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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글중심] 정유라의 선견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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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2014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그 유명한 글이다. 다른 대목도 여전히 눈길을 끈다.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 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 2016년 여름 시작된 이대생 시위는 정씨의 특혜 입학과 학사 비리가 폭로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이게 나라냐’는 온 국민의 분노는 촛불로 타올랐다.
 
최근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네티즌들이 2년 전 논란이 됐던 정씨를 다시 소환했다. ‘정유라 욕할 것 없다니까’ ‘틀린 말 하진 않은 게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복이긴 함’ 같은 자조 섞인 반응이 많았다. ‘빽’이 있어야 취직한다는 ‘유빽유직 무빽무직’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대학생 모임이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규탄하며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 붙인 대자보도 화제였다. ‘취업공부(하는) 내가 바보’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 대학생이 취업하려면 …다시 태어나서 민주노총 조합원 부모를 두어야 합니까?’라는 한탄이 많이 회자됐다. 대학가 곳곳에도 ‘현대판 음서제’ ‘민노총은 적폐 끝판왕’ 등의 비판 대자보가 붙었다.
 
시중은행 등 민간기업의 채용 비리도 심각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국민은행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 채용 비리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주엔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신한은행 전·현직 고위인사와 은행 법인이 채용 비리로 기소됐다. 사기업의 채용도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경고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은행권 채용 비리를 개선하기 위해 올 상반기 공채에서 필기시험을 부활하고 학교·나이·출신지 등 개인 신상을 숨기는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더니 여성 합격자가 늘고 서울·고려·연세대의 SKY 출신이 줄었다고 한다. 간판보다 실력이 대우받는 세상이 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유라씨의 선견지명(?)은 부모라는 혈연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금수저 세계의 일단을 보여줬다. 하지만 채용 비리만 욕해선 정씨의 말처럼 ‘성공’할 수 없다. 금수저들은 또 ‘종목’을 갈아탈 테니까. 인적 네트워크가 좋은, 소위 ‘마당발’이 성공하는 사회는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실력에 의한 경쟁을 가로막는다. 이 참에 혈연뿐만 아니라 학연·지연·인맥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연줄사회의 폐해가 함께 없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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