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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문'의 무협소설 대가 김용, 영원히 강호를 떠나다.

 무협 문학의 거장 진융(金庸)이 30일 94세를 일기로 영원히 강호(江湖)를 떠났다. 국내에선 한국식 발음인 ‘김용’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겸 언론인 진융은 이날 오후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진융(김용·金庸)이 94세 나이로 30일 숨졌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진융은 이날 오후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사진 연합=차이나데일리 화면 캡처]

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진융(김용·金庸)이 94세 나이로 30일 숨졌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진융은 이날 오후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사진 연합=차이나데일리 화면 캡처]

 중국 저장(浙江)성 출신인 진융은 30대 초반 나이에 신문사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무협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일하던 신문의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직접 소설을 쓰고 연재한 것이 거장 진융을 탄생시킨 첫발이었다. 그는  ‘소오강호’‘녹정기’‘사조영웅전’ ‘신조협려’등 15편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중국 대륙에서 1억권 이상, 대만에서 1천만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판매량을 집계할 수 없다. 필력이 신의 경지에 들었다 하여 ‘신필(神筆)’로 불린 그였지만 작품을 쓴 기간은 1955년부터 72년까지로 그리 길지 않았다.  ‘녹정기’를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한 진융은 이후 40여년간 ‘살아있는 전설’로 남았다. 
 
 한국에서도 진융, 즉 김용은 무협 소설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의 작품 모두가 한국에서 번역 출판됐으며 ‘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등을 묶어  86년 ‘영웅문’이란 제목으로 출판된 3부작은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무협지가 만화방이나 대서소의 울타리를 넘어 정식 출판업계의 영역으로 진입한 것도 진융의 작품이 시초가 됐다.
 
 그의 작품은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 수없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한번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은 반복적으로 리메이크됐다.  1990년대의 히트 영화 '동방불패'는 진융의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진융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는 컴퓨터 게임들이 제작돼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진융은 단순한 무협 작가의 범주를 뛰어넘는 전방위적 지식인이었다. 중국 역사와 고전 시가, 철학, 종교 등 폭넓고 깊은 인문학적 소양의 바탕 위에 펼쳐진 그의 작품 세계는 한 번 책을 들면 손을 놓기 힘들 만큼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과 결합해 수많은 열성 독자를 확보했다. 진융과 같은 저장성 출신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도 진융의 열혈 애독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집무실에는 진융의 작품들이 꽃혀 있다.
 
무협 문학은 대중소설로 폄하되기 일쑤지만 진융은 달랐다. 그의 57년 작품인 ‘사조영웅전’은 베이징 초등학생들의 필독 도서 명단에 포함됐다. 진융의 작품 세계는 많은 박사를 배출할 정도로 중화권 문학계에서 독자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를 김학(金學) 또는 용학(庸學)으로 부른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에 진융의 작품을 비롯한 무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가 나왔다.   
  
 진융은 또 명보(明報)를 창간해 홍콩을 대표하는 일간지로 키운 언론인이기도 했다. 그는 59년 명보를 창간해 93년 은퇴할 때까지 주필로 일했다. 명보가 급신장하게 된 주요 원인중 하나는 진융의 무협소설을 독점 연재한 것이었다. 만년의 그는 무협 소설가보다는 언론인이나 평론가로 불리길 원했다고 한다. 
 
 진융은 한자 문화권의 울타리를 넘어 서양에서도 유명해졌다. 프랑스의 레종드뇌르 훈장과 영국의 대영제국 훈장을 수훈한 것이 그의 명성을 입증한다. 진융은 그의 필명이며 본명은 차량융(査良鏞), 홍콩식 이름은 루이스 차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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