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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께

장훈 본사 칼럼니스트·중앙대 교수

장훈 본사 칼럼니스트·중앙대 교수

우리 사회의 관심이 남북 관계에 쏠려 있는 동안 최근 국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지요? 작은 정당 소속으로서는 처음으로 정치관계법 개정을 다루는 정치개혁 특별위원장직을 맡으셨지요? 정치개혁의 새 바람을 일으키시라는 말씀으로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불쑥 공개적인 편지를 드리게 된 절박한 사정이 있습니다. 벌써 촛불 2주년을 맞이하지만 시민들의 간절한 함성에 응답해야 하는 여야 정치권의 제도개혁은 그동안 실종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난해 대선 때 위원장께서 보여준 깊은 식견과 경청의 태도가 저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보수·진보를 떠나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몇 가지 간곡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① 위원장께서 말씀하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는 우리가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한 대통령제와 극심한 다당제의 결합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곧 우리가 브라질식의 혼란으로 직행하는 길입니다. ②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조심스레 거론하신 것으로 압니다. 유감스럽지만 이는 일의 선후가 바뀐 것입니다. 국회가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한 후에야 의원 정수 확대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③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 구조 속에 시민들의 역할을 대폭 늘려 주십시오.
 
먼저 독일식 비례제가 어떻게 브라질식 혼돈으로 치닫게 되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브라질 사정을 살펴볼까요. 며칠 전 경제난과 부패에 지친 브라질 유권자들은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극우 포퓰리스트의 당선이 미국·이탈리아·터키·브라질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의 우려는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장훈칼럼

장훈칼럼

그런데 우익 포퓰리즘의 발호에 가려 있는 충격적인 결과가 있습니다. 지난달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와 동시에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서 보우소나루의 사회자유당(Social Liberal Party)은 전체 의석의 11.7%인 52석을 확보했습니다. 지역별 비례제로 치러지는 브라질 하원 선거에서 5% 이상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무려 12개입니다. 달리 말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고작 11%의 의석을 갖고 극심하게 분열된 야당들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물론 정의당 당론인 선거제도 비례성 제고는 그 자체로는 고귀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총선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이득률(의석 점유율/비례대표 득표율)은 1.6에 달하는 반면 정의당의 의석 이득률은 0.27에 불과했습니다. 즉 민주당은 비례대표 정당 득표의 1.6배에 달하는 총의석을 확보한 반면 정의당은 정당 득표의 0.27배의 총의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따라서 정의당으로서는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자는 주장을 할 만합니다. 문제는 비례성의 제고가 대통령제와 결합할 때 브라질처럼 극심한 다당제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달리 말해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대통령제 정부의 안정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비례제 확대냐(이를 발판으로 내각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가 많겠지요!), 대통령제냐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이 선택을 건너뛴 채 이뤄지는 비례제 논의는 정직하지 못합니다.
 
둘째, 정의당이 고심 끝에 당론으로 확정한 의원 정수 확대의 문제입니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 의석을 120석으로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일부 줄여서 240석으로 만들다 보면 총의석수는 360석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정의당 당론은 분명 현실과 이상을 중재해 보려는 실용적 고육책입니다.
 
하지만 위원장께서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한번 더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국회 특별활동비 이슈에서도 드러났듯이 시민들의 기대와 국회 운영의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청년 취준생들이 노량진 거리를 메우고 있는 동안 길 건너 여의도에서는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었습니다. 국회의 자정 노력이 시민들을 설득할 때까지 의원 정수 문제는 잠시 미뤄두는 것이 어떨지요?
 
위원장의 이념 지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우리는 위원장께서 진지하고 균형감 갖춘 리더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치개혁특위만은 의원들을 위한, 의원들에 의한 규칙 변경의 쳇바퀴를 넘어서길 기대합니다. 정당과 국회가 시민들에게 문을 더 활짝 여는 제도개혁이 이뤄지도록 해주십시오. 지난해 봄, 시민들을 설레게 했던 심상정 위원장의 경청과 식견을 발휘하시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장훈 본사 칼럼니스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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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