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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47달러 내면 수강 자격증까지…‘시진핑 사상’ 인강 수강해보니

최근 edX에 개설된 ‘신시대 중국 성향의 사회주의에 대한 시진핑 사상’이란 온라인 강의. 중국 칭화대 현대중국학과장 후안강 교수가 가르치고 있다. [edX 캡처]

최근 edX에 개설된 ‘신시대 중국 성향의 사회주의에 대한 시진핑 사상’이란 온라인 강의. 중국 칭화대 현대중국학과장 후안강 교수가 가르치고 있다. [edX 캡처]

 
‘오늘 첫 수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상에 대한 것입니다. 질문을 드려보지요. ‘인민 중심 사상’이란 무엇일까요?’
 
 점잖은 정장 차림의 중국인 중년 남성이 ‘인강(인터넷 강의)’에 출연해 영어로 ‘시진핑 사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edX에 등록된 ‘신(新)시대 중국 성향의 사회주의에 대한 시진핑 사상’이란 주제의 강좌입니다. 
 
 이 남성은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 현대중국학과(ICCS)장 후안강(胡鞍钢) 교수입니다. 중국 고위층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인물이지요.
 
 후 교수가 출연한 각 인강은 3~6분 분량의 짤막한 소강의가 연결된 형식인데요. 강의별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인민(people)’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인민 중심 핵심 개념에 대해 체계적이고 온전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강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7년 서울대 한 포럼에 참석했던 후안 강 교수. [중앙포토]

지난 2007년 서울대 한 포럼에 참석했던 후안 강 교수. [중앙포토]

 
 8주짜리 커리큘럼인 후 교수의 강의는 총 6개 파트로 구성됩니다. 차례대로 살펴보면 ‘인민 중심 발전’ ‘개혁 발전’ ‘친환경 발전’ ‘조정 발전’ ‘개방 발전’ ‘공유 발전’ 등으로 이어지지요. ‘인민 중심 발전’이 첫 수업인 이유는 공산당 지배 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후 교수의 설명입니다.
 
 온라인 강의는 매주 1~3시간이 소요되는데요. 강의 수강을 마치고 미화 47달러(약 5만 3700원)를 결제하면 수강 자격증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너도 나도 쉽게 ‘시진핑 사상 전문가’임을 인증할 수 있는 셈입니다. 
 
 후 교수의 인강 발언을 살펴보면, 중국 사회와 서구 사회를 구분짓는 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국 사회는 서구 사회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인민 사회’라는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등의 발언이 그렇지요. 
 
 뿐만 아니라, “중국 공화국은 인민의 공화국이다” “국가 은행은 인민의 은행이다” “공안은 인민의 경찰이다” 등 발언에서 후 교수는 ‘인민’이란 개념을 유독 강조합니다.
 
“시진핑의 섣부른 사상, 점차 강압적”
 
케빈 캐리코 중국학 박사가 FP에 '인증'한 시진핑 사상 강의 수강 자격증. [FP]

케빈 캐리코 중국학 박사가 FP에 '인증'한 시진핑 사상 강의 수강 자격증. [FP]

 
 최근 이 강의 자격증을 취득한 호주 맥쿼리대 중국학 강사인 케빈 캐리코 박사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실은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섣부른(half-baked) 사상에 대한 학습이 갈수록 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해당 강의에 소개된 시진핑 사상이 전임자들의 정치 사상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언급했지요. 캐리코 박사는 “지난 40년 간 베이징에 쭉 살아본 이라면 (시진핑 사상의 핵심인) 인민·발전·개혁·개방 등의 개념이 매우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차별 점이라면 유독 시진핑 사상을 근본적이고, 새로운 사상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캐리코 박사는 이런 종류의 온라인 강의 확산과 함께 중국 정부가 대학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캐리코 박사는 또 중국 당국이 ‘이념적 순수성’을 국내 교육기관에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비를 타내려는 교수들의 시 주석에 대한 맹종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정치적 표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의 학자들도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맹목적으로 극찬한다고 합니다. 
 
 ‘시진핑 라인(Xi's line)’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학자들에겐 견책 등의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FP는 전합니다.  
(※본지는 ‘시진핑 사상’ 강의를 운영하는 구체적 배경을 듣기 위해 후 교수에게 이메일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진 못 했습니다.)
 
“공산당, 감시용 카메라로 교수 감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프라인’에서도 시진핑 사상의 전파는 활발합니다. 프랑스 퐁트와즈대의 장 룬 중국학과 교수는 최근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중국 대학 내부에서 ‘외부 문물’에 대한 실시간 감시까지 이뤄진다고 전하지요. 그가 전한 일화 중 일부입니다.
 
 올해 초 중국 상해 한 대학의 대만계 지인 교수가 첫 수업을 마친 뒤 실수로 강의 장비를 켜둔 채 텅 빈 강의실을 뜨려고 했답니다. 순간 강의실 내부에서 “기계를 끄라”는 경고가 울려 퍼졌지요. 강의실 한켠에 감시용 카메라와 스피커 등이 설치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룬 교수는 “지인 교수가 교육 당국의 감시 아래 강의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감시 장비 설치는 약과라고 합니다. 심지어 “중국 저장성 한 대학 교수들은 공산당 규율에 대한 충성 서약서까지 써야 했다”고 룬 교수는 전하지요.
 
 중국 교육 당국이 감시 장비 설치에 적극적인 것은 해외 유명대 캠퍼스 유치 움직임과 무관치 않습니다. 현 중국은 해외 유명 대학을 유치하고자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미국 뉴욕대·듀크대, 호주 시드니대 지방 캠퍼스를 최근 유치했다고 합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유명 대학을 유치하면서도 "중국에 비판적인 서구적 가치가 강의 현장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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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의 대학 감시에 대해 룬 교수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회귀설’을 꺼냈습니다. 그는 “마오쩌둥 시대 당시 학생이던 나는 서구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것으로 알려진 교사 및 또래 학생을 (당에) 보고함으로써, 이들이 공개 비난을 받거나 신체적 공격을 받게 해야 했다”며 “현재 중국 정부도 (당 규율에서 벗어난) 교사들의 권리를 박탈한 뒤, 교직에 복직 못하게끔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특히 룬 교수는 “시 주석이 권력을 잡은 2012년 이래 정부는 학생들의 ‘독립적 사고’를 금지하고 있다”며 “교육자들은 공포에 휩싸려 있으며, 직업 안정 및 신변 안전을 위해 자기검열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이런 폐해의 부작용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룬 교수는 전망합니다. 그는 “점차 강화되는 이념적 통제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억압할 것”이라며 “(창의성 등이 억압된 결과로) 중국 대학 내 만연한 표절 행위가 더 부추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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