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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국유기업은 약진, 민간은 후퇴 … 거꾸로 가는 시진핑 개혁

2012년 ‘개혁개방 1번지’ 선전을 방문해 덩샤오핑의 동상에 헌화하는 시진핑 주석. [중앙포토]

2012년 ‘개혁개방 1번지’ 선전을 방문해 덩샤오핑의 동상에 헌화하는 시진핑 주석. [중앙포토]

중국 지도자의 광둥(廣東)행은 늘 주목의 대상이다. 광둥이 갖는 ‘개혁개방 1번지’로서의 상징성 때문이다.
 

시 주석, 개방 1번지 광둥 2차 시찰
미국·유럽 등은 싸늘한 시선 보내
‘사회주의의 근간은 공유경제’
뿌리 깊은 인식이 개혁 걸림돌

2012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첫 지방 시찰지로 광둥을 선택했다. 새 지도자가 선전(深圳)의 덩샤오핑(鄧小平) 동상에 헌화하며 ‘중단없는 개혁’을 다짐한 것은 개혁개방 노선을 충실히 따를 것이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듬해 공산당 중앙위 3차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채택된 공식 문서에는 “시장이 자원배분의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표현이 나왔다. 방점은 ‘결정적’에 있었다. 향후 시진핑 체제의 정책 방향에 실로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 지난달 하순 이뤄진 2차 광둥 시찰의 화두 역시 개혁과 개방이었다. 그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다시 선전에 왔다.세계를 향해 중국이 개혁개방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고 재다짐했다. 하지만 6년 전과 지금의 시 주석을 보는 외부 세계의 평가에는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시진핑 체제 아래 일어난 변화 가운데 개혁의 후퇴로 평가되는 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이 확립한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하고 권력 집중을 강화시켜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힘을 갖게 됐다. 정치·사회 변화 뿐 아니라 경제 운용에서도 개혁의 뒷걸음질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후퇴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국유기업은 중국의 고도 성장을 이끈 견인차였지만 누적된 문제점도 많다. 국유기업의 독과점에 따른 비효율은 성장 둔화의 주범으로 꼽혔고 금융 특혜로 안게 된 과도한 채무는 중국발 위기를 불러 올 시한폭탄으로 지목됐다. 시 주석은  집권 초 국유기업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확정했다. ‘혼합소유제’를 확대하고 한계에 이른 국유기업은 도태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혼합소유제는 국유기업 지분을 민간자본에 개방해 국가와 민간의 공동 소유 구조를 만든다는 의미다. 경쟁원리와 민간의 효율성, 창의성을 국유기업에 도입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현상은 정반대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국유기업이 민영 상장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경우는 9월말 현재 46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24개사 지배주주가 바뀌어 사실상 국유화됐다. 국진민퇴는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 1∼9월 국유기업의 이윤은 1조 5300억위안(약248조원)으로 민영기업의 1조2300억 위안을 앞질렀다. 이는 2010년 이후 8년만에 다시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니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9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경제 50인 포럼’에서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출의 70%, 고용의 80%를 담당하는 민영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쓴소리가 나오자 시 주석의 경제브레인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도중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 논란이 일자 시 주석은 민영기업 다독이기에 열심이다. 시 주석은 1일 취임후 처음으로 민영 기업인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민영 경제의 역사적 공헌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신도 기업인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또다른 발언은 정반대다. 그는 9월 하순 경기침체가 뚜렷한 동북 3성을 시찰했다. 방문지는 국유기업에 집중됐다. 그는 “국유기업을 의심하고 쇠퇴를 부추기는 사상과 언론은 완전한 오류”라며 “국유 기업을 더 강하고 더 우수하고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作强 作優 作大)”는 ‘3작 지침’을 강조했다.
 
국유기업 강화론은 중국 체제의 본질이나 시 주석의 사회주의 이념 성향과 무관치 않다. 사회주의의 근간은 공유경제이며 공유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국유기업이란 논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비(非)공유경제, 즉 민영 기업은 보조 수단이란 인식도 뿌리깊다.
 
40년전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선 이래 ‘시장화’는 개혁의 동의어였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래 시장화를 강화했지만 아직 국제기준에 미흡하고 국유기업에 의존하는 체질이 여전히 강하다. 중국 국유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와의 경쟁으로 받아들인다. 국진민퇴의 가속화로 국유기업이 약진하는 것을 국제사회는 개혁의 후퇴로 간주한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규정하는 시진핑 체제는 이를 부정한다. 개혁 역시 중국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단어인 개혁을 놓고도 중국과 서방의 해석이 다르다. 중국과 국제사회의 긴장이 높아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 중국 국유기업이 70~80개
중국에는 약 11만개의 국유기업이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절부터 내려온 유물이다.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모든 기업, 심지어는 동네 식당과 반찬 가게까지 국유·국영이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국유는 전민소유(全民所有), 즉 모든 국민의 공동소유를 의미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집권기에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에너지·인프라 등의 기간산업과 금융분야는 국유체제가 굳건하다. 외식업체와 소비재 업체 등에도 많은 국유기업이 존재한다. 세계에서 유명한 주류 업체인 마오타이(茅台)그룹도 국유기업에 속한다.
 
국유기업은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중앙기업과 성(省)·직할시 등 지방정부가 관할하는 지방기업으로 나뉜다. 흔히 ‘양치(央企)’란 약자로 불리는 중앙기업은 전체 11만개 중 95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양치는 전체 국유기업 자산의 40%이상, 매출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공룡기업들이다.  
 
이들 가운데 70∼80개는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양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특혜 금융으로 자금력을 키워 한때 중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4조위안을 들여 경기 부양에 성공한 것도 양치를 통해서였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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