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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0화. 전설의 고향, 구미호

구미호가 나쁠까, 유혹에 넘어간 왕이 나쁠까
 
이야기 속 구미호는 대부분 사람으로 변신하거나 위장할 수 있다. 사진은 드라마 ‘구미호:여우누이뎐’의 한 장면.

이야기 속 구미호는 대부분 사람으로 변신하거나 위장할 수 있다. 사진은 드라마 ‘구미호:여우누이뎐’의 한 장면.

 
옛날,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며 도술을 부리게 된 여우는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았 어요. 그래서 사람으로 변신하여 함께 살게 되었죠. 백일이란 시간이 지나면 여우는 완전 히 사람이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때마다 여러 가지 위기가 찾아옵니다. 과연 여우는 사람이 되어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황금색의 털에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 구미호는 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요괴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동양 각지에서 인기 있는 요괴죠. 한국·중국·일본에서 이야기하는 구미호의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사람으로 변신하거나 위장할 수 있어요. 또 집안에 기어들어 살면서 집주인이 고용한 도사들을 도리어 요술로 혼을 내어 쫓아내기도 하죠. 흔히 구미호는 사악한 요괴라고 불리지만, 도리어 많은 이야기 속에서 구미호는 사람들을 돕고 복을 내리는 신 같은 존재로 등장하곤 합니다. 중국의 기서 『산해경』에는 동쪽의 청구산이라는 곳에 여우 같은 모양에 9개의 꼬리를 갖고 어린애 같은 소리를 내며 사람을 잡아먹는 짐승이 나오는데요. 오랜 이야기를 살펴보면『산해경』처럼 인간을 잡아먹는 위험한 구미호 이야기는 도리어 적은 편이에요. 옛날엔 신으로서 숭배되는 일도 적지 않았고, 일본에서도 여러 신사에서 중요한 신령 중 하나로 모시고 있죠. 일찍이 늑대가 풍요의 상징이었다가 사악한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듯이, 여우 역시 그러한 변천 과정을 겪은 것이겠지요.
 
구미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중국 소설 『봉신방』에 등장하는 달기와 일본의 타마모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쪽 모두 아름다운 미인으로 변신하여 나쁜 짓을 하는 이야기죠. 일설에는 달기가 셋으로 갈라져서 일본으로 도망친 것이 타마모가 되어 천황을 홀리다가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에게 퇴치되었다고 합니다. 이들 외에도 구미호와 관련하여 비슷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 합니다. 왕이나 천황 같은 권력자를 유혹하여 온갖 나쁜 짓을 하게 하는데, 그로 인하여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고 결국 권력자가 무너지면서 구미호도 쫓겨나거나 퇴치당한다는 결말이죠.
 
이처럼 구미호가 사악한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우선 여우라는 동물이 개와 닮았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우는 개과 동물이지만, 늑대나 개와 달리 보통 단 독 생활을 합니다. 변덕이 심한 편이라 개보다는 고양이 같죠. 눈동자도 고양이처럼 세로로 긴 모양이고요. 붙임성이 있어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갑자기 물어버리기도 하죠. 잡식 동물이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는데, 농촌 주변에서는 닭이나 토끼 같은 가축을 습격해서 잡아먹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에겐 민폐를 끼치는 동물이죠.
 
동화 속에서 여우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개과 동물 중에서도 특히 영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냥꾼을 골리는 일도 종종 있죠. 교활하다는 이미지가 붙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길들어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온 개와 달리 제멋대로인 면이 있으니까요. 요괴인 여우가 여성으로 변신하는 것은 늑대와 대비되어 여성적이라고 느끼기 때문 입니다. 크기도 작고 날씬한 느낌에, 짖는 소리도 훨씬 날카롭죠. 실제 여우는 사람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가축으로 기르는 작은 동물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대다수 여우는 늑대보다 훨씬 작고 경계심이 많아서 인간을 만나면 도리어 도망가거든요.
 
한국에서 구미호는 ‘전설의 고향’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잘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동경하여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죠. 단지 사람을 사랑했고,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도, 결국은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한국에서 구미호를 슬픈 캐릭터로 인식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사극만이 아니라, 게임 같은 데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어요. 과연 구미호는, 그리고 여우 요괴는 사악한 존재일까요. 아니면 착한 존재일까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이야기에서 가장 사악한 구미호인 달기는 사실 여신 여와로부터 ‘은나라를 멸망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활동했다는 점이에요. 그것도 왕이 제멋대로였던 점이 문제였죠.
 
‘호가호위(狐仮虎威)’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서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말이죠. 사실 달기가 왕을 유혹하고 나쁜 짓을 하게 시켰다지만, 왕이 이를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요. 나쁜 것은 여우가 아니라, 그러한 유혹에 넘어가 묵인한 왕이었던 것입니다. 구미호는 강력한 요괴이지만, 혼자서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 본질은 사람들을 속이고 유혹하는 것이니까요. 결국, 구미호 같은 여우 요괴는 우리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말이겠죠.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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