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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첫서리 100년에 3일씩 늦어져…추위가 전쟁 불렀다?

지난 12일 아침 강원 대관령 기슭에 서리가 내렸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아침 강원 대관령 기슭에 서리가 내렸다. [연합뉴스]

조선 후기 시대에 첫서리일이 100년에 3일씩 늦어지면서 온난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30일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승정원일기(1623-1910)의 조선 후기 서리(霜) 기상기록 연구’를 발표한다.
 
김 교수가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남은 조선 후기 288년간(1623-1910)의 서리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한양 기준의 평균 첫서리일은 17세기 10월 6일, 18세기 10월 9일, 19세기 10월 12일로 100년 동안 3일씩 늦어졌다.
 
17세기에는 첫서리일이 10월 6.05일이었으나 18세기는 10월 9.01일로 3일가량 늦어졌고, 19세기에는 10월 11.85일이 됐다.
조선후기(1623-1910) 한양 첫서리 기록일 추이. [김일권 교수 제공]

조선후기(1623-1910) 한양 첫서리 기록일 추이. [김일권 교수 제공]

 
농본 시대에 서리는 중요한 기상현상
규장각에 보관된 승정원일기. [중앙포토]

규장각에 보관된 승정원일기. [중앙포토]

국보 제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승정원일기는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던 승정원에서 작성한 업무일지다.
현재 인조 원년(1623년) 3월부터 순종 융희 4년(1910년) 8월까지의 기록이 3243권의 필사본으로 남아 있을 정도로 양이 방대하다.
  
농사를 국가 근본으로 삼은 조선 시대에서 서리는 중요한 기상현상이었다. 작물 수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리가 내리면 식물의 세포 조직이 동결 또는 손상돼 농작물의 생장이 일시에 멈추는 커다란 변동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서리 현상의 관찰과 기록은 중요한 역사기상학 주제였다. 수록 기간 288년 중 263년에서 서리 현상에 대한 글이 발견됐다. 한양 467건, 지방 309건 등 총 776건의 서리 현상이 기록됐다. 가을 첫서리와 봄·여름철 늦서리에 대한 관측기록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서리는 기상 관측기록이 부재한 전통시대 역사기상자료에서 온도 특성의 지표를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기상현상”이라며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장기적 기상기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조 때 6월에도 서리 내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 [사진 CJ E&M]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 [사진 CJ E&M]

김 교수는 인조 시대(1625~1649년)인 17세기 중반에 기후가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이상 저온현상이 지속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인조 19년(1641년) 당시 <경상감사서목>에는 6월 11일 거창과 의성 등에서 서리가 내렸고, 또 지진이 발생해 지붕기와가 다 날아가는 재변이 발생했고, <충청감사서목>에는 6월 12일 밤에 서리가 매우 두텁게 내리는 변이가 발생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한랭적 기후변동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각종 자연재해와 농작물 피해를 발생시켰고, 병자호란 등의 발발 동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론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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