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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북한 그림의 방긋 웃는 여성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다음 주에 끝나는 광주비엔날레에서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북한미술전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 대형 화폭에 사회주의 선전 메시지를 담아 여러 화가들이 집단으로 그린 ‘집체화’가 가장 흥미로웠다. 이들 그림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힘든 노동 와중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상큼 발랄 웃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내 눈길을 잡은 것은 여성들, 절대 남성과 비슷한 숫자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장식 고명처럼 한둘씩만 등장해서 기획자 문범강 교수의 설명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단아함을 잃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청년돌격대’ 그림 한가운데 붉은 스웨터의 여성은 다른 남성 노동자들과 달리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곡괭이질을 하며 환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한마디로 언제나 발랄하고 단아해야 하는 프로파간다의 ‘꽃’이고 ‘치어리더’일 뿐이지, ‘피 땀 눈물’을 흘리는 한 사람의 진지한 노동자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한껏 미화된 그림이 도리어 북한 여성의 현주소를 슬쩍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북한미술 집체화 '청년돌격대'

북한미술 집체화 '청년돌격대'

북한은 결과적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임이 무색하게, 최고인민회의에 보이는 여성은 가뭄에 콩 찾기보다 힘들며, 외모가 뛰어난 여성을 가려 뽑아 해외 국영식당 종업원으로 외화벌이를 하게 하거나 응원단을 만드는 등 그들이 자본주의의 병폐라고 꼽는 ‘성 상품화’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게다가 지난 1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북한에 성폭력이 만연하며, 특히 가족 생계를 위해 장마당에 장사하러 나오는 여성들에게 관리들이 단속을 빌미로 성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아예 일상이고, 뿌리 깊은 성차별과 폐쇄적 조직사회 때문에 여성들은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폭로했다. 가정 내 성불평등도 심해서 최근 함흥 출신 탈북자 여성이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보면 “북한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 강하다”며 어머니가 장사를 해서 생계를 꾸리는데도 “아버지가 부엌일을 하거나 양말 한 켤레 빠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북한 그림 속 여성들은 사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한국은 아직 미진하지만 성평등 문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고, 전쟁 성폭력인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 공론화, 사회 일상의 위계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 최근 광주민주화항쟁 성폭력 공론화 등으로 전진해나가고 있다. 다음 차례는 북한이다. 남북한 교류가 증가할수록 북한의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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