 생각한 건 아니고 내가 잘 아는 지역의 아주 작은 지점부터 시작했는데, 구상부터 집필까지 척주라는 도시의 현실을 차츰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됐다. 그 발견의 과정에서 소설 쓰는 희열도 있었지만 좌절도 있었다. 소설 안에 정말 많은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는데, 중앙이 던진 돌에 휘둘리는 지역들의 얘기가 들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민들의 고통과 욕망이 맞물리는지 그리고 싶었다."
 
◇문학평론 부문 : 『애도의 심연』(문학과지성사)
우찬제 문학평론가·서강대 교수 
우찬제

우찬제

 

"현장 비평이 텍스트에 최대한 근접하고 그것의 맥락과 기원을 탐색하는 작업임을 명징하게 보여줘"(심사평)

▶수상 소감: "쑥스럽다. 상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내게 큰 상이 주어졌다. 오랜만에 평론집인데 그동안 많이 게을렀다. 세월호 이후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며 애도의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문학이 하는 일은 세월호와 같은 사건을 직간접적인 다루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에 관한 애도의 문제에 관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여기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시대 고민과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면서 감각의 종합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원리를 어떻게 찾아 나갈 수 있을까 살펴보겠다. 그런 일을 문학비평으로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
 "창작자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자기 생각 갖고 일하는데 비평가들은 불행하게도 특히 현장비평은 자기 주도적인 작업을 하기 어렵다. 너무 자기 주도적이면 자기 틀에만 맞춰 작품을 평가하거나 재단한다. 그러나 너무 현장만 따라다니면 내가 없는, 내 숨결 없는 비평이 될 수 있다. 비평가는 그런 경계선의 탈주를 아슬아슬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 시대에 여러 소통 채널이 많다 보니 말과 글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래서 오히려 비평가가 제 역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떤 말과 글을 선택하고 원하는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들었다. 열심히 하되 말과 글을 아끼는 쪽으로 더 적게 더 깊게 써야겠다고 생각 한다. 최근 고민 중 하나는 작가, 시인들의 관심사가 특별해지면서 공간의 자장이 좁을 수도 있다는 점인데, 감각이 특별하면서도 넓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각각의 관심사가 어떤 징후나 맥락 속에서 이뤄지는지 관심사끼리를 연결하고 가로지르면서 적극 해명하다 보면 그런 개별적인 관심사들의 의미가 부상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세대 간 소통에 도움 되는 작업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번역 부문 :『La Remontrancedutigre(호질 : 박지원단편선)』
(드크레센조) / 스테판 브와, 조은라 공동번역
조은라 번역가

조은라 번역가

박지원 불어 소설집

박지원 불어 소설집

 

"원문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주석들이 돋보이며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원작 특유의 은유와 풍자를 잘 전달"(심사평)

▶수상 소감
조은라 "공동번역자 잘 만났다. 너무 큰 상 주셔서 몸 둘 바 모르겠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은 흥미로운 작가다. 보수적 틀 안에서 나름 새로운 것 시도하고 문학 속에서 자기만의 풍자를 시도한 게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스테판이 한국문학에 관심 많다. 박지원의 단편 몇 작품을 읽고 굉장한 흥미를 느낀 것 같다. 박지원은 18세기 작가이니까 문화와 언어 차이를 어떻게 뛰어넘을지 고민하다가 프랑스 사람들이 너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각주를 집어넣기로 했다. 그를 위해 방대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좀 질렸었는데 스테판 선생의 프랑스 특유의 꼼꼼하고 이성적 부분, 그 열정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스테판 브와 "박지원은 조선시대의 아웃사이더 작가였다.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여서 기쁜 마음으로 번역했다. 서양에서는 박지원이 태어나 글 쓰고 약 1세기 지나서야 영어, 독일어 등으로 박지원이 번역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박지원이 소설에 등장시킨 하층민들의 풍자를 살려 번역하는 일에 관심이 컸다. 프랑스 독자들은 주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럼에도 언어와 문화가 달라 주석을 굉장히 많이 넣었다."
 "조선이 굉장히 먼 세계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오히려 오늘 사회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계층·계급이 여전히 존재하고, 양반이라는 계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형태의 양반이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전문학은 프랑스에 거의 번역 안 돼 있어 아쉽다. 중국문학은 많이 번역돼서 사람들이 존경하는 마음 갖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현대문학이 많이 번역됐다. 한국 고전문학이 더 많이 번역되어야 한다. 박지원 같은 아웃사이더 작가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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