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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살해 후 시신 훼손한 20대, 정신감정하지 않는 이유는?

“여자친구를 죽이고 저도 따라 죽으려고 했습니다.”
상견례를 앞두고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현장. 박진호 기자

상견례를 앞두고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현장. 박진호 기자

 
상견례를 앞두고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신체 일부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심모(27)씨는 경찰이 시신 훼손 이유를 묻자 이렇게 진술했다.

 
심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 훼손 부분에 대해) 여자친구를 확실히 죽이고, 저도 강물에 뛰어들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시신 훼손은 엽기적인 범죄로 분류돼 대부분 피의자를 상대로 정신감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심씨의 경우 정신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왜 정신감정을 의뢰하지 않았을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경찰서 관계자는 “심씨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한 적도 없다”며 “오히려 정신감정을 받게 되면 감형 요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라서 정신감정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씨는 지난달 24일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 A씨(23)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 1일 심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범죄 현장 이미지. [연합뉴스]

살인 사건이 발생한 범죄 현장 이미지. [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심씨는 이날 범행을 저지르고 집을 나선 지 1시간 10여분 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에서 심씨가 진술한 내용대로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집을 나선 것인데 1시간 넘게 이를 망설인 셈이다. 더욱이 심씨는 사건 직후 지인에게 전화를 건 뒤 찾아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저한 흔적이 있는 경우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음엔 살인을 저지르고 따라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 막상 범행 이후엔 생에 대한 미련 또는 겁이 나서 망설이는 경우 있다”며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등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자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심씨의 범행이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잔인한 두 번의 살인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대기업에 입사한 딸은 결혼 후에도 계속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거주지와 일터인 춘천의 식당 2층 옥탑을 개조한 집에서만 신혼살림을 하기를 원했다”며 “딸이 직장과 거리가 멀어 걱정하자 두 사람은 서울과 춘천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퇴계원 쪽에 부모 도움 없이 신혼 자금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장만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당일 가해자는 딸에게 춘천으로 와 달라고 했지만, 딸은 회사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공부로 못 간다는 의사표시를 여러 차례 했다”며 “그러나 가해자의 계속된 권유에 마지못해 퇴근 후 찾아갔다가 처참히 살해당했다”고 썼다.
 
그는 “그토록 사랑한다던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엽기적으로 시신을 훼손한 가해자의 범행은 누가 보아도 주도 면밀하게 계획된 잔인 무도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계획적인 범죄라고 판단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장소가 본인의 집인 데다 범행 도구도 집에 있었던 것”이라며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분석해보니 계획적으로 살인했다고 판단될 만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 심씨가 휴대전화 메시지를 지웠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휴대폰 복원(디지털 포렌식) 등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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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