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초고가 애플, 값싼 중국…'어정쩡' 한국만 스마트폰 추락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욜라(24)는 10년 전부터 한류에 푹 빠져 있다. 한국 드라마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집에 있는 가전은 90%가 한국 브랜드다. 일 년에 4~5번은 한국을 찾아 좋아하는 음식이나 가전, 옷을 잔뜩 산다. 하지만 욜라는 스마트폰은 한국산이 아닌 중국 ‘오포’를 쓴다. 욜라는 “한국을 좋아하고 옷이나 가전제품은 만족도가 높아 값이 조금 비싸도 한국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은 값은 비싼데 특별한 차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한국 브랜드를 사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유독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하락 속도가 빠른 이유로 ‘어정쩡한 입지’가 꼽힌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애플처럼 최고급은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폰처럼 저렴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5년 만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고, LG전자 MC 사업부가 14분기 연속 적자를 보는 이유다.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던 팬택도 2010년 한 해에만 ‘시리우스’, ‘미라크’, ‘베가’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했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사실상 문을 닫았다.    
지난 7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중국 샤오미의 스마트폰 '홍미노트(Redmi Note) 5' 국내 출시행사에서 공식총판인 '지모비코리아'의 정승희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출시된 '홍미노트 5'의 출고가는 29만9200원이다. 유통점이 주는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받으면 실구매가는 1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중국 샤오미의 스마트폰 '홍미노트(Redmi Note) 5' 국내 출시행사에서 공식총판인 '지모비코리아'의 정승희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출시된 '홍미노트 5'의 출고가는 29만9200원이다. 유통점이 주는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받으면 실구매가는 1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다. [연합뉴스]

한국 스마트폰 산업 부진은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져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본격화했다. 새 상품이 나오면 1~2년에 한 번씩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했던 이들이 요즘은 3년이 다 되도록 쓰던 단말기를 계속 사용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베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014년 1년 11개월에서 올해 2년 7개월로 길어졌다. 신규 수요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 업체 제품을 이용하는 수요를 빼앗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제로섬' 게임이 된 것이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아이폰XS시리즈. [사진 애플 홈페이지]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아이폰XS시리즈. [사진 애플 홈페이지]

지난 7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중국 샤오미의 최신 스마트폰 '홍미노트(Redmi Note) 5' 국내 출시행사에서 공식총판인 '지모비코리아'의 정승희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중국 샤오미의 최신 스마트폰 '홍미노트(Redmi Note) 5' 국내 출시행사에서 공식총판인 '지모비코리아'의 정승희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스마트폰의 어정쩡한 입지는 독이 되고 있다. 고급 시장에선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에 밀리는 것이다. 그 사이 경쟁업체의 입지는 더 확고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X’를 출시하면서 ‘초고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폰X 출고가는 전작인 ‘아이폰8’보다 18만원 이상 올라 최대 155만원 선이었다. ‘아이폰XS’ 등의 가격도 최대 196만9000원이다.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이날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의 가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XS는 999달러부터, 가장 고스펙인 XS맥스는 1099달러부터 시작한다. XS맥스는 화면 크기가 6.5인치다. [AP=연합뉴스]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이날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의 가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XS는 999달러부터, 가장 고스펙인 XS맥스는 1099달러부터 시작한다. XS맥스는 화면 크기가 6.5인치다. [AP=연합뉴스]

애플은 비싸게 팔아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지난 2분기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ASP)은 724달러(약 80만9214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상승했다. 가격을 올린 덕분에 올 2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79만여 대 줄었지만, 매출은 20% 증가해 299억 달러(약 33조4200억원)를 기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은) 강력한 아이폰 판매와 서비스, 웨어러블이 실적을 이끌었다”고 평했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추격은 매섭다. 이미 중저가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췄을 뿐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 ‘카피캣’(모방제품)이라 무시당했던 중국 스마트폰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비보가 지난해 선보인 ‘비보 넥스’는 단말기 대비 화면 비율(SBR·Screen to Body Ratio)을 99%까지 끌어올린 세계 최초 스마트폰이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카메라 3대)를 단 ‘P20프로’를 출시했다. 글로벌시장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 ‘톱5’ 중 중국 업체가 3곳이다. 화웨이(15.8%)가 2위, 샤오미(9.3%)가 4위, 오포(8.6%)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 신제품 아이폰 Xs·Xs 맥스·아이폰 XR 등이 정식 출시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서 구매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애플 신제품 아이폰 Xs·Xs 맥스·아이폰 XR 등이 정식 출시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서 구매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애플 신제품 아이폰 Xs·Xs 맥스·아이폰 XR 등이 정식 출시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 앞에서 구매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애플 신제품 아이폰 Xs·Xs 맥스·아이폰 XR 등이 정식 출시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 앞에서 구매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사수를 위해 ‘롱테일’ 전략을 펴고 있다. 주력 제품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프리미엄폰인 ‘갤럭시 S9’과 ‘갤럭시노트 9’을 비롯해 ‘갤럭시A7’, ‘갤럭시 A9’, ‘갤럭시 와이드 3’ 등 30여 가지 제품을 내놨다. 가격대는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대로 떨어질 만큼 존재감이 희미해진 LG전자는 ‘모듈화’를 내세우고 있다. 주력 제품을 내놓고 일부 사양만 조금씩 바꿔서 계속 후속 폰을 내놓는 것이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비와 제조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제품별로 적은 수익이라도 모이면 실적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스마트폰 판매 매장마다 각 제품을 1~2대씩만 구비해도 2만~3만대는 팔리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요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춘 여러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결국 자기 색깔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여러 이유로 고급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모두 놓을 수 없다면 보다 확실하고 뚜렷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