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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부처였다

불교의 나라 미얀마는 축제 역시 불교와 관련이 깊다. 지난 10월 24~25일 미얀마 중부 샨(Shan)주 인레호수(Inle lake)에 머무는 동안 연거푸 축제 2개가 이어졌다. 사원에 모여든 사람들이 수천개 촛불로 사원을 밝히고, 불상을 배에 싣고 마을을 순례하며 복을 비는 축제였다. 엄숙한 종교 행사를 예상했는데 음식을 나누고 힘을 합쳐 노 젓는 모습에서 진한 사람 향기를 느끼고 왔다.
 

미얀마 중부 해발 800m 인레호수
어업·수경 농업·수공업으로 생계
10월 말 불교 축제로 온 마을 들썩

바지선에 불상을 싣고 마을을 순회하며 축복하는 '파웅 다 우 파고다 페스티벌'. 바지선을 호위하는 수십 척의 배와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호수 일대가 북적북적하다.

바지선에 불상을 싣고 마을을 순회하며 축복하는 '파웅 다 우 파고다 페스티벌'. 바지선을 호위하는 수십 척의 배와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호수 일대가 북적북적하다.

 
촛불 1000개가 밝힌 금빛 사원 
먼저 인레호수에 대해 알아보자. 해발 880m에 자리한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면적은 116㎢, 충주호의 두 배 쯤 되고 해발 1200m가 넘는 산들이 둘러치고 있다. 무더운 열대 나라에 이렇게 맑고 시원한 호수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사람 사는 모습은 더 경이롭다. 미얀마 인구의 70%에 달하는 버마족이 아니라 ‘샨족’이 산다. 이들은 호수에서 고기를 잡을 뿐 아니라 호수 위에 집을 짓고 사는가 하면 농사도 짓는다. 유네스코는 2015년 인레 호수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지난 9월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인레호수. 배를 타고 호수를 가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인레호수. 배를 타고 호수를 가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보름달 밝은 24일, 인레호수 북쪽 도시 냥쉐에서 따딩윳 축제(Thadingyut Festival), 즉 빛 축제가 열렸다. 천상(도리천)에서 3개월간 설법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온 부처에게 감사를 표하는 축제로 미얀마 전역에서 펼쳐진다.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묘우(Myo oo) 사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여자들은 주로 사원 안에서 기도했고 남자들은 미얀마 국민 스포츠 ‘친론(나무껍질로 만든 공을 여럿이 함께 차는 놀이)’을 즐기거나 구경했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금빛으로 반짝이는 사원, 그 앞에서 태연하게 공 차는 사내들. 이 낯선 풍경의 조합이 마냥 기이해 보였다.
 
묘우 사원 마당에서 전통놀이 친론을 즐기는 사람들.

묘우 사원 마당에서 전통놀이 친론을 즐기는 사람들.

사원에서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 머리에 천을 두른 사람들은 인레호수 주변 고산지대에 사는 빠오족이다.

사원에서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 머리에 천을 두른 사람들은 인레호수 주변 고산지대에 사는 빠오족이다.

 
땅거미가 완전히 가라앉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사원 주변을 빙 둘러 촛불을 밝혔고 두 손을 모았다. 초 타는 냄새가 사원 마당을 가득 채웠다. 사원 옆 건물에서는 음식을 나눴다. 현지인과 뒤섞여 우리네 닭개장과 비슷한 수프를 먹었다. 빛 축제 기간에는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단다. 음식을 나르고 안내를 맡는 건 모두 10~20대 아이들 몫이었다. 온몸에 문신 화려한 청년도 밝은 미소로 수프를 날랐다. 축제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절 마당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개울가에서 풍등을 날리며 달 밝은 밤을 만끽했다. 
 
마을 사람들은 사원을 찾아온 낯선 이방인에게도 따뜻한 식사를 건넸다. 당면이 들어간 매콤한 닭고기 수프는 닭개장 맛과 비슷했다.

마을 사람들은 사원을 찾아온 낯선 이방인에게도 따뜻한 식사를 건넸다. 당면이 들어간 매콤한 닭고기 수프는 닭개장 맛과 비슷했다.

 
종교 축제여서 엄숙할줄 알았는데 폭죽 터뜨리고 불꽃놀이하고, 절 마당에서는 공을 차고 논다.

종교 축제여서 엄숙할줄 알았는데 폭죽 터뜨리고 불꽃놀이하고, 절 마당에서는 공을 차고 논다.

 
배 타고 마을 순회하는 불상 
25일 동틀 무렵, 배를 타고 냥토(Nyang taw) 마을로 향했다. 파웅 다 우(Phaung daw oo) 파고다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서다. 수많은 배가 같은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현지인이 대부분이었고 외국인 여행자도 보였다. 수상가옥 앞 수로에 옹기종기 모인 배 위에서 사람들은 불상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불상이 오길 기다리는 주민들. 티 없이 밝은 표정으로 여행자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불상이 오길 기다리는 주민들. 티 없이 밝은 표정으로 여행자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파웅 다 우 파고다 페스티벌은 미얀마에서 가장 진기한 풍경을 연출하는 축제로 꼽힌다. 미얀마 불교력으로 일곱째달 보름날(양력 10~11월), 파고다 안에 있는 불상 4개를 바지선에 싣고 18일간 호수 주변 마을을 순회하며 축복을 전하는 행사다. 
재미난 전설이 있다. 불상은 모두 5개인데 하나는 파고다에 남겨둔다. 먼 옛날, 불상 하나를 호수에 빠뜨렸는데 아무리 물속을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파고다에 와보니 그 불상이 멀쩡히 제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 영험한 불상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금으로 치장한 바지선도 화려하지만 이 배를 앞뒤에서 호위하며 수십 척의 배가 행진하는 모습도 기막히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보트 경주대회도 열린다.
 
축제 기간 18일 동안에는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바지선에 불상 4개를 싣고 호수 주변 마을을 순회하며 축복을 전한다.

축제 기간 18일 동안에는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바지선에 불상 4개를 싣고 호수 주변 마을을 순회하며 축복을 전한다.

 
오전 7시 30분, 음악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이내 40~50명이 노를 젓는 배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싸우러 몰려든 배는 아니었지만 영화 '명량'에 버금가는 진풍경이었다. 장정들이 힘차게 노를 저으면서도 풍악을 즐겼다. 호수 변에 사는 인타족 뿐 아니라 빠오족 등 고산족, 주변 소수부족도 함께했다. 몇 개 안 남은 치아 사이에 담배를 물고 있는 노인 뿐 아니라 갓 걸음을 뗀 아이도 배 위에서 축제를 즐겼다.
 
전통 복장을 입은 채 무동력 보트를 힘차게 노 젓는 장정들.

전통 복장을 입은 채 무동력 보트를 힘차게 노 젓는 장정들.

 
이 장관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기도 했고 연꽃을 손에 쥐고 엄숙한 모습으로 기도하기도 했다. 약 1시간, 수십 척의 배가 지나간 호수는 다시 고요해졌다. 
호수를 떠나며 내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이 기다리는 부처는 어떤 존재일까, 그들은 부처에게 어떤 기도를 했을까 문득 궁금했다. 그러다 호수에서 만난 불심 가득한 그 사람들이야말로 부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바람과 적당히 따사로운 볕이 좋은 아침이었다. 
 
여행정보
▶지난 10월 1일부터 1년간 비자 없이 미얀마를 갈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50달러(약 5만7000원)를 내고 3개월짜리 여행 비자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부터 국제 이슈가 된 로힝야족 문제로 서구 여행객이 급감하자 미얀마 정부가 취한 조치다. 한국·일본은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중국은 도착 비자를 등록하도록 입국 절차를 간소화했다.
▶대한항공이 인천~양곤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인레 호수로 가려면 양곤~헤호(Heho) 국내선을 타는 게 편하다. 
▶화폐는 짯. 한국 은행에선 환전할 수 없다. 미국달러를 가져가 환전하는 게 낫다. 1달러 약 1600짯. 
▶한국보다 2시간 30분 늦다. 
 
 
 
냥쉐(미얀마)=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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