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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혐오 부추긴 ‘우파 포퓰리즘’ … 유럽도 남미도 삼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나온 보우소나루 지지자의 모습.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는 신임 대통령에 선출됐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나온 보우소나루 지지자의 모습.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는 신임 대통령에 선출됐다. [AP=연합뉴스]

관용·다양성·인권 등의 가치가 퇴조한 지구촌 선거판에서 반(反)난민·민족주의·혐오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2016년 11월) 이후 대세가 된 ‘우파 포퓰리즘’ 혹은 ‘트럼피즘’(Trumpism)이다. 트럼피즘은 유럽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 대표되는 중도파의 퇴장을 부른 데 이어 중남미 리더십도 ‘우향우’시키고 있다.
 
오는 11월 6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대선 전략이었던 반난민 캠페인에 다시금 올인하고 있다. 29일엔 미군 북부사령부가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멕시코 국경에 병력 5200명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국경 순찰에 추가 지원된 국경수비대 2000여 명과는 별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윗에 “많은 갱 조직원과 일부 매우 나쁜 사람들이 그들(캐러밴) 속에 섞여 있다”며 “이건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invasion)이다. 우리 군대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캐러밴이 위협적인 세력인가에 대해 미 언론은 회의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7000명까지 늘어났던 행렬은 현재 3500명 선으로 줄었고 아직 국경까지 오려면 수 주 남았다”고 29일 전했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 국경에 군 병력이 배치되는 것은 1980년대 마약 밀수꾼들과의 전쟁 이후 근 40년 만에 처음이다.
 
때문에 트럼프의 강경 대응이 최근 잇따랐던 극우 테러 책임론에 대한 ‘반격’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반(反) 트럼프 진영 인사들을 겨냥했던 폭발물 소포 테러 범인은 공화당원이자 트럼프 열성 지지자로 밝혀졌다. 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사건(사상 17명), 켄터키주 수퍼마켓 총격사건도 모두 인종 증오 범죄로 추정된다. 트럼프 진영이 우파 극단주의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통령이 군을 이용하는 것”(NYT)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럽·남미 휩쓰는 우파 바람

유럽·남미 휩쓰는 우파 바람

트럼프에 대한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을 전망하는 전문가나 언론은 많지 않다. 2년 전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공화당을 지지하는 ‘앵그리 화이트’(미국 저학력 백인 노동자층)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바마식 다자주의, 소수우대정책에 불만을 품고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하며 기존 정치를 불신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같은 아웃사이더·포퓰리스트 정치인에 대한 열광은 지난 28일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 대선에서도 되풀이됐다. 중남미 좌파의 상징이었던 노동자당(PT)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역시 기존 정계의 부패, 경제난을 공략하는 한편 반난민 구호를 앞세웠다. 앞서 아르헨티나·칠레 대선에서도 잇따라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남미를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좌파 정권의 물결)’의 몰락이다.
 
지난 6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한 장면을 찍은 사진. 팔짱 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탁자를 꽉 누르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미국의 관세 폭탄을 둘러싸고 정상들간 균열을 노출했던 당시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한 장면을 찍은 사진. 팔짱 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탁자를 꽉 누르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미국의 관세 폭탄을 둘러싸고 정상들간 균열을 노출했던 당시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파 포퓰리즘 득세는 유럽 정치에서 가장 큰 지각 변동을 부르고 있다. 특히  ‘자유 세계의 총리’로 불린 메르켈이 29일 기독민주당(CDU) 대표 사퇴와 함께 3년 내 총리직 사임을 선언한 것은 ‘시대의 종언’으로 해석된다. 독일 중도우파 CDU를 18년째 이끌어온 메르켈은 대연정으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과 손잡고 좌파적 정책까지 수용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2015년 난민 100만명 가량을 받아들인 포용 정책이 그늘을 드리웠다. 유럽 곳곳에서 테러가 터지고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독일 내에서도 지역 간 경제 상황에 격차가 벌어지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현 집권 연정은 39%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빠져나간 표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좌파 성향의 녹색당 등으로 넘어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헝가리·폴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중도 좌·우파 기성 정당이 몰락하고 극우나 좌파 색채가 뚜렷한 정당이 부상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앞서 극우파가 부상했던 오스트리아에선 중도 우파와 극우가 집권 연정을 꾸렸다. 이탈리아에서도 극우 동맹당과 포퓰리즘 오성운동이 동거정부를 구성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만약 AfD와의 연정이 구성된다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AfD가 유로화와 EU에 회의적일뿐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세계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이 과거보다 국수주의로 기울 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포스트 메르켈’이 누구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외교에 대한 대응도 주도했던 메르켈 시대의 종언은 서방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전조이자 트럼피즘의 ‘유럽 제패’ 전주곡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비하 ‘중남미 두테르테’ 여성들 치안 공포에 찍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EPA=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EPA=연합뉴스]

지난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3·사진)는 여성 혐오 막말을 서슴지 않는 탓에 ‘브라질의 트럼프’ ‘중남미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로 불린다.  
 
하지만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들의 보우소나루(42%) 지지는 경쟁 후보인 페르난두 아다지(41%)와 차이 없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치안 공포’를 들었다. 브라질에선 지난 10년간 55만3000명이 살해당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숫자만 지난해 1133명이다.  지난해 성폭행 당한 여성도 6만 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43%의 여성이 사형제에 찬성하는 등 보우소나루식의 우파 가치에 동조하고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한때 남미 페미니즘을 선도했던 브라질 여성 82%가 낙태 합법화를 반대하는 등 보수화·반페미니즘이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런던·뉴욕=김성탁·심재우 특파원,  
서울=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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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