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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폭력의 귀환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온통 폭력이다. 사회 곳곳에서 폭력이 목격되는 것은 프랑스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폭력은 여성, 동성애자, 언론인, 교수, 정치인 그리고 남과 조금이라도 다르다거나 영향력이 있고 권력을 가진 모두를 겨냥한다. 그 누구도 더는 권위를 비판하거나 문제 삼지 못하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만사가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하고, 일률적인 형태로, 합의된 대로만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위험한 바람이 어디 있으랴. 당연한 소리지만, 결코 무력과 대화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희생될 수 있다. 더 시야를 넓혀 보자. 논리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언제나 토론으로 수립되지 않던가.
 
개인적 폭력의 발현과 더불어 국제관계 차원에서의 또 다른 폭력도 재발하는 추세다. 영구적으로 억제 가능하다고 간주했던 긴장 요소들이 지옥행 노선으로 다시 접어들고 있다. 공식 통계는 폭력 발생률이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는 개인 간 폭력뿐 아니라 국가 간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 의사를 내비치는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 조약은 옛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87년에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관련 조약이다. 이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인 미사일 배치가 전면 금지되면서, 1980년대 소련이 동유럽에 SS20 핵미사일을 배치하고, 미국이 서독에 동급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된 위기가 종식됐다. 미사일 대립 구도는 양측 핵무기 폐기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지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INF 조약을 ‘수년 전부터’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고, 특히 러시아의 9M729 미사일 발사 시스템 실전 배치에 항의했다. 미국에 따르면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500㎞ 이상으로 INF 조약 기준에 위배된다. 미국은 또한 ‘미국도 해당 무기 개발’을 시작할 것이라 발표했다.
 
아탈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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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러시아는 위반은커녕 오히려 아주 철저하게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이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명백하게 조약을 위반하는 것도 인내했다”며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결정을 ‘매우 위험한’ 것으로 규정했다. 이어 미국이 ‘서투르고도 조잡한’ 처신을 멈추지 않고 국제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할 경우 ‘러시아는 군사적 기술 적용을 포함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현역에서 물러나 언론과의 접촉 없이 지내던 30년 전 조약 체결 당사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즉각 입을 열어 ‘지구 상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이 같은 결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갈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호소하며, 현 미국 대통령이 ‘현명하지 못하다’고 규탄했다.  독일 역시 미국의 조약 탈퇴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논평했으며 나토 차원에서의 논의를 요청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면 미국 전략핵무기가 폴란드에 배치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오는 2021년에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도 폐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보유한 핵무기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 정부에 봉사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믿을 수 있는 세계 경찰력이 갖춰지지 않는 한 가장 기댈 수 있는 세계 평화 보증 수단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미국의 INF조약 파기는 전 세계를 1980년대와 같은 냉전 시대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늘날 핵무기는 그때보다 훨씬 고도로 정교해졌다. 1980년대 당시보다 한층 더 악화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유라시아 대륙 끝 한반도 내 핵무기 개발이라는 위태로운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최근 들어 여러 긴장 완화 조짐이 보고되고 있지만 북한 핵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0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1887호에서 ‘모두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모색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 목표는 아직도 멀게만 보인다. ‘옛날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작금의 새로운 국면은 달갑지 않은 반론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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