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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붕괴 '어게인' ?…잘나가던 미국 기술주 급락 왜?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CEO. [AFP=연합뉴스]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CEO. [AFP=연합뉴스]

최근 들어 한국 증시의 낙폭을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미국 기술주의 하락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IT·기술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술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10월 들어서만 14%가량 하락했다. 29일(현지시간)에도 나스닥 지수는 7050.29로 전 거래일 대비 116.92포인트(1.6%) 내려가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들의 낙폭은 더 크다. 이날 페이스북(-2.3%), 아마존(-6.3%), 애플(-1.9%), 넷플릭스(-5%), 알파벳(-4.5%) 등 이른바 ‘FAANG’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10월 한 달만을 놓고 봐도 이들 주식은 평균 20% 내려갔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그 정도로 나쁘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현재 실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미래가 문제라는 얘기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과 구글은 예상을 상회하는 3분기 순이익이 나왔음에도 매출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하락했다”며 “지금 현재 실적이 아니라 2019년의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이라 기술주들이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 기술주들의 3분기 실적이 썩 나쁜 편이 아님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시선이 ‘지금’이 아닌 내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는 성장주, 특히 기술주에 대한 위험(리스크) 회피 심리가 깔리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주의 ‘미래 실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심화하는 내부 경쟁이 꼽힌다. 클라우드 기술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두고 기술 기업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부문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아마존 등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 때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방어 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미리 발을 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스크린에 IBM 주가가 표시돼 있다. EPA/JUSTIN LAN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9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스크린에 IBM 주가가 표시돼 있다. EPA/JUSTIN LAN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제로 IBM이 29일(현지시간)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다고 밝히자 그날 주가는 4% 이상 하락했다. 그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락에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IBM은 클라우드 사업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오픈소스 업체인 레드햇을 인수하며 “인수 과정에서 현금을 많이 써 당분간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기술 환경에 현재의 기술 기업들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소다. 백찬규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스냅(스냅챗)은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액이 나왔음에도 사용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스냅은 지난해 3월 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만 해도 공모가(17달러)보다 44% 오른 24.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의 기업 가치로만 보면 당시 알리바바와 페이스북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유사한 서비스의 등장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상장 1년 7개월 만에 주가는 5.99달러로 고꾸라졌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무역 갈등도 기술주의 하락을 이끄는 주요 요소다. 기술 기업 자체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그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미·중 간 마찰도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기업의 경우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다.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미국이 11월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관련 합의에 실패할 경우 12월 초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지금까지 시행된 관세 조치는 모두 2500억 달러(약 285조7500억원) 규모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여기에 영국도 29일(현지시간) 인터넷 관련 대형 기술주에 대해 2020년 4월부터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적용한다고 밝혀 주가를 출렁이게 했다.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상은 이날 “연 매출5억파운드(약 7315억원) 이상의 기업들에게 영국 매출의 2%를 디지털 서비스 세금으로 부과한다”고 말했다.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관세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마자 미국 기술주가 다시 휘청했다”며 “이는 현재의 기술 기업 실적이나 순이익 등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외부 요인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기술주가 마냥 ‘하향 곡선’을 유지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임 연구원은 “심리적 이유로 미국 기술주가 하락하고 있지만, 신규 성장 동력이 탄탄한 만큼 변동 장세가 진정되면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원 팀장도 “기술 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그간 많이 확장해왔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더 심화하더라도 미국이 장기적으로 자국의 기술주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기에 가격 측면에서는 조금 타격이 있더라도 수요 측면에서 위험성이 계속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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