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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엔 "손학규 추대" 했던 임종석…둘 사이 왜 틀어졌나

 “손학규 후보를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2008년 1월)
 
“복귀가 권토중래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면 한다” (2018년 9월)
 
두 발언의 화자는 같다. 대상도 같다. 다만 10년의 시차가 있을 뿐이다.

 
말한 사람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상대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군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 고가초소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군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 고가초소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손 대표는 임 실장의 ‘자기 정치’를 논란거리로 삼았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 있을 동안 임 실장이 남북 공동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하고, 청와대가 임 실장의 방문 기록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임 실장에게 직접 내레이션까지 맡긴 것이 개인적 정치활동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29일 공개적으로 “비서실장은 나서는 자리가 아니다. 자기 정치를 하려거든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임 실장을 박정희ㆍ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됐던 차지철 경호실장과 최순실에 비교하기도 했다.
 
 

임종석 실장의 '꽃할배' 발언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당대표가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당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당대표가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당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뉴스1

 
앞서 임 실장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우연인지 몰라도 주요정당의 대표분들이 정치의 원로급 중진들”이라며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동행 요청을 거부한 손 대표를 겨냥한 말이다. 임 실장의 말에 대해 손 대표는 “비아냥으로 들린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임 실장의 행보를 자기 정치로 규정했다.
 
'손학규 추대' 주도했던 386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예비경선 당선자 발표가 5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이해찬, 유시민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예비경선 당선자 발표가 5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이해찬, 유시민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07년 12월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그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대표는 민주당에 입당해 당내 경선을 치렀지만, 정동영 후보에게 졌다. 대선에 나섰던 정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해 10년 만에 정권을 보수당에 내줬다.
 
이 과정에서 전대협 출신이 중심이 된 ‘수도권 386’ 그룹은 경선부터 손 대표를 도왔다. 우상호 의원은 당시 경선 캠프의 대변인이었고, 송영길ㆍ이인영 의원 등이 중심이 됐다. 재선 의원이던 임 실장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이들은 대선 패배 후 손 대표를 야당이 된 민주당의 새 대표로 추대하기도 했다. “손 후보를 추대하자는 의견이 많다”는 당시 임 의원의 말은 최우규 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기자 시절 작성한 기사에서도 나온다. 
손학규 당시 국민의당과 민주당 유은혜 의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6주기 추모제에서 고인의 약력을 듣고 있다. 2017.12.29   andphoto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손학규 당시 국민의당과 민주당 유은혜 의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6주기 추모제에서 고인의 약력을 듣고 있다. 2017.12.29 andphoto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손 대표와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던 한 인사는 “손 대표는 과거 자신을 도왔던 임 실장이 현재 자신을 공격한다고 해서 독한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임 실장 개인에 대한 불만보다는 임 실장이 속한 집단에 대한 반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기해보면 과거 386 세력들은 권력이 이동할 때마다 언제나 권력의 중심에 서지 않았느냐”며 “공교롭게 그 권력은 현재 권력을 잡은 과거 ‘친노(親盧)’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盧 "손학규는 '범여권' 아니다"
 
대선 직전이던 2007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 손학규에 대한 반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당시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 경선을 준비하던 때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좌)가 200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축하난을 선물받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좌)가 200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축하난을 선물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이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의도적으로 모욕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분(손 대표)이 왜 범여권이냐? 그 양반이 나중에 경선을 하고 안 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그가 왜 범여권이냐, 반(反)한나라당이지. 그 사람, 제발 좀 빼달라. 신문에 이렇게 좀 크게 써주세요. ‘손학규 씨는 빼달라’”
 
한명숙의 사무총장과 문재인의 비서실장
 
임 실장은 손 대표가 당권을 잡고 치러졌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 당 사무총장으로 부활했다.
 
2012년 2월24일 한명숙 대표 주재 임종석 사무총장과 문성근 최고위원.

2012년 2월24일 한명숙 대표 주재 임종석 사무총장과 문성근 최고위원.

당시 민주당(민주통합당)의 대표는 ‘친노’ 한명숙 전 총리였고, 대선 주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패했다. 문 대통령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졌다.
 
선거가 끝난 뒤 임 실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이 됐다. 그러다 2017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비서실장이 됐고,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5월 기자들과 북안산 산행을 위해 청와대 경내 북악산 입구를 출발하기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과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7.5.13. 청와대제공.

지난해 5월 기자들과 북안산 산행을 위해 청와대 경내 북악산 입구를 출발하기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과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7.5.13. 청와대제공.

10년 전에는 임 실장이 손 대표를 도왔지만, 이제 두 사람은 각각 권력의 핵심과 야당 대표가 돼 만났다. 이들을 오래 지켜봐온 여권 관계자는 "2008년 이후 교류가 빈번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악연은 없다"라며 "하지만 정치에 본래 영원한 자기편도, 영원한 적도 없기에 현재의 대립은 냉정한 정치의 단면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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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