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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1억원 신화 쓴 데미안 허스트, 작품가 폭락 이유는

기자
허유림 사진 허유림
[더,오래] 허유림의 미술로 가즈아(12) 
2008년 9월 15일 글로벌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가 약 60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다.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세계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다.
 
뉴욕 리먼브라더스 본사, 파산하기 1년 전의 모습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뉴욕 리먼브라더스 본사, 파산하기 1년 전의 모습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같은 날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들을 단독 경매에 부치는 ‘데미안 허스트 –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Damien Hirst - 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를 기획, 223점을 팔아치우며 낙찰가 2억 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원화로 약 2271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단일 작가의 경매가로는 피카소가 1993년에 세운 기록 88점 2000만 달러를 열 배 이상 뛰어넘는 엄청난 난 것이었다. 세계 미술시장은 경제위기에서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중 데미안 허스트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듯했다.
 
소더비가 진행한 데미안 허스트 단독 경매 '데미안 허스트 -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 경매 도록 [사진 허유림]

소더비가 진행한 데미안 허스트 단독 경매 '데미안 허스트 -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 경매 도록 [사진 허유림]

 
2년 만에 4분의 1 토막 난 데미안 허스트 작품
그러나 센세이션은 한 번뿐이었다. 광고 재벌이자 컬렉터 찰스 사치가 1억원을 투자해 140억원을 벌어들인 허스트의 작품들은 2008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2008년 세계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 거래 총액은 2억7000만 달러였으나 1년 후인 2009년에는 1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무려 90% 이상 급락한 것이다. 작품의 평균 거래가도 크게 떨어졌다.
 
2008년에는 그의 작품의 평균 가격이 83만 달러(10억원)였지만, 2010년에는 단 13만 달러(2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불황의 여파로 그의 작품 가격이 2002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물론 허스트 작품의 상당수는 가고시안 같은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한순간에 크게 폭락할 것 같지는 않다. 비교적 재운을 타고난 데다 사업가적 기질도 남다른 그인지라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의 작품 가격이 크게 출렁거린 이유는 단순히 경제위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데미안 허스트 작품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무렵 작품의 키워드는 야만과 죽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직접 본 것을 독특한 시각언어로 정직하게 토해냈을 뿐이다. 그가 경험한 1990년대 사회는 상위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자기파괴를 이야기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는 실제 동물을 박제시킨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앙포토]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는 실제 동물을 박제시킨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앙포토]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는 커다란 수조에 폼알데하이드 용액을 채워 실제 동물을 박제시킨 그의 작품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다음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의 작품에서 드러난 시각 언어의 메시지를 궁금해한다. 있는 그대로 사회를 증언하는 것이 아닌 작가 고유의 생각을 엿보고 싶은 것이다. 이 메시지가 작가의 미학이자 철학이다.
 
미학이란 말 그대로 아름다움의 본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름다움을 논하는데 어떻게 객관적 지표가 있을 수 있겠느냐마는 작가가 보여 주는 미학적 가치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가 표현하고자 하는 철학과 이를 설명하는 이론, 그리고 작품의 예술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배경을 깔고 있는 작가 고유의 언어이기도 하다.
 
즉 데미안 허스트가 작품에서 보여준 야만과 죽음이 그가 살았던 사회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날것의 모습이었다면 그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만의 키워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의 작품 가격이 평균 거래가 10억원에서 2억원으로 곤두박질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뉴욕 페더럴 광장에는 조각품 하나가 설치됐다. 거대한 철판이 휘어져 있는 형태의 이 작품은 광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를 정도로 큰 규모였다. 미니멀리즘의 대표 조각가 리처드 세라가 제작한 ‘기운 호(Tilted Arc)’였다.
 
작품은 내후성 강판에 압력을 가해 살짝 휘어지도록 만들었고, 작가는 이를 다른 가공 없이 광장에 세웠을 뿐이다. 세라의 말에 따르면 관객이 이동하면서 조각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전체 환경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이후 그는 여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사물이 가진 속성을 변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한다.
 
리처드 세라의 2005년 작품 'The Matter of Time'. 리처드 세라의 작품은 관객의 이동에 따라 조각이 변화하고 전체 환경의 인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세라는 관객에게 인간을 향한 마음과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인식하는 눈이라는 두 가지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CC BY 2.0 [출처 위키피디아]

리처드 세라의 2005년 작품 'The Matter of Time'. 리처드 세라의 작품은 관객의 이동에 따라 조각이 변화하고 전체 환경의 인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세라는 관객에게 인간을 향한 마음과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인식하는 눈이라는 두 가지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CC BY 2.0 [출처 위키피디아]

 
광장의 거대 철판에서 작가가 던진 메시지 
사람들은 철판이 어떻게 작품이 될 수 있냐고 묻는다. 아이디어와 실험뿐인 현대미술과 자본이 결합한 사기가 아닌지, 나도 그릴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 미학적 가치 안에는 두 가지 핵심 사항이 들어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바로 인간을 향한 마음과 그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인식하는 눈이 바로 그것이다. 미술사와 시대 미학은 이것을 핵으로 출발한다. 눈치채지 못할 뿐 미술은 종교와 권력의 도구성을 벗어던지고 점점 인간을 향한, 사람을 향한 미술로 진행되고 있었다.
 
세라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철의 거칠고 강한 느낌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표현하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조각도 건축도 아닌 둘의 구분조차 의미 없게 만든 세라의 강철판은 관객에게 그 속을 거닐며 보고 만지고 느끼도록 배려했다.
 
이때 관객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시각적 체험은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가 관람객 수 만큼의 예술을 다시 탄생시킨다. 현재 경매에서 낙찰된 그의 최고가 작품 10개를 살펴보면 철판 작업뿐 아니라 목탄 종이 작업까지 포함되어있다.
 
 리차드 세라의 1974년 작품 Untitled. 이 작품은 종이에 목탄을 사용해 드로잉한 것으로 201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1,157,000에 거래되었다. [출처 christies(크리스티)]

리차드 세라의 1974년 작품 Untitled. 이 작품은 종이에 목탄을 사용해 드로잉한 것으로 201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1,157,000에 거래되었다. [출처 christies(크리스티)]

 
2001년부터 경매시장에서 꾸준히 이어진 그의 저력은 48억원에서 13억원 사이의 경매 낙찰가로 이야기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닌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술이 특정 형식을 벗어나 보는 이가 느끼고 해석하게 한다. 조각물이 설치된 공간과 조각품, 그리고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과의 관계를 연결 지으며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조각의 의미를 찾고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을 확장해왔다. 그리고 이것은 작품으로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큰 흐름이 되어 미술사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미술사적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이어가도록 하자.
 
허유림 RP' INSTITUTE. SEOUL 대표 & 아트 컨설턴트 heryu1229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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