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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勞에 “NO”한 盧

박태희 내셔널팀 기자

박태희 내셔널팀 기자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정부의 노조 편향적 정책 때문이다” “이익단체의 실력행사가 정책을 좌우하는 나라가 돼버렸다” “행정권이 정부가 아니라 노동단체에 있다”.
 
지난달 끝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쏟아진 쓴소리들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2003년 6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상대로 쏟아낸 비판들이다.
 
꼭 이 같은 질타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노무현의 ‘친노(親勞)’ 정책은 이후 방향을 크게 틀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파견법이 통과됐고 노동계가 반대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당시 한 일간지는 노무현과 노조의 결별을 전한 기사를 ‘勞에 “NO”한 盧, 盧에 怒한 勞’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친노(親勞) 대통령의 ‘배신’에 분노한 노동계는 이후 화물연대를 필두로 연일 파업에 나섰으나 노 전 대통령은 공권력을 앞세우고 물러서지 않았다.
 
16년이 흘러 다시 진보 대통령이 당선하고 난 뒤인 이달 1일. 민노총은 21차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11월 총파업 세부 일정을 확정했다. ‘투쟁 캘린더’는 빈 날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노동법 전면 개정부터 해고자 복직, 사회 대개혁 등 명분도 다양하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어 총파업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격문도 나붙었다.
 
중앙집행위의 결의가 아니더라도 이미 전국에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벌이고 있는 집회와 시위 현장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김천시는 ‘민노총 소속원만 먼저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장실을 점령당했다. 한국잡월드 분회는 고용부 경기지청을, 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고용청장실을 점거했다. 한국지엠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각각 고용부 창원지청과 서울고용청을 점거했다.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도 민노총 소속 복직자들이 주도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 노동정책 전문가인 한 교수는 이를 “민노총이 소위 ‘촛불 청구서’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화 등을 다 얻어내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본색’에 대해 “얻어내는 것이 많을수록 조직이 강화되고 강성화되는 민노총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투쟁 캘린더에 공지된 일정만으로도 이번 달은 전례 없이 뜨거운 11월이 될 전망이다. 때아닌 총파업 계절을 맞아야 하는 촛불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투쟁력은 중요하지만 타협의 수단으로만 존재해야 한다. 밤낮없이 밑도 끝도 없이 싸움만 하고 끝장 보자는 것이 투쟁은 아니다.” 2005년 6월 ‘勞에 NO한 노 전 대통령’이 노사협력 유공자들을 초청한 오찬에서 한 말이다.
 
박태희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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