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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탓하지 말라, 그 시간에 집부터 정돈하라

혼돈의 시대를 헤쳐가는 지혜
12가지 인생의 법칙

12가지 인생의 법칙

12가지 인생의 법칙

‘스타급 인기’ 심리학자의 조언
뻔한 듯 현실감 있는 잔소리 향연
45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인문·자연과학 지식 총집합
가재 암컷도 힘있는 수컷에 끌려
성공하려면 제 삶의 주인이 돼야

기독교·불교·유교의 교집합
고통은 인간이란 존재의 붙박이
징징거리지 말고 과감히 맞서라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메이븐
 
아침에 깨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 확률이 좀 낮겠지만, 그런 경우가 실제 있다.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교수(임상심리학)는 자신이 세계적 명사라는 현실을 실감하는 데 기상 후 30분이 걸린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 함께 피터슨은 혜성처럼 등장한 ‘쌍두마차 글로벌 공공지식인’이다. 광팬 독자는 그를 ‘인생을 바꾸는 사람(life changer)’이라 부른다.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뇌과학·문학·생물학·신화학·심리학·윤리학·인류학·정치학·종교학과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현대인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행동 지침 혹은 원칙 12가지를 제시한다. 200만부 이상 팔리고 45개 언어로 번역됐다.
 
주요 독자층은 10대, 1980~2000년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자녀교육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다. 그들 중 상당수는 부모·조부모 세대의 ‘이래라저래라 훈계질·훈육질’에는 부르르 떤다. 피터슨의 ‘잔소리’에는 열광한다. 이유는 미스터리. 피터슨이 제시하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소박하다. 하나 마나 한 소리 같기도.
 
-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 세상을 비난하기 전에 우선 여러분의 집을 완벽하게 정돈하라.
 
- 편리한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라.
 
-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영국 상징주의 화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1817~1904)가 그린 ‘혼돈 ’. 현재 토론토대 교수인 조던 피터슨은 신간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현대인을 혼돈으로부터 구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 구글문화원]

영국 상징주의 화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1817~1904)가 그린 ‘혼돈 ’. 현재 토론토대 교수인 조던 피터슨은 신간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현대인을 혼돈으로부터 구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 구글문화원]

구닥다리도 이런 구닥다리가 없다. 예컨대 피터슨은 ‘포스트결혼 시대’에 ‘결혼의 신성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왜 피터슨의 광팬들은 그의 유튜브 강의를 눈물을 훔치며 볼까. 어쩌면 답은 ‘혼돈의 해독제(An Antidote to Chaos)’라는 이 책 부제가 제공한다. 기성 가치관이 붕괴한 포스트모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가 너무 오래 현대인의 방황을 방치했다. 피터슨이 권위 있는 모습으로 ‘짜자잔’하고 등장했다. 그는 젊은이들을 위로하지 않는다. 그들이 듣고 싶은 달콤한 말로 아부하지 않는다. 어른으로서 따끔하게 한 말씀 할 뿐.
 
피터슨은 니체·도스토옙스키·오웰·융·프로이트를 즐겨 인용하지만, 주로 신(神)에 대해 말한다. “예수는 서구 문화의 핵심적 인물이다”라고 주장한다. 성경 구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무신론자이건 유신론자이건, 그리스도교가 핵심인 서구의 문화적 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수 운운하는 피터슨은, 자신들이 세속화된 탈그리스도교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럽인·미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피터슨은 근본주의 크리스천에게는 ‘이단’일 수도 있다. 피터슨은 ‘우리 모두 죄인이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죄값을 치르러 지옥 간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피터슨은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인용한다.
 
사실 피터슨의 핵심 테마는 불교적이다. 피터슨은 “고통은, 존재라는 구조의 붙박이다”라고 말한다. 인생은 고(苦)라는 것이다. 고통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의 해법과는 좀 다르다. 피터슨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징징거리지 말자. 우리 문제로부터 도망가지 말자. 자기 합리화는 하지 말자. 복수심에 불타지 말자. 약육강식 사회에 맞서기 위해 준비하자.
 
피터슨의 주장은 유교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집안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면, 감히 어떻게 도시를 다스리겠습니까.” 피터슨은 유교와 마찬가지로 수신(修身)을 강조한다. 또 유교와 마찬가지로 위계질서를 말한다. 그는 인간의 조상과 8억 년 전 갈라진 바닷가재나 인간이나 지배-피지배 구조와 관련된 뇌 구조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여성 바닷가재도 힘 있는 남성 가재에게 끌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생명 조건의 테두리를 구성하는 어쩔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남성이 ‘인기남’이 되고 싶다면, 제 삶의 주인이 돼야 한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연애도 하고 장가도 갈 수 있다.
 
매번 피터슨의 강연회는 ‘부흥회’다. ‘부흥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잘못됐다고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은, 더는 하지 마십시오.” “백인들의 특권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거짓말입니다.” 피터슨은, 특히 젠더 문제를 둘러싼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에 반대한다. 포스트모더니즘·페미니즘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를 ‘히틀러’라 부른다. 하지만 피터슨은 사회화된 의료보험, 빈자를 위한 부의 재분배, 마약의 합법화 등 좌파 어젠다를 지지한다. 다른 모든 선각자와 마찬가지로 어떤 범주 속에 넣기 힘든 인물이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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