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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의 퍼스펙티브] 선거법, 찍고 싶은 후보 찍을 수 있게 고쳐라

선거법 개정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누구를 찍었나요? 총선 때는 또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까? 그 후보가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였나요? 그렇다면 행운입니다. 좋아도 찍지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찍는 사람이 많거든요. 이런 걸 ‘전략 투표’라고 하더군요.

선호 후보 찍어 사표 만드느니
싫은 후보 떨어뜨릴 전략투표
그래도 절반은 떨어지는 사표
승자독식 바꿔야 나를 표현해

지역당 완화 연동형 도입하면
국민의 뜻 그대로 의석에 반영
선거제도는 정치의 룰 정하는 틀
의석수 더 늘리고 특권 줄여야

 
지지자가 얼마나 많은지만 따져서는 결과를 알 수 없다. 가장 싫어하는 후보가 누군지,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그 후보가 당선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효과적인지…. 유권자의 머리도 매우 복잡하다. 좋아하는 후보보다 싫어하는 후보가 투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1등 아닌 다른 후보에게 찍은 표가 모두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어차피 한 사람을 골라야 하니까. 그런데 국회의원,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내가 원하는 후보를 찍지 못한다. 6·13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지역 정당 투표에서 50.92%를 얻었다. 그런데 시의회 의석의 92.73%(102석)를 가져갔다. 자유한국당은 25.24%의 표를 얻고, 의석은 불과 5.45%(6석)만 차지했다. 바른미래당은 11.48%의 표를 얻었는데 겨우 0.9%(1석)의 의석이 돌아왔다. 같은 한 표라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은 표가 바른미래당을 찍은 표보다 23배의 가치를 발휘한 셈이다.
 
이게 국회의원 선거라면 결과는 참담하다. 서울의 정당 투표율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민주당이 겨우 절반을 넘는 득표율로 49석 가운데 46석을 차지한다. 나머지 3석은 한국당 차지. 다른 정당에는 한 석도 돌아가지 않는다. 승자 독식이기 때문이다. 절반의 투표가 ‘죽은 표’가 된다.
 
이건 정당 투표를 기초로 한 추산이다. 실제로 지역구 별 후보에 대한 투표에서는 더 가혹할 수 있다. 정당 투표는 ‘죽은 표’에 대한 걱정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소선거구 선거에서 제3, 제4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득표 수만큼 의석수도 비례로
 
이런 문제를 고치자는 게 선거법 개정이다. 여러 가지 궁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학자와 정치권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먼저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을 할당한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은 당선인으로 먼저 인정한다. 지역구 의석으로 채워지지 않은 할당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운다. 그러면 지역구 당선자와 관계없이 정당마다 처음 할당된 의석만큼 나눠 갖게 된다.
 
지역구에서 할당 의석보다 더 많이 당선된 경우는 어떻게 하나. 이 때는 국회의원 정원을 초과한 ‘초과의석’을 그대로 인정한다. 따라서 정원을 300명으로 정해도 의석이 그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비례대표는 권역별로 나눌 수도 있고, 전국 득표비율로 나눌 수도 있다.
 
# 선거법부터 고치고 개헌으로
 
헌법과 선거법 개정이 오랜 숙제다. 이 정부 들어서도 계속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헌법과 선거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야당 후보들도 한목소리로 개정을 약속했다. 국민의 요구, 촛불의 뜻이라고 믿었다.
 
지난해 8월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원혜영 민주당 의원)를 만들고, 12월에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위원장 김재경 한국당 의원)를 구성했다. 그러나 번번이 다툼이 적은 사소한 문제들만 처리한 뒤 문을 닫았다. 이전 국회들도 마찬가지다.
 
선거법과 개헌은 깊은 상관관계다. 선거법은 정당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함께 논의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당장 개헌 동력이 떨어졌다. 이 바람에 선거법부터 고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법부터 고쳐 정당 정치의 틀을 바꾸면 개헌의 길도 열릴 거라는 기대다. 사실 정치개혁특위는 이미 지난 7월 국회 의결을 거쳤다. 그런데도 허송세월했다. 선거법상 총선 1년 전에는 선거법을 마무리해 선거구까지 확정해줘야 한다. 6개월인 활동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까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선거법 개정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래서 개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 개헌보다 어렵다는 선거법 개정
 
선거법은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개정 절차를 보면 비교가 안 되게 헌법 개정이 까다롭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고, 국민투표도 거쳐야 한다. 그에 비해 선거법은 국회에서 출석 의원 절반만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렇지만 선거법은 국회의원들의 생사를 좌우하는 규칙이다.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다. 규칙을 잘못 정하면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가떨어진다. 자기가 출마할 선거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출신 지역이 더 큰 지역과 합쳐지면 당선 확률이 확 떨어진다. 아직도 소지역주의 바람은 거세다. 한 지역에서 두 명을 뽑는 선거 제도라면 거대 양당에서 공천만 받아도 반은 당선된 거나 마찬가지다. 유신 시절과 5공 때가 그랬다.
 
이 바람에 선거구 획정도 번번이 시한을 넘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위는 선거 18개월 전에 구성(제24조)해 1년 전에 선거구를 확정해줘야(24조의2) 한다. 그러나 20대 총선 때는 선거를 불과 45일 앞두고 선거구를 확정했다. 국회의원과 정당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 지방선거가 총선이었다면
 
6·13 지방선거가 총선이었다면 어땠을까. 정당 투표를 현행 제도의 투표로 가정해 계산해보니 지역구는 민주당이 219석, 한국당이 34석을 차지했다. 이런 독식이 없다. 그나마 비례대표는 민주당 24석, 한국당 13석,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각 4석, 민주평화당과 민중당 각 1석이다.
 
이걸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어 계산하면 민주당이 겨우 과반인 153석만 가져간다. 한국당은 80석, 정의당이 31석, 바른미래당 27석, 민주평화당 5석, 민중당 3석, 녹색당 1석.
 
6·13 지방선거는 대통령 임기 초반의 선거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선거 결과는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득표율은 집권당이 절반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소선거구제에서는 정치 이슈가 터질 때마다 태풍이 몰아치듯 한쪽으로 쏠리고, 일당 독재로 달려가지만, 득표율만 보면 민주적인 견제를 유지하고 있다. 훨씬 안정적이다.
 
# 쏠림 막아야 큰 정당에도 안정적
 
국회 입법조사처는 20대 총선 결과로 선거제도를 바꾸었을 때를 시뮬레이션했다.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사표 발생률이 높고, 득표율과 의석율의 차이가 크며, 지역 정당 체제를  고착화한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대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23석(지역구 110석+비례대표 13석), 새누리당 122석(105+17), 국민의당 38석(25+13), 정의당 6석(2+4), 무소속 11석이다.
 
이것을 도·농복합선거구제와 전면적 중선거구제, 그리고 각각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경우를 모두 검토했다.
 
이를 연동형비례제로 바꾸면 의석이 득표율과 더 가까워진다.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 36.1%, 민주당 27.45%, 국민의당 28.75%, 정의당 7.78%였다. 지역구 선거를 현행대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배분하면 새누리당 105석, 민주당 110석, 국민의당 83석, 정의당 23석이 된다. 민주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 정당 득표율보다 의석이 더 많다. 이 차이 32석은 초과 의석으로 전체 국회 의석이 332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역구를 도·농복합선거구제나 전면적 중선거구제로 바꾸면 초과 의석이 확연히 줄어든다. 그러나 현재 농촌 지역은 이미 선거구가 몇 개 시·군에 걸쳐 있다. 더 넓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초과 의석이 많이 생기는 것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수를 늘리려면 어떤 수단을 쓰건 농촌 지역 선거구부터 줄여야 한다. 반발이 크다. 결국 의석을 늘려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 여론이 걸림돌이다. 정치권에서는 의원 수는 늘리되 세비와 특권은 줄여 현재 예산을 더 늘리지 않겠다고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 특권은 내리고 의석은 늘리고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국민이 투표한 대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소수당에 유리하다. 양당제보다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진영 싸움을 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정착할 수 있다.
 
다당제는 내각제에 맞고, 대통령제에서는 양당제가 적합하다는 사람도 있다. 선거법을 고치면 개헌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대통령제라도 다당제가 타협에 효과적이다. 88년 4당 체제에서 법안 처리나 정치적 합의가 훨씬 잘 이뤄졌다.
 
‘대통령의 효율적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유신 시절 유정회를 만들고, 5공 시절 비례대표 의석의 3분의 2를 제1 정당에 우선 배분한 적도 있다. 그것을 민주주의라 부르기가 민망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양대 정당에 손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처지가 뒤집힐 수 있다. 지금이 선거법을 개정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여야 모두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법 개정에 공감한다.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누가 유리하다고 섣불리 말하기 힘들다. 시민단체들은 의석을 늘리더라도 고치자고 한다. 현재 지역구를 살릴 수도 있다. 눈앞의 이익보다 공정하니까, 해야 하니까 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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