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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색]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라는 유령

서현 건축가·한양대 교수

서현 건축가·한양대 교수

도대체 대통령은 평양에 왜 간 거야. 한반도 평화정착을 떠올리기 전에 물은 자의 수준과 직업을 감안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는 게 적당한 대답이겠다.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세 사람이 아니고 한 사람이다. 수준 낮은 질문자는 다시 물을 것이다. 그냥 전화로 하면 안 되나. 요즘 영상통화도 꽤 쓸 만한데. 정치인은 답할 것이다. 얼굴 맞대고 나눠야 할 이야기들이라고.

 
그즈음 북쪽 장마당이 관심사가 되었다. 전국 400여 개가 생겼다더라. 여전히 묻는다. 그 장마당은 왜 생겨났을까.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는 대답은 역시 수준이 높다.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서라는 게 적당한 답이겠다.
 
이 대답들이 도시의 시작을 설명한다. 도시는 교환을 위해 만든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보와 물건의 교환을 위해 인간이 모여 사는 공간을 도시라 부른다. 교환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속셈이거나 핵탄두 개발 정보일 수 있다. 팔 것이 칠보산 송이버섯이고 살 것이 원산구두공장 신발일 수도 있다. 다 얼굴과 물건을 맞대고 교환하고 거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 경쟁력은 교환 용이성에 달려있다. 상품이든 정보든. 교환 용이성은 이동 편의성으로 확보된다. 길을 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좁은 데 모여 살면 된다. 거듭, 그래서 도시가 생겼다.
 
그 도시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정치인들이 종종 등장했다. 도시를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화끈했다. 그는 권력과 수도를 거래하자는 공약을 걸었다. 당선되면 충청도에 행정수도를 만들겠다. 선물은 공평해야 하니 부산은 해양수도로, 광주는 문화수도로 만들겠다. 섣부른 공약이었으나 당선 후 요구는 당연했다. 공약을 이행하라.
 
수도 이전은 혁명의 정치변혁이나 사회의 집단 야심이 배경에 깔려야 하고 절대 권력의 추동이 필요하다. 대통령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핵심 공약이니 덮을 수도, 동력이 부족하니 멈출 수도 없었다. 강행과 반대의 아우성 속에서 행정수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고 기이하게 타협되었다. 문화수도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바뀌었다.
 
도시를 정치로만 이해하면 오히려 도시는 무너진다. 사진은 울산 중구에 조성된 울산 혁신도시. 석유공사를 포함해 9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중앙포토]

도시를 정치로만 이해하면 오히려 도시는 무너진다. 사진은 울산 중구에 조성된 울산 혁신도시. 석유공사를 포함해 9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중앙포토]

나는 당선된 그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통령은 하늘이 책봉한 제왕이 아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라고 그는 앞서서 보여주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사들이 결국 편의점 알바들과 뭐가 다르냐고 본인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실토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 그의 국토 공약은 새만금, 한반도대운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저지르면 건축가들이 추슬러야 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고 집중해도 벅찼을 정부는 오히려 몇 발 더 나갔다. 공평한 선물이 구석구석 필요했으니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른바 혁신도시였다. 당시 풍경은 가관이었다. 수십만 명의 인생이 매달리고 수천만 명의 생활이 영향받는 공공기관이 정치인들 공기알로 거래되었다. 큰 것 하나 받으면 작은 것 두 개 양보하고, 맘에 드는 것 던져주면 묵었던 숙원사업 포기해주고.
 
던져진 공공기관은 지방 도심을 살리지 않고 주변 논밭을 파헤쳤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지만 근교 농토의 신도시화였다. 전문용어로 하면 전 국토의 도시연담화(중심도시의 팽창과 주변 중소도시의 시가지화로 거대 도시가 형성되는 현상)다. 지방 도시 세수가 늘었지만 자동차 통행도, 길에 쏟는 시간도 늘었다. 멀어진 도시 사이의 산과 계곡을 잘라 새 도로를 냈다. 가족은 갈라졌으며 업무능률은 떨어졌다. 교환 용이성이 부인되었으니 이름은 도시였으나 도시가 아니었다. 기술발달과 화상통화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대통령이 왜 평양에 갔는지 지금 다시 묻기 바란다.
 
통일도 안 되었는데 대박이 난 것은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걱정하던 농부들이었다. 그 논밭이 혁신도시 사업부지에 들어 돈이 된 것이다. 강남 제비다리를 고쳐준 적이 없는데도 갑자기 떼부자가 된 농부들이 상경하여 강남을 기웃거렸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내 정부의 압박과 협박을 비웃으며 서울 아파트값은 치솟았다. 그 돈은 갑자기 어디서 샘솟았을까.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고층아파트 풍경이 중계화면에 나왔다. 당연히 선택된 소수에게 허용된 공간이다. 중요한 것은 주거선택 자유의 배제다. 지상낙원 사회주의 조국 조선이 배급해 준 집이다. 북향집이어도, 통풍이 안 되어도, 엘리베이터가 안 닿아도 주는 대로 받아라. 경애하는 장군님 은혜에 눈물 흘리며 감격하고 살아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유령이 여전히 국토에 떠돌고 있다. 도시는 개념의 다면체여서 정치로 볼 수도, 공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로만 보았을 때 그 도시는 허물어진다. 도시 정책이 조심스런 것은 실행의 뒷감당이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도시는 사회적 공간이다. 인간은 무, 감자가 아닌지라 논밭에 던져지면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진다. 공공기관 직원이라는 이유로 아무 데나 던져져야 한다면 남쪽은 북쪽과 무엇이 다르고 얼마나 나은가.
 
새만금 파묻고 4대강 파헤치겠다고 결정한 자들은 떠났다. 세종시는 사업 완성의 요구와 업무 비효율의 불평이 여전히 맞서 있고 대전, 오송, 조치원과 사안마다 날 선 칼을 맞댄다. 갈등의 그 칼을 다음 세대가 맞는다. 혁신도시의 값도 다음 세대가 치러야 한다. 그들은 앞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포박된 현재와 낭비될 미래를 향해 내뱉을 것이다, 헬조선.
 
서현 건축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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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