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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무역적자 520억 … 한국, 중·일 맞서 다시 뛴다

중국 동인식품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김치 소를 넣고 있다. 중국에선 조선족에 이어 한족도 김치를 먹기 시작하면서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 동인식품]

중국 동인식품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김치 소를 넣고 있다. 중국에선 조선족에 이어 한족도 김치를 먹기 시작하면서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 동인식품]

K푸드의 대표 격인 ‘김치의 세계화’를 선언한 지 20여 년. 종주국인 우리의 김치 세계화와 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김치를 맛볼 수 있고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유명 식당에서도 김치를 내놓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해 520억원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중앙일보는 ‘디지털 기획-김치로드’(https://news.joins.com/Kimchiroad)를 통해 김치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볼 계획이다. 또 전국을 돌며 각 지역의 특색있는 맛김치를 소개한다.
  
이달 초 찾은 일본 지바(千葉)현 나리타에 있는 김치공장 ‘미야마(美山)’. 자동화한 8개의 김치 생산라인에서 유산균과 비타민, 고춧가루 등을 각각 다르게 양념한 김치가 일렬로 쏟아져 나와 자동포장되고 있었다. 배추김치만 연간 2만1000t을 만드는 이 공장은 일본 내 1위 김치 브랜드이자 회사인 ‘이치오시’가 자랑하는 곳이다. 오야마 하지메(大山 一) 대표를 만나 1위 비결을 묻자 “유산균과 낫토, 치즈 등을 가미해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만드는 기술력”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김치 1위 브랜드에 오른 건 자체 기술로 개발한 ‘LB27’이란 유산균을 200g짜리 한 박스에 870억개씩 넣은 ‘이치오시’를 출시하면서다. 이치오시는 한국·중국·일본 고추를 각각 양을 조절해 사용해서 매운 정도가 다양하다.  
 
또 단맛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감과 사과 등에서 추출한 당분으로 단맛 수위를 제품별로 조절한다. 시장에 내놓는 종류는 21가지나 된다. 오야마 사장은 “일본에서 몇 년 전까진 한국산이 많이 팔렸지만 이젠 일본산 김치가 대세”라며 “내년엔 젊은 입맛에 맞춘 김치를 들고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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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靑島)의 김치공장 동인식품유한공사(同仁食品有限公社). 3만5000㎡(약 1만600평)의 널찍한 부지에 들어선 공장에선 연간 2만t의 김치와 고춧가루 3000t을 생산한다. 중국 당국이 환경기준을 강화하면서 폐수 처리시설도 설치했고, 무균실과 샘플 실험실에서 잔류 농약 검사를 하는 등 품질관리도 철저하다. 동인식품은 올해만 김치 생산량의 60%가량인 1만t을 한국에 수출했다. 나머지는 중국 내륙 지역과 말레이시아나 캄보디아 등으로 수출한다. 칭다오는 한국 종자를 들여다 재배한 배추를 비롯해 무·양파·생강 등의 주요 생산지인 데다 하루 인건비가 3만원 정도로 낮아 한국이나 일본보다 원가 경쟁력이 월등하다. 송리시안 대표는 “한국에는 10㎏ 한 박스에 1만원 이하에 수출한다”고 말했다.  
 
“김치 종주국 지키려면 … 현지 입맛 맞추고 다양한 레시피 개발을”
 
이는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국산 김치가 ㎏당 약 1만원인 걸 감안하면 10분의 1쯤 되는 가격이다. 송리시안 대표는 “최근 조선족뿐 아니라 한족도 김치를 먹기 시작하면서 중국 내에서도 톈진(天津)·베이징(北京) 등으로 팔려나간다”며 “앞으론 단가 경쟁이 심한 한국보다 내수와 동남아·유럽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치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 김치가 안방 시장에 갇힌 채 성장하지 못하는 사이 일본·중국 김치가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우리가 ‘김치의 세계화’를 선언한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말 일본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일본식 김치 표기인 ‘기무치(Kimuchi)’를 국제 표준으로 제안했다.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정부는 부랴부랴 ‘김치 세계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2001년 김치는 우여곡절 끝에 기무치를 물리치고 CODEX의 국제 표준으로 승인받는 데 성공했고, 이후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열풍을 타면서 세계화도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현재 한국 김치는 시장 규모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여전히 초라한 상태다. 국내에선 가정 소비가 정체 상태고, 시중 음식점의 저가 김치 시장은 이미 중국산에 잠식당한 지 오래다. 또 최대 수출시장이던 일본에선 일본 업체 위세에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두 나라를 제외하고도 60여 개국에 수출한다지만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시아의 김치 소비자는 현지 한국 교포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우선 김치는 2010년부터 무역적자 상품이 됐다. 지난해는 수출이 895억원이었지만 수입은 1415억원을 기록했다. 현지인 입맛에 맞는 김치 개발 능력과 가격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이다. 배추는 물론 고추나 생강 등 부자재가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중국의 김치공장을 국내 업체가 가격 면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일본은 제품 개발 능력과 마케팅에서 장점을 보인다. 일본은 약 1조원대였던 전통적인 절임 채소 시장이 최근 수년간 7000억원대까지 줄었고, 대신 고춧가루를 넣는 한국 스타일 김치 시장은 7000억원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을 차지한 건 일본 업체다. 포기김치가 주력인 우리와 달리 배추 포기를 해체한 뒤 배춧잎을 잘게 잘라 양념하는 방식으로 공정을 자동화했고, 유산균 추출 기술 등으로 김치의 기능성을 극대화하는 등 기술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김치 세계화 추진 방향을 원점에서 논의키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세계김치연구소 하재호 소장은 “농가 단계에서 배추 수급을 어떻게 일정하게 유지할지, 또 김치 맛을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공정 기술 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김치 종주국으로서 김치 위상을 재정립하고, 해외 현지의 식문화와 어울리는 김치 레시피 개발까지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해 김치 세계화를 더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철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교수는 “김치의 세계화가 김치는 좋은 음식이니 무조건 먹으라는 식이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해외 식문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김치의 형식이나 맛을 현지인 입맛에 맞추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리타(일본)=장정훈·칭다오(중국)=성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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