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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배상 판결은 한일 관계를 근본으로부터 뒤흔드는 것”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은 30일 오후 2시 55분께 ‘일본기업에 대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 확정에 대해’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로부터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미 대법원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오랫동안 준비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징용 판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징용 판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고노 외상은 이후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오후 4시 5분) “법의 지배가 관철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항의했다. 고노 외상은 이 대사에게 악수를 청하지도 않았다. 또 고노 외상의 모두 발언 뒤 이 대사의 발언 순서가 되자 일본 기자들이 모두 퇴장하는 이례적인 광경도 벌어졌다. 주일한국대사가 외무성에 불려간 건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였던 신각수 대사 이후 6년여만이다.  
 
이후 중의원 본회의에 출석 중이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국회 답변 형식으로, 또 기자들 앞에서 약식 회견 양식으로 두 차례나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도쿄 외교가에선 “일본의 대응이 예상보다 강하고 빠르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중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중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고노 외상은 이날 담화를 발표하며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제2조를 ‘참고용’으로 첨부시켰다. 그가 “양국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일방적으로 뒤집고 훼손했다”,“한국이 빨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경우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대응하겠다”라고 표현한 것도 평소 스타일보다 강했다.
 
고노 외상은 이날 “한국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확실하게 취하길 바란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먼저 확인하고 싶다”고도 했다. 여기엔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정부가 나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시나리오를 일본 정부가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고노 외상이 이 대사에게 건넸다는 문서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외무성 안팎에선 “법적 조치만 5개 이상을 준비 중이다. 어떤 카드를 언제 쓸지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먼저 65년 협정에 규정된 분쟁해결 절차, 즉 ^외교상의 경로를 통한 한·일 양국 협의 ^중재위원회를 통한 논의가 거론된다.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엔 고노 외상이 담화에서 언급한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ICJ 제소가 현실화되더라도 한국 측의 동의가 없는 한 ICJ의 재판권이 자동적으로 발동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 측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국제적인 여론전을 펴겠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양국간 투자보장협정상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S) 절차를 동원하는 방안까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일본 기업이 미국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등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는 절차다. 일본 정부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의 귀국 조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담화에  ‘청구권 문제 대책실을 아시아대양주국에 설치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일본 정부가 향후 치밀하고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통첩으로 풀이된다.
 
일본 재계도 움직였다. 패소한 신일본주금은 “매우 유감이며,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에 입각해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게이단렌(經團連) 등 경제단체들도 공동으로 “한국내 투자와 비즈니스에 장애가 될 수 있어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코야마히데히코(向山英彦)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 사이에 한국에의 신규 투자를 보류하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며 "‘혐한(嫌韓) 무드’가 조성되면서 양쪽의 관광객이 줄고, 통화 스와프 등 경제협력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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