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 끊이지 않는 대체복무제...남은 과제는?

특정 종교인들의 ‘집총’ 거부로 시작된 대체복무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다. 대체복무제는 군복무 대신 일정기간 다른 업무에 종사토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체육의 경우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상)을 거둔 이들이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군 복무 대신 일정시간 봉사활동을 하는 ‘특례’제도를 운영 중이다. 
 
1일 오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에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 두 번째), 김소영 대법관(대법원장 왼쪽) 등이 참석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1일 오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에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 두 번째), 김소영 대법관(대법원장 왼쪽) 등이 참석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또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등을 산업발전과 공공 서비스 분야에 투입해 전문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공익을 고려한 제도라는 점에서 개인의 의사와 판단을 강조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와 이에 따른 대체복무 문제는 헌법에 명시한 4대 의무(국방, 납세, 교육, 근로)의 예외 인정 여부와 함께 “군대에 간 사람은 비양심자냐”, “종교적 신념과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논란을 거듭해 왔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6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6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제5조)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6월 28일)에 이어 1일 대법원의 판결로 법적인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형평성이나 상대적 박탈감 등을 지적하며 후폭풍이 일고 있지만, 국방부는 “법적 판단이 나온 이상 신속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헌재 결정 직후 국방부와 병무청, 법무부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실무추진단을 꾸려 대안을 모색해 왔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헌재가 2020년 1월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라고 결정한 만큼 대안을 만들어 왔다”며 “대법원 판결이 난 만큼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실무추진단은 자문위원들과 회의,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기간과 복무 분야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대체복무의 기간과 관련 당국은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18개월)의 1.5배인 27개월 또는 2배인 36개월 등 두 가지 안을 마련해 저울질을 했다. 또 대체복무자들의 근무 형태를 합숙으로 할 지, 출ㆍ퇴근을 허용할 지도 검토했다. 근무 분야 역시 관심의 대상이었다. 교정시설 근무 또는 소방을 포함할지 여부였다. 검토 결과 국방 당국은 ▶36개월 동안 ▶합숙 형태로 ▶교도소 등의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육군 장병들이 지난달 11일 강원도 인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육군]

육군 장병들이 지난달 11일 강원도 인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육군]

국방부 당국자는 2일 “일각에서 (군복무를 거부하는 이들을)지뢰제거나 전사자 유해발굴 등 비전투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전문성과 당사자들의 수용 가능성, 근무 여건 등을 고려한 결과 적합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무추진단 자문위원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병역 거부자들이 군과 관련한 복무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여호와의 증인 등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경비 교도대원들의 합숙 시설이 갖춰진 (교도소에서) 교정업무에 투입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국회와 협의를 거쳐 법 정비를 마친뒤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임 소장은 “유럽 사회권위원회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기구에서는 대체복무기간이 현역의 1.5배를 넘을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6조)에 따라 복무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기왕 대체복무를 적용키로 했으면 다른 종류와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 현실을 감안하는 게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대체복무요원과의 형평성이나 현역병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이나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등은 36개월, 산업기능요원, 예술ㆍ체육요원은 34개월간 대체복무 중이다. 병력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외 인정의 폭이 넓어지면 안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법원에서 중시한 양심이나 신념의 판단 기준을 어떻게 가려낼 지도 문제다. 현재는 징병검사 때 신체와 심리상태 등을 복무적합성을 판단하고 있는데 종교와 양심을 가려낼 근거가 부족해 병역면탈이 발생하고, 이는 안보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국방부 군구조개혁관(예비역 준장)은 “한해 500~600명이 집총 거부로 징벌을 받았다”며 “안그래도 입영자원이 부족한데 이들을 징벌에서 면제한다면 이를 악용해 병역면탈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전시에 동원할 수도 없어 안보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군복무를 거부하는 가장 큰 단체인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 명단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호와의 증인 이외에 ‘양심’과 ‘신념’을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또 사법 당국의 무죄 판단에 따라 현재 군복무 거부로 복역 중인 재소자나, 출소한 사람들에 대한 사면 복권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na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