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사고처리비용 안내면 해고"… 버스기사 협박해 돈뜯은 회사 간부들

대전의 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일하는 운전기사 A씨(38)씨는 지난 5월 말 버스를 몰고 가다 급정거를 하는 바람이 승객 8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7월 대전시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주차장에서 마땅히 휴식장소를 찾지 못한 한 운전기사가 버스 짐칸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7월 대전시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주차장에서 마땅히 휴식장소를 찾지 못한 한 운전기사가 버스 짐칸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를 보고받은 버스회사 사고처리담당 과장 G씨(38)는“당신 돈으로 사고처리를 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대물사고 500만원 이상 사고는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회사의 취업규칙을 근거로 들었다.
 
겁을 먹은 A씨는 부랴부랴 돈을 마련해 G씨에게 건넸다. G씨는 “다친 승객이 7명 더 있다”며 사고처리 비용 명목으로 A씨로부터 모두 15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돈을 모두 자신이 가로챘다. 버스회사가 가입한 보험으로 사고를 모두 처리, 승객들에게는 별도의 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G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6년 4개월 동안 시내버스 운전기사 38명에게 2억여원을 받아 가로챘다. 해고나 징계 통보를 받은 기사들은 적게는 30만~50만원에서 300만원을 G씨에게 갖다 바쳤다.
2005년 7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 [중앙포토]

2005년 7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 [중앙포토]

 
이 과정에서 G씨는 대표 L씨의 위임장을 위조한 뒤 11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횡령하기도 했다. 처남인 P씨(23)를 시켜 친구와 선후배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28개)를 만든 뒤 버스기사들에게서 돈을 받아 가로채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버스회사 대표 L씨(58)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사고율을 낮춰 대전시로부터 재정지원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노동조합위원장인 K씨(47)는 G씨와 합세해 “사고처리 비용을 납부하라”며 동료 버스기사들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L씨 등은 버스기사에게 해고를 철회해주는 조건으로 의무에도 없는 ‘확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사고처리 명목으로 면책금을 받아 버스공제조합에 보험금을 반납, 사고율을 줄이는 수법을 썼다.
대전의 한 시내버스 회사가 운전기사들로부터 사고처리 명목으로 돈을 갈취했다가 적발됐다. [중앙포토]

대전의 한 시내버스 회사가 운전기사들로부터 사고처리 명목으로 돈을 갈취했다가 적발됐다. [중앙포토]

 
대전시는 2005년 7월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 보험가입 지원금을 통해 시내버스 회사가 자발적으로 사고율을 줄이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각 회사는 버스정비와 버스기사 안전교육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사고 비용을 버스기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등 ‘갑질’을 지속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 운전기사들이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회사로부터 미리 월급을 받으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운전기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항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사고가 발생하면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회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4월 대전 대덕구 신대공영 차고지에서 친환경 전기버스 시승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대전 대덕구 신대공영 차고지에서 친환경 전기버스 시승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대전지역 13개 시내버스 회사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대전시 등 관계 당국에 부당한 취업규칙을 개선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