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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찢어죽이겠다는데···경찰 "왜 이런 일로 부르냐"

“왜 이런 일로 경찰 부르나” …무심한 공권력, 두 번 우는 피해자들
“왜 이런 일로 경찰까지 부르세요? 좀 잘하고 사세요.”
 
40대 여성 A씨는 15년간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다. 그는 결혼 생활 중 남편에게 맞아 갈비뼈 2대가 부러지고 목을 졸라 기절하는 등 심각한 폭행 피해를 입었다. 폭력을 견디다 못해 협의 이혼을 했지만 남편은 “찢어 죽이겠다”며 그를 찾아와 한밤중에 도어락을 부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원만한 합의’를 권유하며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왜 이런 일로 경찰을 부르냐. 아저씨가 불쌍하다. 잘하고 사시라”는 경찰의 말이 그에게 비수가 됐다. 
A씨는 15년의 폭력 피해 끝에 전남편을 상해죄로 고소했고, 법원은 남편에게 죄가 있다고 봤지만 선처를 택했다. 지난해 열린 1심에서 남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항소심에 기대를 걸었지만 올해 5월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가정 폭력 관련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지유 기자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가정 폭력 관련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지유 기자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제대로 격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남편 김모(49)씨에게 목숨을 잃은 이모(47)씨 사건으로 여성계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죽은 이씨와 유가족이 수십 년간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사건을 촉발시켰다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690개 여성단체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국회는 ‘피해자 인권’을 중심으로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피해자 100명 중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2명도 채 되지 않는다. 신고를 해도 100명 중 8.5명만 기소될 만큼 사실상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가정폭력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고 있다. 홍지유 기자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가정폭력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9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고 있다. 홍지유 기자

접근 금지 명령을 위반할 시 형사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처 살인 피의자 김씨 역시 접근금지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무시한 채 피해자를 미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의원실·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긴급임시조치(접근금지) 대상자는 1만9270명이고, 이 중 1359명이 이를 위반해 신고됐으나 법원의 과태료 부과는 362명(27%)에 그쳤다. 미약한 제재마저 내려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서혜진(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변호사는 “접근금지 신청은 과태료 처분에 그쳐 대단한 강제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민경 변호사(한국여성의전화 전문위원)는 “이혼을 하지 않은 경우 접근금지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도리어 피해자가 물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는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임시조치 위반시 형사처벌을 신설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범죄특례법이 발의됐지만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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