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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와서 치료하기도 전에 기절한 남자

기자
유원희 사진 유원희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1)
입안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신비한 조화와 자연미를 찾아내 미적 감각으로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들려주는 힘을 빼는 삶의 이야기. 힘을 빼면 치과 치료가 쉬워지는 건 물론 가족, 친구 사이, 비즈니스도 잘 풀려간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치과의사가 힘을 뺀 인생이 더 멋진 이유를 들려준다. <편집자>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말이 있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단어다. 유능승강(柔能勝剛)이라고도 한다. 내가 이 말을 접한 것은 젊은 시절이었지만 이 말이 주는 참뜻을 깨달은 것은 치과의사가 되고 나서였다. 이 말은 치과의사로서 나에게 아주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 치과의사의 손놀림이 부드러워야 훌륭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환자가 부드러운 상태 즉 힘을 뺀 상태가 아니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치과를 두려워한다. 요즘이야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치과 치료의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성인은 대개 어릴 적 치과에서 받았던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 치과가기 두려워한다. [사진 pixabay]

사람들은 치과를 두려워한다. 요즘이야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치과 치료의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성인은 대개 어릴 적 치과에서 받았던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 치과가기 두려워한다. [사진 pixabay]

 
사람들은 치과를 두려워한다. 우리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안 좋고 두려운 것이 몇 군데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경찰서, 유치장, 장례식장 같은 단어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치과는 일단 치아가 아파야 가는 곳이므로 고통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곳이다. 
 
치과 치료는 일단 아프다. 요즘이야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치과 치료의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성인은 대개 어릴 적 치과에서 받았던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 치과로 향하는 발길이 무거운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치과의사인 나도 사실은 겁이 난다.)
 
치과에 간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기다리는 시간도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서 의자에 앉는 순간 대개의 환자는 긴장하여 몸이 굳어진다. 위에는 환한 등이 있고 옆에는 무서운 기계가 떡 버티고 있으며 약 냄새도 나니 즐거울 리가 없다.
 
한번은 이런 환자가 있었다. 덩치도 크고 듬직한 남자였는데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부터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치과에 오는 환자를 보면 남자가 오히려 겁을 더 낸다. 여자들이 오히려 편하게 의자에 앉는 편이다. 왜 그럴까? 덩치가 큰 남자가 연약한 여자보다 더 겁을 내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혼하고 출산경험이 있는 여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천성적으로 여자가 고통에 대처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것일까? 혼란스럽거나 위험한 순간에도 여자가 더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이는 사례를 나는 많이 보았다. 특히 어머니로서의 여자는 대단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 모성이라는 무기는 여자를 강하게 한다.
 
치과에 온 한 환자는 진료 전부터 불안해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다른 환자를 진료하고 있을 때 기다리던 남자가 대기실에서 기절했다는 것이다. '여기는 치과야, 이 친구야. 여기서 기절하면 어떡해?'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연합뉴스]

치과에 온 한 환자는 진료 전부터 불안해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다른 환자를 진료하고 있을 때 기다리던 남자가 대기실에서 기절했다는 것이다. '여기는 치과야, 이 친구야. 여기서 기절하면 어떡해?'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연합뉴스]

 
불안한 눈빛을 가진 이 남자 환자는 의자에 앉아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편안하게 앉아 계세요. 차도 한잔하시고요.” 우리 직원이 이렇게 안내를 하고 나는 진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대기실에 시끌시끌했다. 기다리고 있던 이 남자가 기절했다는 것이었다.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남자가 치과 진료를 기다리면서 기절을 하다니! (여기는 치과야, 이 친구야. 여기서 기절하면 어떡해?)
 
그렇다고 웃을 일도 아니다. 물론 남자환자는 금방 깨어났고 무척 쑥스러워했다. 아마 어릴 적 치과에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한 탓이리라. 찬물을 마시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금 진정한 후에 치료를 잘 받고 돌아갔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는지 문을 나설 때는 웃으면서 인사를 꾸벅하고 나갔다. 아마 다음부터는 치과로 와서 기절하는 일이 없으리라.
 
치과 치료를 받을 때는 힘을 빼야 한다. 의자에 앉아 어깨에 잔뜩 힘을 주는 나이 지긋한 남자, 두 손을 모아 쥐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있는 젊은 여자, 이를 앙다물고 입을 벌리지 않으려는 소녀, 다리를 쭉 뻗어 허벅지에 힘을 모으고 있는 고등학생, 나는 이들에게 어깨를 툭툭 쳐준다. 그리고 힘 빼시라고 다정하게 말한다. 그러면 대개 힘을 빼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는다. 치료가 끝나면 어라, 안 아픈데? 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픔은 의사의 기술과 환자의 릴렉스한 상태에서 사라진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일하든 사랑을 하든 혹은 공부를 하든 힘을 빼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힘을 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사랑에서 서로 힘을 주고 만나면 이별이 생긴다. 공부할 때도 머리를 유연하게 하지 않으면 지식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힘을 빼면 한결 부드러운 삶이 된다. 하루하루가 경쾌해지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긴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스트레스가 되고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악물면 치아도 빨리 나빠진다. 치아건강도 유능제강이다. 입과 그 주변 근육을 늘 부드럽게 하고 이도 부드럽게 유지하면 치과에 오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기절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유원희 WY 치과 원장 whyo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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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