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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팔순 안팎 어르신들 “오랜만에 기차 타고 숲길 걸으니 상쾌”

기차 여행을 온 어르신들이 용인대 청년 봉사자와 함께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기차 여행을 온 어르신들이 용인대 청년 봉사자와 함께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효도 트레인’ 동승기
지난달 31일 오전 9시1분, 서울역에서 강원도 진부역까지 가는 ‘효도 트레인’이 출발했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잘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기차 여행 기회가 거의 없었던 어르신 67명이 탑승했다. 평균 80세인 어르신들은 청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강원도 평창 일대를 여행했다. 가을 숲길을 걷고 노년기 건강관리법을 들었다. 이 여행은 노인 건강 전문가를 길러내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한국청년인력개발원이 코레일과 함께 준비했다.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한 건강한 기차 여행에 동행했다. 
 
“이런 데 와서 커피를 마시니 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훨씬 맛있네.” “평생 KTX 못 타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타보는구먼.”
 
진부행 기차가 출발하자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번졌다. 오랜만의 외출에 목소리가 들떴다. 이날 건강한 기차 여행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앉아서 하는 건강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디다룸 한유리(물리치료사) 원장은 “어르신들에겐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다리를 구부렸다 펴고, 기지개를 켜고 종아리를 들었다 내리는 스트레칭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칭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은 “이것도 정말 운동이 된다” “다리에 힘이 딱 들어간다”며 팔다리를 연신 움직였다.
 
 약 1시간30분 후 기차는 진부역에 도착했다. 어르신들은 버스를 타고 오대산 숲길에 다다랐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청명한 하늘이 어르신들을 맞이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이병순(82)씨는 길가에 선 전나무에 다가가 나무를 안아보고 만져봤다. 이씨는 “나무가 정말 잘생기고 냄새도 너무 좋다”며 “기차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데 기분이 참 상쾌하다”고 웃음을 쏟아냈다.
 
효도 트레인 참여자 중에는 이씨처럼 기차로 멀리 여행 와보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경제적으로 빠듯하고 거동이 불편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호영(88)씨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참여했다. 다른 사람보다 발걸음은 조금 뒤처졌지만 최민지(용인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학생의 도움을 받으며 별 무리 없이 가을 숲길을 만끽했다. 라씨는 “허리 수술을 세 번 받았는데 이렇게 여기 와 노는 게 기적”이라며 “청년들이 옆에서 도와주니 마음이 든든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최민지씨는 “어르신의 걸음이 약간 늦지만 조금의 도움만 있으면 이렇게 충분히 외출하실 수 있다”며 “많은 어르신이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 봉사자 덕에 무난히 산책
 
한국의 노인은 TV 시청 등을 하며 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거동이 불편할수록 바깥 활동에는 더 소극적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건강에는 좋지 않다. 하루에 6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한 노인은 좌식 시간이 3시간 미만인 노인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1배 높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다. 5년여 만에 기차 여행을 한 김호산(72)씨는 “그동안 복지관에 점심을 먹으러 오가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며 “산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구경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이성의(81)씨도 “기차 타고 산에 오는 건 거의 20년 만의 일”이라며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 나오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어르신들은 약 40분 정도 숲길을 걸었다. 노인에게 걷기는 노인 건강을 위협하는 근감소증을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치매·우울증과도 멀어지게 한다. 특히 숲속에서 걸으면 바람소리·새소리·햇빛·공기·습도가 통합적으로 작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 걷기지도사로 나선 김성기(용인시 처인구보건소 운동처방사)씨는 “무릎이 좋지 않은데 무작정 걸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며 “난간 등을 잡고 발 앞쪽과 뒤꿈치를 번갈아 들어주는 동작을 해 무릎 주변과 허벅지 근력을 강화한 뒤 걷기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낙상 예방 교육이었다. 낙상은 교통사고에 이어 노인 사망 원인 2위다. 이규훈 한양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이 줄면 잘 움직이지 못해 심장·폐가 나빠지고 폐렴 등이 와 5명 중 1명은 사망한다”고 말했다. 낙상은 예방할 수 있다. 이규훈 교수는 “시력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약을 1년에 한 번 의사·약사에게 점검받아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약은 줄이는 게 좋다”며 “화장실 벽에는 안전바를 설치하고 바닥에는 고무판을 까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걷기 운동법, 낙상 예방법 교육
 
어르신들이 숲길을 걷기 전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숲길을 걷기 전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이번 기차 여행은 집을 떠나 약 10시간 정도 진행됐다. 여행에는 최근 가족을 잃거나 폐암 수술을 한 어르신, 우울증을 앓았던 어르신도 있었다.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엄재은씨는 “어르신들이 용기를 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며 “소외된 어르신까지도 보듬는 노인 케어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한국청년인력개발원 사무총장은 “청년들이 노인의 눈높이에서 노인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프로그램이 정착돼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 중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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