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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풍우 앞 경제, 30년 전 낡은 관치 레코드만 돌리나

“아무것도 안 하는 지금의 정부가 두렵다.” 증시가 연일 폭락하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이다. 성에 안 차는 증시 대책에 대한 주식 투자자의 항의로만 넘겨 버릴 수 있을까. 가라앉는 경기, 참사 수준의 고용, 활력 잃은 산업 등 경제위기 경고음에도 움직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안감 아닌가. 무엇보다 위기감을 가지고 현재 난국을 책임지고 헤쳐 나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금융 당국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개인과 외국인의 투매가 벌어지며 폭락세를 이어 나갔다. 코스피 시장은 20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 시장은 전일 대비 5%가량 떨어지며 붕괴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긴급 대책회의 자리에서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공허한 이야기요, 안이한 인식이다. 1997년 외환위기 전 “펀더멘털은 문제없다”며 되뇌던 정부를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단기 대책에 치중하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근본 대책부터 고민해야 한다. 똑같은 대외 환경에서 국내 증시가 외국 증시보다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두 번이나 성장률 전망을 낮춘 끝에 2.7% 성장을 예측했지만 이마저도 버거운 상황이다.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지금 같은 고용 및 경기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악조건 속에서 자동차 산업은 흔들리고 있고, 반도체는 변곡점이 가까워졌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 큰 위기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만한 산업 정책을 제대로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퍼펙트 스톰’이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주 정부는 규제 완화 같은 핵심 내용은 모두 빠진 채 단기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만 나열한 단기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경제부총리는 진척 없는 규제 개혁에 대해 “그것이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며 넋두리만 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며 “연말까지 기다려 달라”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청와대 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주말 출입기자단 산행에서는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 기반의 현 정책 기조를 계속 강행할 뜻을 비쳤다. 다음달 1일 국회 시정연설이 주목되지만, 남북 경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제 기조 수정을 언급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국민은 연일 경제 걱정에 속이 타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참 한가한 분위기다. 이러니 내놓는 처방이라곤 28년 전 처절하게 실패한 ‘증권안정기금’의 부활이나 노골적인 기관 총동원령 등 시대착오적인 조치들뿐이지 않은가. 지금은 경제위기나 불안 심리보다 믿고 따를 리더십 부재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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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