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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덩치, 수동 기어··· '르노 마스터' 상용밴 시장 도전장

르노 마스터는 현대차가 독점하고 있는 상용 밴 시장의 도전자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르노 마스터는 현대차가 독점하고 있는 상용 밴 시장의 도전자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J가 타봤습니다]상용밴 시장에 파란 일으킬까…르노 마스터
“남자는 수동이지!”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신차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세상에서 르노삼성차의 상용 밴(van) ‘마스터’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허세가 불끈거렸다. 일간지 기자 중에 수동변속기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던가. 지난 8월 벨로스터N 시승기를 썼던 기억도 스쳤다. 르노삼성차 홍보실에 전화를 걸었다. 
“일간지 첫 시승기는 제가 쓸게요.”
 
엄청난 덩치, 세련된 외모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승차량을 기다렸다. 탁송 기사님의 전화를 받고 도로에 나갔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큰데?
처음 운전면허를 1.5t 트럭으로 땄고, 자동차 기자를 하면서 현대차의 25t 트럭을 시승해본 적도 있지만 이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시승차량은 숏바디인마스터S. 제원상 전고는 2305㎜. 경쟁차로 분류되는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의 전고(1925㎜)보다 40㎝나 높다. CNG 시내버스인 에어로시티(3180㎜)보단많이낮지만 버스 특성상 지붕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거의 비슷한 수준.
실제로 보면 '거대한' 크기에 압도된다. 적재공간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웬만한 집 방 만하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실제로 보면 '거대한' 크기에 압도된다. 적재공간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웬만한 집 방 만하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르노는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 1위(553만8000대)를 기록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맏형이다. F1 레이싱의 강자이자,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의 선도기업이며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 그룹과 함께 선두를 다투는 업체다. 르노삼성차를 통해 국내에선 승용차만 선보여 왔지만 야심 차게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르노 마스터는 르노그룹이 자랑하는 월드 베스트셀링 상용차다. 1980년 1세대를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3차례 모델변경이 이뤄졌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차량은 3세대 부분변경(2014년) 모델이다. 그랜드 스타렉스가 승합 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라면 마스터는 상용 밴을 기본으로 다양한 변형 모델이 존재한다.
르노의 프레스킷엔 모터바이크가 통째로 실리는 사진이 나와있다. 캠퍼밴부터 푸드트럭까지 다양한 개조가 가능한 건 마스터의 최대 장점이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의 프레스킷엔 모터바이크가 통째로 실리는 사진이 나와있다. 캠퍼밴부터 푸드트럭까지 다양한 개조가 가능한 건 마스터의 최대 장점이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첫인상은 다부지다. 세미 보닛 타입(차량 전면에 엔진룸이 달린 형태)의 전면 대형 그릴 위엔 르노의 마름모꼴 로장주(Losange) 엠블럼이 자리 잡았다. 르노삼성차가 르노 엠블럼을 단 건 소형 해치백 클리오에 이어 두 번째. 클리오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처럼 수입해 판매하고 르노삼성차 애프터세일즈망을 통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검은색 강화플라스틱 범퍼로 실용성을 높였고 클리어타입 헤드램프와 후드 캐릭터 라인이 제법 고급스럽다. 상용차답게 이른바 ‘깡통(스틸) 휠’을 달았지만 르노 엠블럼이 달린 검은색 플라스틱 휠 커버가 달려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적재공간은 경쟁차와 비교 안 돼 
우측면 슬라이딩 도어는 적은 힘으로도 가볍게 열리는데 무려 1.05m(롱바디 모델은 1.25m)나 개방돼 큰 물건을 싣고 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 테일게이트(뒷문)도 시원하게 좌우로 열리는 트윈 스윙 타입. 적재공간은 길이 2505㎜, 폭 1705㎜에 높이는 1750㎜나 된다. 대한민국 평균 신장의 남성이라면 거의(!) 고개를 숙이지 않고 서 있을 정도의 높이에 2.4평(8.0m³)에 육박하는 공간이다.
땅에서 적재함까지의 높이가 545㎜에 불과해 타고 내리기도 수월하다. 미끄러짐을 막아주는 레진우드 바닥과 적재함 벽면의 하드보드 라이닝이 기본 장착돼 있지만 상용 혹은 캠핑용 등으로 개조할 경우 추가 패널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아 큰 의미는 없다.
운전석에 오르면 '보물찾기' 같은 '수납공간 찾기'를 할 수 있다. 수납공간이 너무 많아 물건을 어디 뒀는지 잊어버릴 거 같은 걱정도 든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운전석에 오르면 '보물찾기' 같은 '수납공간 찾기'를 할 수 있다. 수납공간이 너무 많아 물건을 어디 뒀는지 잊어버릴 거 같은 걱정도 든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운전석에 오르면 광활한 시야가 펼쳐진다. 3인이 탑승(운전석1+조수석2 구조)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에 머리 위 수납공간을 비롯해 15개가 넘는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다. (세다 보면 20개는 되는 것 같다!) 버스처럼 스프링이 달린 운전석은 아니지만 포지션은 등받이가 곧추세워져 있는 걸 제외하면 비교적 안락한 편이다. 커다란 사이드미러 하단엔 보조미러까지 달려있어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적재함과는 철제 칸막이로 분리돼 있어 화물이 넘어지더라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다. 변속기는 수동변속기만 선택할 수 있는데 상용차 운전자 상당수가 비용부담 때문에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승용차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인테리어도 준수하다. 수동변속기 차량이지만 예전 수동변속기 차량과 비교하면 운전은 쉬운 편이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승용차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인테리어도 준수하다. 수동변속기 차량이지만 예전 수동변속기 차량과 비교하면 운전은 쉬운 편이다.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원격으로 열고 잠글 수 있는(적재함 포함) 키는 열쇠 구멍에 꽂아 시동을 거는 방식. 배기량 2.3ℓ의 트윈터보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36.7㎏·m의 토크를 발휘하는데 화물 적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정도 덩치를 움직이는 데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다. 국내 인증 연비도 10.8㎞/ℓ로 준수한 편이다.
탁송 기사님께 “2단 출발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1단 출발이 더 수월하다”고 답한다. 보통 디젤 상용차가 2단 출발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힘을 넉넉히 나눠 배분할 수 있단 의미다. 기어 시프트 레버는 승용차처럼 짧은 ‘숏 스트로크’ 타입. 스티어링 휠도 화물차 치곤 승용차에 가깝게 세워져 있어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클러치 페달을 밟고 1단에 기어를 넣어 차를 움직여 봤다. 클러치는 매우 깊긴 한데 체결 포인트가 가운데쯤 있어 변속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클러치 페달이 수직에 가깝게 세워져 있고, 탄성(?)이 센 편이라 가볍게 왼발을 올려놓으면 된다.
 
편리한 수동 운전, 풍부한 편의 장비 
바로 2단으로 변속하고 큰 도로에 진입했다. 시야가 높고 넓어 운전하기엔 오히려 수월하다. 룸미러로 후면을 볼 수 없는 게 좀 답답했지만 금세 적응이 됐다. 경쟁자(?)인 스타렉스의 지붕이 살짝 보일 정도의 높이. 옆 차로를 달리는 버스 운전기사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다.
상용 밴이지만 편의 장비는 넉넉하게 달려 있다. 오랜만에 수동변속기 차를 운전하면 시동을 꺼뜨리기 십상인데 마스터의 수동변속기는 시동이 꺼졌다가도 클러치를 밟으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 정차했을 때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꺼지는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이 있어 가끔은 내가 시동을 꺼뜨린 건지, 저절로 꺼진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집에 도착했을 즈음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관리사무소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현재 공동주택 및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은 2.3m. 숏바디(마스터S) 적재함 전고가 2.3m, 롱바디(마스터L)는 2.49m나 돼 웬만한 지하주차장 진입은 불가능한 셈이다. 정부가 높이 규정을 2.7m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추진 중이지만 당장은 지상 주차장만 이용해야 한다. 관리사무소의 질책(?)을 받아가며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붐비지 않는 새벽 고속화도로에선 6단 항속기어 상태로 운전할 수 있어 큰 피로감이 들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 캡처]

붐비지 않는 새벽 고속화도로에선 6단 항속기어 상태로 운전할 수 있어 큰 피로감이 들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 캡처]

다음날 새벽, 원래 잡혀 있던 운동 일정이 취소됐지만 일찍 일어난 김에 마스터를 몰고 집을 나섰다. 이케아 고양점에서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을 왕복하는 53㎞ 구간. 상용차 운전자들이 새벽에 운송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대략 이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운전습관에 맞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6단 수동변속기의 기어비는 비교적 촘촘하다. 시속 40㎞를 넘어서면 4단으로 변속하고 60㎞ 이상이면 5단으로 주행한다. 80㎞ 언저리에서 항속기어인 6단으로 변속하면 길이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기어를 변속할 일은 많지 않다. 어스름한 새벽 강변북로에 접어드니 수동변속기 차량이지만 운전은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넓은 시야와 높은 운전석 덕분에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
 
승용차 운전자가 마스터 운전석에 앉았을 때 약간 과장하면 이런 느낌이다.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게임 화면. [구글 이미지 캡처]

승용차 운전자가 마스터 운전석에 앉았을 때 약간 과장하면 이런 느낌이다.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게임 화면. [구글 이미지 캡처]

시속 60㎞ 이상으로 달릴 때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경보음을 내주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이 기본 장착됐다. 새벽 장거리 운행에서 졸음운전을 막아주는 안전장치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엔진 출력과 제동력, 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해주는 ‘익스텐디드 그립 컨트롤’과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도 달려 높은 차고지만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요즘 수동변속기 차량답게 적절한 기어 변속도 계기판에 표시해 준다.
이면도로 과속방지턱 구간에선 요철 흔들림이 커 충분히 감속해야 했는데, 감속 이후 적정 변속 단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변속기 특성에 맞는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크기는 장점이자 단점…가격 부담도 
2박 3일 간 고속화도로와 시내구간을 섞어 100㎞ 가량 운행한 연비는 트립 컴퓨터 기준으로 13.4㎞/ℓ가 표시됐다. 공인 연비보다 높은 수준인데, 경제성을 중시하는 상용차 운전자에겐 구입 결정의 중요한 포인트다.
마스터의 장점은 뛰어난 완성도와 높은 편의 장비, 그리고 국내 경쟁차종을 압도하는 넓은 적재공간이다. 수동변속기만 출시하고 있지만 상용차 운전자들이 수동변속기에 익숙하고 구입비용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수긍 못 할 바는 아니다.  
크기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가구나 가전제품, 오토바이까지 실을 수 있지만 높은 전고 때문에 지하주차장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 하나의 문턱은 가격. 경쟁 차종인 스타렉스 3인승 밴이 2100만~2900만원 선인데 반해, 마스터는 2900만~310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르노삼성차는 차체와 일반 부품 및 엔진·구동계 모두 3년 또는 10만㎞ 품질 보증 조건을 내걸었다. 2년 또는 6만㎞ 추가 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도 선택할 수 있다. 전문 판매사원을 둬 시승 서비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마스터는 10월 말 현재 174대가 고객에 인도됐다. 올해 판매 목표인 300대의 절반 넘게 팔린 셈. 현대차가 독점하고 있는 상용 밴 시장에서 마스터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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