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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주목받는 지금이 아시안 앞에 놓인 ‘마의 장벽’ 깰 때”

지난 9월 열린 월드클럽돔 코리아에 참석한 DJ 스티브 아오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지난 9월 열린 월드클럽돔 코리아에 참석한 DJ 스티브 아오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일본계 미국인 DJ 스티브 아오키(41)는 어느덧 한국 음악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름이 됐다. 지난해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 당시 방탄소년단(BTS)과 만난 것을 계기로 세 번째 컬래버레이션 곡 ‘웨이스트 잇 온 미(Waste It On Me)’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아오키는 오는 9일 자신의 정규 앨범 ‘네온 퓨처(Neon Future) III’ 발매를 앞두고 원 디렉션ㆍ피프스 하모니ㆍ니키 잼 등 쟁쟁한 피처링 가수들 중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 노래를 선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여기엔 이들이 그동안 보여준 남다른 호흡에 대한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처음 손잡은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은 방탄소년단에게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28위 진입이라는 당시 최고 기록을 안겼고, 올 5월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에 수록된 ‘전하지 못한 진심’은 애절한 발라드 곡으로 보컬 라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티브 아오키는 오는 9일 정규 앨범 ‘네온 퓨처 III’ 발매를 앞두고 있다.  [사진 소니뮤직]

스티브 아오키는 오는 9일 정규 앨범 ‘네온 퓨처 III’ 발매를 앞두고 있다. [사진 소니뮤직]

매년 최고의 DJ를 가리는 ‘DJ 맥 탑 100 디제이스(DJ MAG TOP 100 DJs)’에 2011년 첫 진입 이래 8년째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스티브 아오키에게 K팝 가수와 협업은 어떤 의미일까. e메일로 만난 그는 “‘웨이스트 잇 온 미’는 BTS가 처음으로 전체를 영어로 부른 곡”이라며 “보통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 수정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손대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감미로운 목소리였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첫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나.
2017년 5월에 처음 만났는데 BTS는 그때도 이미 세상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SNS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 집으로 초대했다. 각각의 멤버마다 실력이 출중할 뿐더러 굉장히 유연하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
 
‘마이크 드롭’ 리믹스 성공을 예상했나.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3억 뷰를 넘기며 K팝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을 발매하고 월드 투어가 매진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성장을 실감했다. 아시아 가수들이 팝 시장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하는 데 함께 할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
 
향후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은 K팝 가수가 있다면.
SNS 영상을 보니 몬스타엑스도 굉장히 매력 있더라. 빅뱅의 승리와 투애니원 씨엘과도 개인적으로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K팝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에 이들과도 작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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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나고,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에서 자랐지만 아시안으로서 정체성이 상당했다. 동생 데본 아오키(38) 역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면서 함께 겪어온 고충이 있는 탓이다. “그동안 많은 아시아인들이 문화적 장벽을 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50년 전에 브루스 리(이소룡)가 영화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BTS는 한국어 노래로 아시아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죠.”
 
그는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나 카멜라 카베요의 ‘하바나(Havana)’로 대표되는 라틴팝 열풍과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의 흥행을 함께 언급했다.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 수가 56억 회에 달하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수입이 2억 3000만 달러(약 2620억원)를 넘어서는 지금이야말로 문화 장벽을 무너질 적기이자 다양한 인종의 영미권 진출이 이뤄질 타이밍이란 얘기다.  
 
동생 데본 아오키(왼쪽)는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동생 데본 아오키(왼쪽)는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1마일 4분’이란 말이 있어요.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가 최초로 1마일(1.6㎞)을 4분 안에 주파하면서 ‘마의 4분’을 깨버린 거죠. 문화계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그 한계점을 넘어선 경우가 없었어요. K팝이나 라틴팝 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는 건 처음으로 그 징조를 보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바바라 캠퍼스에서 사회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사회학도다운 대답이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땐 경제학이 가장 열정적인 학문이라 생각했어요. 수업도 경제학 위주로 들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관심을 쏟게 되면서 사회학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여성들이 기본권을 갖기 위해 싸워왔던 역사를 배우면서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음악은 제 나름대로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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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아오키 공연의 시그니처가 된 케이크 던지기 퍼포먼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스티브 아오키 공연의 시그니처가 된 케이크 던지기 퍼포먼스. [사진 스티브 아오키 인스타그램]

그가 꼽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매력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페스티벌이나 라이브 공연을 해 보면 다들 같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즐기는 것 같아요. 라디오나 비디오로 소비하는 게 아니니 중독성 있는 훅(hook)이나 잘생긴 외모보다 에너지가 중요한 거죠. 제가 쇼 도중에 케이크를 던지는 것도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시그니처를 만들고 싶어서였거든요. 이렇게 피자 사업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하하.”
 
그렇다면 이번 ‘네온 퓨처 III’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한테는 상상력이 되게 중요한 부분이예요. 어릴 적부터 만화를 보며 길러온 상상력 덕분에 급변하는 음악 시장에서 아주 조금, 한 발짝 앞서 나가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공상으로 치부되는 과학과 현실의 중간지점이 궁금해서 그 내용을 코믹북에 담아 함께 출간했어요. 실제 과학자와 협업했는데 41세가 아닌, 14세 소년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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