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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남북회담때도 10분 만에 탁자치고 나간 이선권

이선권(사젠 젤 앞).

이선권(사젠 젤 앞).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돌출 발언’ 시리즈를 완성했다. 지난달 10·4 선언 기념식을 위해 방북했던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 목구멍’ 발언을 꺼낸 데 이어 집권 여당 정책위의장에겐 ‘배 나온 사람’ 발언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선권은 지난달 5일 방북했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한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배석자들에 따르면 민주당 측 인사가 “이분이 우리 당에서 정부 예산을 총괄한다”고 김 의장을 소개하자 이선권이 이같이 답했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김 의장은 4일 이선권 발언을 묻자 “자꾸 가십을 만들어내지 말라. 그러면 본질은 흐려진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당시는 식사 자리로, 별 의미 없는 술자리 농담 정도로 여겼고, 배석자들도 웃어넘겼다고 한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선권의 발언이 거칠기는 하지만 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는 농담이었다고 보고 있다. 김 의장은 ‘(해당 발언이) 심각하게 오간 건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선권은 북한군의 대남 일꾼으로 잔뼈가 굵었다. 지금까지 30차례 이상 각종 남북회담에 참가했다. 그는 2010년 5월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피격의 증거에 대해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2016년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올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모두 참석했다. 과거에 그를 접했던 남측 인사들에 따르면 이선권은 한국 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기세를 잡기 위해 거칠게 나서곤 했던 인사다.  
 
연이은 ‘오만 발언’이 투박한 그의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선권은 거칠고 급한 성격”이라며 “남북대화 실무진에 있을 때부터 눈여겨봤는데, 늘 거들먹거리면서 상관도 무시하는 태도였다”고 기억했다.
 
2011년 2월 9일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예비) 회담 때 일이다. 남측이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은 오후 회담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핏대를 세우다 탁자를 내리쳤다.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는 평양에서 내렸겠지만 그렇다고 회담을 10분 만에 끝장낸 건 이선권 본인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선권 발언엔 ‘냉면 목구멍’ ‘배 나왔다’에 이어 ‘주인 닮은 시계’도 있다. 그는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장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3분 늦게 도착하며 “시계가 고장났다”고 하자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 닮아서 저렇게 된다”고 핀잔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대북제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대남 기구인 조평통의 위원장으로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선권이 ‘악역’을 맡았다는 설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이선권의 돌출성 발언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미리 역할을 분담하며 작전을 짜고 나온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절하고 매력 있는 모습의 ‘굿캅(좋은 경찰)’ 모습을 보인다면 이선권은 한국을 압박하고 으르는 ‘배드캅(나쁜 경찰)’으로 실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선권을 놓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는 비판이 제기되는 반면,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터부시됐던 김영철은 현재 미국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메신저로 대접받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2일(현지시간) “2인자를 만날 것”이라며 북·미 고위급회담을 예고했는데 2인자는 김영철을 지칭했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김영철도 만나 봤던 전직 당국자는 “김영철이나 이선권이나 약점을 찾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지만, 김영철은 훨씬 더 복합적인 인물”이라며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남측 상대방에게도 사근사근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김승현·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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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