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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에 숯 넣으면 잡내 사라져? 그건 근거없는 얘기

기자
이태호 사진 이태호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19)
간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양조 식품이다. 장맛이 좋으면 인심도 좋다 했던가. 장맛이 음식맛을 좌우하며 그 집 안주인의 인품까지도 묻어나게 했다. [중앙포토]

간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양조 식품이다. 장맛이 좋으면 인심도 좋다 했던가. 장맛이 음식맛을 좌우하며 그 집 안주인의 인품까지도 묻어나게 했다. [중앙포토]

 
간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양조 식품이다. 장맛이 좋으면 인심도 좋다 했던가. 장맛이 음식 맛을 좌우하며 그 집 안주인의 인품까지도 묻어나게 했다. 요즘이야 가정에서 장 담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장 담그는 방법이 시집가는 새댁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의 하나로 여겼을 정도다.
 
간장은 조미식품으로 음식에 넣어 맛을 좋게 하는 게 첫째 목적이고 둘째로 간을 맞추는 역할이다. 간이야 소금으로 맞추면 되지만 간장 속의 조미성분을 대체할 방법은 없다. 
 
그러면 간장의 맛을 내게 하는 정미성분(신맛·단맛·짠맛·쓴맛·감칠맛 등을 나타내는 물질)의 주체는 뭔가. 알다시피 거기에 녹아있는 아미노산이다. 아미노산 외에도 간장의 맛에는 여러 물질이 관여한다. 숙성 과정 중에 미생물이 작용해 만들어 내는 유산을 비롯한 각종 유기산, 단맛을 내는 당류, 방향 성분 등 여러 것들의 복합적인 결과가 맛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장 담그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간장 맛을 내게 하는 아미노산
우선 콩을 충분히 물에 불린다. 이는 열에 의해 잘 삶겨져 조직의 붕괴를 도와주기 위함이다. 삶는 시간을 오래 하면 더욱 좋다. 압력솥을 사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편하다. 이렇게 하면 미생물이 만들어 준 효소에 의해 물질분해가 잘 일어나 콩 성분이 간장 속에 많이 녹아 나올 수 있게 된다.
 
삶은 콩을 적당히 파쇄하기 위해 절구에 찧거나 갈아준다. 기호에 따라 찧는 정도는 달리할 수 있다. 곱게 갈아주면 효소에 의한 분해속도는 빨라지나 나중에 된장으로 사용할 경우 분말이 미세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다음에는 성형과정으로, 메줏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때 메주의 정해진 형태는 없으며 적당한 크기(보통은 사각형)로 뭉쳐준다. 개량 메주(알 메주)의 경우는 성형하지 않고 그냥 보관 중인(순수 분리한) 우량미생물을 식균해 항온실(恒溫室)에서 배양한다. 배양 중 미생물은 콩 속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효소(protease)를 대량 생산한다.
 
경북 포항의 오지마을에 위치한 한 전통 장 제조기업에서 메주를 매달고 있다. 재래식 메주는 따로 미생물을 식균하지 않고 환경에 있는 것들이 자연히 착생해 자라도록 해준다. 메주 표면이 어느 정도 건조됐다 싶으면 끈으로 매달아서 처마 밑 같은데 걸어둔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의 오지마을에 위치한 한 전통 장 제조기업에서 메주를 매달고 있다. 재래식 메주는 따로 미생물을 식균하지 않고 환경에 있는 것들이 자연히 착생해 자라도록 해준다. 메주 표면이 어느 정도 건조됐다 싶으면 끈으로 매달아서 처마 밑 같은데 걸어둔다. [중앙포토]

 
재래식 메주는 따로 미생물을 식균하지 않고 환경(혹은 공기 속)에 있는 것들이 자연히 착생해 자라도록 해준다. 그러기 위해서 볏짚(짚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이 많이 붙어 있음)을 깐 따뜻한 바닥(30도 전후)에 옮겨놓고 며칠 동안 방치한다. 그렇게 하면 환경 속에 있는 미생물이 메주에 착생해 왕성하게 자란다. 메주 표면이 어느 정도 건조됐다 싶으면 끈으로 매달아서 처마 밑 같은데 걸어둔다.
 
몇 개월 지나면 각종 미생물이 단백질분해 효소뿐만 아니라 당 분해 효소(amylase), 지방 분해 효소(lipase) 등을 동시에 메주 속에 생산해준다. 이때 인체에 이롭지 못한 균 또는 숙성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미생물도 번식해 메주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메주가 좋아야 좋은 간장, 된장을 만들 수 있다. 메주를 잘라서 속을 보면 좋고 나쁨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가정에서 이와 같은 재래식 메주를 만들고 있지만, 만들 때의 공정이나, 콩의 질, 온도, 습도, 장소(지역), 기후, 환경, 심지어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도 제품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공장에서는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쓴다. 미생물의 자연착생을 기다리지 않고 우량 균주를 보관했다가 삶은 콩에 직접 이식해 주고 비교적 무균적인 환경에서 단시간 배양한다.
 
당연히 메줏덩어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시장에 가면 낱알로 된 메주콩에 곰팡이가 썬 개량 메주(알 메주)를 볼 수 있다. 개량 메주로 간장을 담그는 편이 실패할 확률이 낮아 보인다.
 
다음은 간장을 담는 숙성 과정이다. 이는 소금물에 메주를 담가 콩 단백질을 미생물이 생산한 단백질분해 효소(protease)로 가수분해하는 작업이다. 이때 사용하는 소금이나 물도 중요하다. 천일염의 경우는 간수를 충분히 뺀 것을, 정제염은 그냥 사용해도 된다. 꼭 천일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물도 광천수다, 지하 암반수다 하여 좋은 것을 찾는다. 그러나 물은 지나치게 가릴 필요는 없다. 보통 수돗물과 정수 물을 사용하면 된다.
 
간장의 숙성과정 중 실제로 소금은 부패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 외에는 하는 것이 없다. 오히려 효소 반응을 방해해 숙성 기간을 늘리는 경향마저 있다. 소금의 농도는 지방이나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0% 전후로 한다. 이 정도의 농도에서는 부패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된다. 단지 일부 내염성·호염성 미생물의 생육은 가능해 간장의 맛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전남 강진 된장마을 장독 풍경. 소금물에 메주를 넣어 두면 메주 속의 효소가 녹아 나와 콩 단백질에 작용해 서서히 분해가 일어난다. 맛있을 정도로 녹여내는 데는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전남 강진 된장마을 장독 풍경. 소금물에 메주를 넣어 두면 메주 속의 효소가 녹아 나와 콩 단백질에 작용해 서서히 분해가 일어난다. 맛있을 정도로 녹여내는 데는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소금물에 메주를 넣어 두면 메주 속의 효소가 녹아 나와 콩 단백질에 작용해 서서히 분해가 일어난다. 맛있을 정도로 녹여내는 데는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숙성기간이 오래될수록 가용성 물질이 많아져 맛이 좋아지며, 온도도 적당히 유지돼야 효소의 반응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콩 단백질이 분해되어 많은 아미노산이 녹아 나올수록 간장 맛은 좋아지며 질 좋은 간장이 된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내염성균의 생육이 지나치게 왕성하여 간장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숙성 후 걸러서 남는 부분을 된장으로 사용하는 한국식 간장의 경우는 콩을 철저하게 분해할 필요는 없다. 간장독에 숯, 붉은 고추 등을 넣거나 옹기 주위에 금줄을 치는 것은 숙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단지 주술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숯이 잡내를 없애준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간장이 검게 되는 것은 당과 아미노산의 화학반응에 의한 갈변현상이다. 몇 개월의 숙성이 끝나면 이를 걸러서 고형분과 간장 부분을 분리한다. 간장 부분은 센 불로 한번 끓여주면 보관성이 좋아진다. 이때 반드시 끓여줄 필요는 없지만 끓이면 간장의 색깔이 진해지고 번식 미생물의 살균이 일어나 보존 시 변질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오래 둘수록 색은 진해지며 색깔은 맛과 인체 유해성과는 크게 무관하다(일면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하다).
 
대규모로 만드는 공장식 간장은 철저히 관리해 숙성시키기 때문에 일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으며 실패해 망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공장에서는 가격이 비싼 온 콩을 이용하지 않고 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아닌 경우도 있다).


조선식 간장에 밀 많이 넣으면 왜식 간장
한국에서는 간장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된장으로 먹는데 된장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소금물을 적게 부어 간장을 아예 빼지 않거나 적게 빼는게 좋다. [중앙포토]

한국에서는 간장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된장으로 먹는데 된장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소금물을 적게 부어 간장을 아예 빼지 않거나 적게 빼는게 좋다. [중앙포토]

 
이상은 조선식 간장의 경우를 설명했다. 시중에는 조선식 간장보다 달짝지근한 왜식 간장이 더 많이 유통된다. 이를 양조간장이라 하고 조선간장과 구별하기도 한다. 왜간장은 콩과 밀을 동일량 사용하여 개량식으로 메주를 만들고 철저하게 관리하여 숙성시킨다. 밀전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도당이 많이 생겨 단맛을 띤다. 이때는 고형분을 된장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메주를 우량 균주로 철저하게 분해하여 찌꺼기를 최소량으로 줄인다.
 
한국에서는 간장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된장으로 먹는다. 그러나 된장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소금물을 적게 부어 간장을 아예 빼지 않거나 적게 빼는 게 좋다. 왜식의 경우는 된장(미소 된장이라 하던가)과 간장을 따로 담는다. 
 
왜식 된장은 콩과 밀가루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단맛이 난다. 미소가 일본말로 된장이라는 뜻인데 미소 된장이라면 된장이라는 단어가 두 번 붙은 꼴이 된다. 닭도리탕과 같은 이치다. 일본에도 관서지방에 가면 밀을 전혀 넣지 않는 타마리간장이라는 조선식 간장이 있다. 아마도 도래인(渡來人)이 기술을 전하고 만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시판하고 있는 간장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보자.
간장의 종류
조선간장: 순수하게 콩으로만 담근 재래식 간장이다. 단맛이 없다.
 
양조간장: 일본식 간장을 보통 이렇게 부른다. 밀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맛이 난다.
 
산분해 간장: 미생물을 사용하지 않고 강산(强酸)으로 콩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액을 얻고 여러 종류의 식품첨가물을 가해 양조간장과 유사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때 재료로 탈지대두를 사용하기도 하나, 보통 질 떨어진 생선이나 글루텐(밀단백질) 등과 같은 저가의 단백질을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단백질의 가수분해물(아미노산액)을 간장의 맛과 색깔을 비슷하게 하기 위해 식염, 인공감미료(사카린 등), 유기산, 캐러멜색소 등을 첨가한다. 일종의 짝퉁 간장이다.
 
혼합간장: 양조간장이 고가이기 때문에 산분해 간장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 제품화한 것이다. 혼합 비율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크게 난다. 지금부터는 간장을 구매할 때 병에 붙은 조제방법과 원재료 및 함량표시를 꼭 한번 읽어보자. 혼합간장의 경우는 산분해 간장과의 혼합 비율이 표시돼 있다.
 
된장: 조선식 된장은 간장을 담고 걸러낸 부분을 된장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간장을 빼지 않고 된장을 따로 담그면 맛이 더 좋은 된장이 얻어진다. 왜식 된장(양조 된장)은 간장과 따로 담그며 밀가루 등 전분을 혼합해 단맛을 낸다. 가루의 글루텐으로부터 글루탐산(MSG)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감칠맛이 더하다. 간장 된장은 콩 뿐만 아니라 팥이나 녹두 등 여러 콩으로도 만들 수 있다.
 
끝으로 식품 관련 전문가들이 간장과 된장의 효능을 지나치게 홍보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특히 된장에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 심지어 항산화 물질이 많아 노화를 방지하며 피부미용에도 좋다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태연히 하는 경우가 있다. 근거 없는 이야기다. 훌륭한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서양인이 간장·된장 싫어하는 건 곰팡이 독소 때문
한편은 재래식 메주에 번식하는 곰팡이 중에 누룩곰팡이와 비슷한 ‘Aspergillus flavus’라는 종류가 자라 맹독성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이 생성된다는 우려가 있다. 시판하는 메주 중에 자주 기준치 이상이 검출돼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한때 간장과 된장에 이 물질이 문제가 되어 소비자를 불안하게 했다. 
 
그런데 간장의 숙성과정 중에 이 물질이 분해돼 그 양이 기준치 이하로 줄어들어 인체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 있어 소비자를 다소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개량 메주에는 보통 발견되지 않는다. 서양인들이 간장과 된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기호성의 문제도 있지만 이런 곰팡이 독소(Mycotoxin)를 우려해서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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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