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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철주금, 강제징용 배상 안하면 포스코 지분 압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배상이 진행될지도 관심이다. 신일철주금이 가진 포스코 지분에 대한 강제 집행 등도 거론되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신일철주금, 포스코 지분 3% 보유
"뉴욕서 DR로 사들여 압류 불확실"

 
우선 신일철주금이 판결에 따라 직접 위자료를 지급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일철주금은 30일 “매우 유감”이라며 “판결 내용을 정밀히 조사하고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에 입각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배상을 거부할 확률이 높다.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운데)와 피해자 유가족들이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운데)와 피해자 유가족들이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 뒤엔 강제 집행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신일철주금이 일본에서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해 일본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앞서 일본 법원이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강제집행은 신일철주금이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만 추진될 수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신일철주금이 가진 포스코 지분이다. 소송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한 김세은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통상적인 절차상 법원의 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며 “아직 어떤 국내 재산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포스코에 대해 3%가량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이에 대한 강제 집행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은 일본 공사현장에서 토목 노동을 하는 강제징용 조선인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은 일본 공사현장에서 토목 노동을 하는 강제징용 조선인들.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신일철주금은 지난해 기준 3.32%의 포스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200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이후 양측은 때에 따라 서로 지분을 늘리거나 줄여왔고, 포스코 역시 현재 신일철주금 지분 1.65%를 가지고 있다. 신일철주금이 가진 포스코 지분 3.32%는 7000억원 이상 가치다. 피해자 각각 1억원씩인 위자료 지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를 국내 보유 자산으로 보고 강제집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신일철주금이 가진 지분이 국내 증권시장이 아닌,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사들인 주식예탁증서(DR)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해외 증시에서 거래한 DR을 국내 재산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고, 이를 압류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받아들여 줄 것인지 역시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 김상선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 김상선 기자

이외에 국내 자산으로 볼만한 것은 신일철주금이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일철주금은 여러 업체와 거래를 하며 국내 시장에 물건을 팔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자산을 찾을 필요 없이 매출채권을 압류하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이나 매출채권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신일철주금의 계열사 자산 등이 남지만, 계열사 자산은 강제 집행 대상이 아니다.

 
김세은 변호사는 “2013년에 받은 판결에 따라 가집행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었지만 5년 동안 가집행을 진행하지 않았던 건 신일철주금에서 판결 취지를 받아들이고 이행할 걸 기다렸던 측면도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강제집행 절차를 선택할지 좀 더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일철주금과 포스코는 오랜 기간 사업적으로 경쟁하고 협력해 온 관계다. 포스코 창립 당시 한국은 철강 분야 기술 노하우나 사업 기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신일철주금이 상당 부분 기술을 지원했다. 2012년 신일철주금이 고성능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빼갔다는 이유로 포스코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에서 맞붙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두 회사는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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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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